스타우드 인수전... 몸값만 높이고 발 뺀 中 '안방보험'

    입력 : 2016.04.06 09:27

    '깜짝 회의'로 인수가 제안
    인수할 회사 장부 검토 않고 갑자기 인수전 포기 선언
    中기업 M&A 능력에 의구심


    세계적인 호텔 기업 스타우드의 인수전에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이 갑자기 뛰어들어 몸값만 높인 후에 발을 빼자 글로벌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안방보험의 행보에 대한 '미스터리'가 확산되고 있다. 안방보험은 2014년 미국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호텔 인수 역사상 가장 비싼 금액인 1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고, 한국의 동양생명 등 보험사·은행 등을 손에 넣으면서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우드는 웨스틴, W, 셰러턴, 세인트 리지스 등 11개의 유명 호텔 브랜드로 전 세계에 1300개 이상의 호텔 및 리조트를 운영하는 미국의 호텔 그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스타우드 인수전의 뒷얘기를 전하면서 "안방보험이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스타우드 인수전에 접근했다"며 "그런 방법이 실패하면서 글로벌 M&A 무대에서 중국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가 지적한 비전통적인 방법이란 '깜짝' 회의로 인수가를 제안하고, 피인수 회사의 장부를 꼼꼼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갑자기 인수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것 등이다.


    세계적인 호텔 기업 스타우드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중국 안방보험이 지난달 31일 갑자기 포기를 선언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스타우드가 운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의 W호텔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스타우드는 작년 11월 122억달러에 매리어트에 회사를 팔기로 합의하고,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계약을 승인했다. 그전에도 안방보험이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스타우드가 "자금 조달 계획을 포함한 문서로 된 제안서를 내라"고 요구하자 슬그머니 포기했다. 하지만 매리어트의 인수 계약 승인을 위한 스타우드의 주주총회를 앞둔 올해 3월 갑자기 안방보험이 인수가를 129억달러로 높여 제안했다. 그것도 모두 현금으로 내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은 수십 명의 미국 MBA(경영학 석사) 출신 중국계 인사들을 대동하고 협상장에 나타났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협상장에선 우 회장만 말을 하고, 동반한 투자 은행가나 변호사에게는 조언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방보험의 제안이 달콤하긴 했지만, 스타우드는 안방보험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데다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그래서 '중국 당국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인수대금을 지불한다'는 무리한 조건을 요구했다. 그런데 안방보험이 그 조건도 받아들였다. 결국 스타우드는 안방보험을 매각 대상자로 선택한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생긴다. 포기할 줄 알았던 매리어트가 인수가를 136억달러로 올린 것이다. 안방보험은 인수가를 140억달러로 다시 올려 불렀지만, 갑자기 지난달 31일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매리어트가 스타우드 인수전의 승자가 됐지만 안방보험이 왜 갑자기 인수전에서 발을 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