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18 09:22
[채권 60~70%, 주식 30~40%…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 인기]
위기 터져도 안정적 수익 보장… 1년 만에 투자 규모 58% 늘어
채권 혼합형 ETF도 속속 등장… 1만~5만원 소액 투자도 가능
"대부분 국공채라 안전하지만 주식 종목 수익률 잘 따져봐야"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익률은 좀 낮지만, 안정적인 채권 혼합형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채권 혼합형 펀드는 투자금의 60~70%를 채권에 투자해 안정된 이자 수익을 거두는 한편 투자금의 30~40%는 주식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a)의 수익을 노리는 펀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채권 혼합형 펀드 설정 금액(공모 펀드 기준)은 18조3912억원으로 지난해 1월 말 11조5886억원에 비해 6조8026억원(58.7%)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공모 펀드 기준)가 3조8128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주식과 채권을 섞어 투자하기 때문에 위기가 터져도 큰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채권 혼합형 펀드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2014년까지 채권 혼합형 펀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여유 자금 대부분을 은행 예금에 넣어놓고, 일부 자금만 마치 도박하듯 고수익·고위험 펀드에 넣어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대의 저(低)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채권 혼합형 펀드가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인기가 오르고 있다.
◇트러스톤, IBK자산운용의 채권 혼합형 펀드 올해 수익률 1, 2위
17일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 혼합형 펀드 407개는 연초 이후 17일까지 평균 -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4.44%의 수익률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장기 수익률을 봐도 채권 혼합형 펀드는 투자자에게 꾸준히 돈을 벌어 주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4%, 3년 수익률이 -4.38%, 5년 수익률이 -7.61%로 원금을 까먹었지만 채권 혼합형 펀드는 같은 기간 각각 0.85%(1년), 7.49%(3년), 13.3%(5년)의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에게 꾸준히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양호한 수익률(2월 17일 기준)을 기록 중인 채권 혼합형 펀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공모주알파증권투자신탁'이다. 이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28%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투자의 67.65%를 채권에 투자했고, 나머지를 주식을 비롯한 기타 자산에 투자했다. 특히 이 펀드는 채권에 투자하는 이외의 부분을 공모주에 투자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채권 혼합형 펀드는 IBK자산운용의 'IBK가치형롱숏40증권자투자신탁'이다. 이 펀드는 올해 1.24%의 수익을 올렸다. 투자금의 70.74%를 채권과 예금, 단기 대출 등 안전 자산에 투자했고 27.55%를 주식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롱숏(Long-Short·오를 것 같은 주식은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 전략을 구사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이 외에도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단기국공채플러스공모주증권투자신탁'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퇴직연금2015증권자투자신탁'과 '신한BNPP퇴직연금2010증권자투자신탁', 한화자산운용의 '한화공모주채움플러스증권투자신탁' 등도 올해 들어 0.83~1.21%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 혼합형 ETF로 소액 투자도 가능
최근에는 채권과 주식을 7대3 정도로 혼합한 채권 혼합형 ETF(상장지수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편리한 데다 거래 수수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운용 수수료 등을 내야 하는 채권형 펀드에 비해 유리하다. 또 상장된 채권 혼합형 ETF는 한 주당 가격이 1만~5만원가량으로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13년 10월 상장된 KB자산운용의 'Kstar 채권혼합'은 국고채에 70%가량을, 나머지 30%를 코스피 200종목들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대형 우량주가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배당성장채권혼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경기방어채권혼합'도 있다. 두 ETF는 지난달 26일 상장돼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신상품'이다. KODEX 배당성장채권혼합은 코스피 배당 성장 50지수와 3년 국채 채권지수(KTB)와 연계돼 있고, TIGER 경기방어채권혼합은 코스피 200 필수소비재지수와 KTB지수에 연계된 상품이다.
◇주식 투자 부분을 잘 따져봐야
국채 금리가 기준 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데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나오는 등 기준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올해도 채권 혼합형 펀드와 ETF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채권 혼합형 상품들이 채권 부분 투자에서 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초부터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는 점도 채권 혼합형 상품의 위험 분산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는 요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채권 혼합형 상품에 가입할 때는 채권에 투자하는 부분 이외의 부분을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한금융투자 박형민 연구원은 "채권 혼합형 상품의 채권 부분은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한 데다 올해 기준 금리가 동결되거나 인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위험)가 거의 없다"면서도 "주식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부분에서는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주식 종목의 면면과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