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카타 대표 "와우! 새로움은 낯섦과의 투쟁!"

  • 리더피아 신승훈 편집장

    입력 : 2016.02.25 13:42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낯설다. 낯설음을 이겨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낯설음을 이겨낼 수 있는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어야 그 가치를 평가 받는다.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IT국악 퍼포먼스로 공연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지 10년. 카타(KATA)의 선장을 만났다.



    "요즘 R&D기간이라 사무실에 있습니다. 언제든 방문하시죠."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로부터 낯섦이 급습한다. 수많은 공연예술 관계자를 만나보았지만 'R&D'라는 단어를 쓰는 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도 아닌, 공연으로 매출을 올리는 회사인데도 매년 같은 때 같은 내용의 작업을 한다는 듯 '기간'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대표 이름도 '누운 소'를 의미하는 '와우'란다. 사실 '카타'는 예능이나 보도를 통해 이미 공중파 TV에도 여러 번 등장했었다. 지난 1월 18일 IT국악 퍼포먼스 밴드 '카타(KaTA)'의 연습(작업)실에서 이경식 대표와 마주 앉았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하나 둘씩 의문이 풀려갔다. 다음은 대화 요약.


    리더피아 : 이름 대신 와우(WOW)라고 부르는 이가 많더라.


    이경식 카타 대표(이하 와우) : 임동창 선생의 제자인데 와우(臥牛)라는 호를 직접 지어 주셨다. 이후 이름처럼 쓰고 있다. 와우(臥牛)는 ‘누워있는 소’라는 뜻인데 바쁘게 몸을 놀리기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라는 당부의 의미가 담겨있다. 요즘은 몸이 바빠 누워서 상상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 영 아쉽다.(웃음)


    리더피아 : 원래는 퓨전국악을 연주했다고 들었다.


    와우 : 2000년도의 카타는 주로 퓨전 국악을 연주했다. 국악과 서양음악을 접목하는 시도였고 아날로그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에도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IT를 활용하면 새로운 예술양식의 기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리더피아 : IT를 접목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와우 : 백남준 선생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장치를 통해 예술을 하더라. 이해가 되지 않아서 관련한 자료를 찾아 학습했다. 탐구하다 보니 미술 사조 중 인상주의에 도달했는데 여기서 또 하나의 열쇠를 얻었다. 이후 컴퓨터와 미술사에 대한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되면서 개념을 설정하고 표현의 도구도 바꾸게 됐다.


    리더피아 : 인상주의?


    와우 :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많아 달라지고 있던 시기다. 당시 미술가들은 사진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진의 원리가 빛을 과학적으로 담는 것이니 그림도 빛을 표현하는 방법을 탐구하면서 인상주의가 탄생했다.


    특히 인상주의가 사진과의 경쟁을 극복하면서 미술이 추상의 영역, 즉 개념예술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IT기술 역시 미학을 창출하고 과학기술이 감성을 재창출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몰입하게 됐다.



    'IT 뮤직' 장르화 꿈꾼다


    리더피아 : IT국악 퍼포먼스라는 현재 콘셉트의 본격적 출발은 언제인가?


    와우 : 2005년 즈음이다. 처음으로 만든 악기는 바디드럼(body drum)이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다양한 공연장비들을 만들었다. 이후 퓨전 국악 연주에서 IT국악퍼포먼스로 공연 내용을 바꾸었다. 2010년부터는 빛의 요소를 도입해 관객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리더피아 :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와우 : 예술과 과학의 융합인 셈이다. IT를 활용해 'IT 뮤직'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 작년에 공중파 방송을 탄 이후 더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문화예술 방면에서도 관련한 인식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성과나 외연의 확장을 진행하다 보면 다른 장르와의 협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현실적인 성과를 더 내야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리더피아 : IT를 접목한 이후 달라진 점은?


    와우 : 기술을 예술로 치환하는 작업이다 보니 작업스타일도 크게 바뀌었다. 기술을 접목하다보니 과거 아날로그 음악을 할 때에 비해 이성을 활용한 작업이 많아졌다. IT 등 기술을 접목한 공연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예술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리더피아 : 사용하는 악기도 흥미롭다.


    와우 : 과거 위(wii) 게임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경쟁자였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에 비해 화면이나 기술의 퀄리티가 떨어졌지만 쉽고 간단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미부여가 기술에서 끝나면 곤란하고 아날로그적 특성을 잘 이용해 감성에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을 예술적 방향으로 응용했다.


    리더피아 : 새로운 악기라 해도 결국 연주력은 기본이다.


    와우 : 고민이 많았다. 기존의 악기와 비슷한 모양도 있지만 모두 새로운 연주법을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다양한 효과를 접목한 연출도 필수적이다.


    리더피아 : 이야기 만들기도 고민하고 있나?


    와우 : 이번 R&D기간에는 디스플레이를 통한 연출기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작업까지는 여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역량을 고려해 차근차근 나아갈 것이다. 전문가집단과의 협업 등을 통해 만들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리더피아 : 곡은 어떻게 쓰나?


    와우 : 컴퓨터 미디를 활용해 곡을 쓰거나 연습시간에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한다. 레코딩을 통한 공동창작으로 보다 좋은 방향으로 편곡하기도 한다. 연주법이 달라졌으니 실제 무대에서 구현할 수 있는가도 중요한 포인트다.


    리더피아 :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나?


    와우 : 소리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IT가 생활화된 요즘은, 특히 스마트폰이 일상으로 파고든 이후에는 관객들의 직관적인 인식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리더피아 : 공연에 퓨전국악의 요소들이 깊게 녹아 있는 듯하다.


    와우 : 밖으로는 디지털 감각이 드러나더라도 아날로그적 요소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성의 영역을 넘어 감정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새로운 디바이스는 기계적으로 보면 장치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 공연에 생명력을 넣는 것은 결국 사람의 에너지다. 연주자의 해석력이 있어야만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리더피아 : IT기술은 표현방법의 핵심이지만 예술적 핵심은 국악적 감성이라는 의미인가?


    와우 : 그렇다. 현재까지는 우리의 감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장치를 IT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국악의 특징을 완벽히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 투자비용이 대단히 커진다.



    분야별 전망 무의미, 최고만 살아남는다


    리더피아 : 이미 1990년대에 터치의 강약에 따라 음량이 달라지는 디지털 피아노나 신시사이저 등이 상용화 됐지만 국악의 맛을 좌우하는 특유의 농현(弄絃)의 경우 여전히 구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와우 : 최근 악기분야에도 4D터치가 구현되는 분위기다. 우리는 예술을 위한 기술자이지만 서양에서는 악기를 개발하는 기술자들이 4D터치를 개발하고 있다. 4D터치 기술에 소프트웨어작업이 더해지면 국악의 독특한 맛인 불규칙한 농현까지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리더피아 : 한 대학의 작곡과 교수는 이제 악보를 볼 수 없어도 작곡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더라.


    와우 :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제 감각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미 대중음악 영역에서는 화성학 등 음악의 기본을 배우는 대신 컴퓨터만 공부해서 성공한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이 꽤 많다.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창작력까지도 기계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인 셈이다.


    리더피아 : 공연의 주요 수요층은 기업인가?


    와우 : 최고의 인문학 수요처가 기업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웃음) 기업들이 추구하는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는데다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기업 전반에 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확대된 것 같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불황이 닥치면 인식 수준과 달리 여력의 문제가 생긴다. 이는 현실이다.


    리더피아 : 지난해 성과는 어땠나?


    와우 : 메르스 때문에 힘들었지만 하반기에는 타 공연팀에 비해 상당히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향후 공연을 위한 기술투자도 진행할 수 있었다.


    리더피아 : 역시 위기가 기회인가?


    와우 : 내부 구성원들에게 '누구도 하지 않으니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사실 요즘은 특정 분야의 전망이 좋다 나쁘다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해당분야에서 최고가 되거나 인정받으면 분야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인정받게 되고 경제적 부분도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리더피아 : 카타 역시 시장을 선점했으나 불확실한 미래는 마찬가지다.


    와우 : 그렇다. 선점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아 이런 거구나' 하는 개념에 대한 이해만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다. 후발주자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나오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또,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왔지만 후발주자들은 우리의 사례를 참조해 실수를 최소화 하며 성장할 수 있다.



    버림으로 얻고 학습으로 굳히다


    리더피아 : 특정한 콘셉트의 공연이므로 배우들이 롱런해야 할 것 같다.


    와우 : 배우도 생활인이기에 경제적 대우가 중요하다. 금융위기 전에는 12명의 배우가 공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후 사스와 금융위기, 세월호 참사, 메르스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고비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 기업들처럼 구조조정을 할 입장도 아니지만 공연 횟수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들이 떠나기도 했다. 지금의 배우들은 최소 5년부터 10년 정도 함께 공연해왔다.


    리더피아 :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는 예술가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와우 : 항상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시장의 지속적 만족을 위해서는 질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즉 틀을 바꾸어야 한다. 개념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의 변화를 도입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피아 : IT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와우 : 얼마전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관련 내용들을 꼼꼼히 리서치 했다. 우리 공연과 접목시킬 수 있는 개념이나 기술변화가 있는지 항상 탐구하는 자세를 놓지 않고 있다. 한해 연구개발 비용으로 1억원을 쓰기도 했다.


    리더피아 :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시절은 없었나?


    와우 : 일반적 시각으로 보면 사업은 맞다.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예술은 사업적 마인드만으로 할 수 없다. 일정한 정도는 미쳐야 한다. 자신의 이상을 포기할 수 없기에 예술가가 예술로 밥을 먹으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


    리더피아 : 청년들에게 하는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하라는 조언과는 반대다.


    와우 : 무조건 노력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다만 새롭거나 좋아하는 것을 하려면 그만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내 경우 전통적 의미의 예술과 음악을 버려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반어적이지만 그랬더니 예술도 음악도 가능했다.


    리더피아 : '정석은 배우고 나서 잊는 것' 이라는 바둑의 격언이 떠오른다.


    와우 : 사실 내게 익숙한 것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 하려니 떨렸다. 확신도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나 예술사조의 변화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것은 역사적 패턴이라는 판단을 갖게 되면서, 그리고 공연에 대해 각계의 반응이 커지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보다 큰 확신을 갖게 됐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