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브랜드대상] 고객은 '명성'보다 '가성비'를 쇼핑한다

    입력 : 2016.01.28 14:34

    [2016 소비자가 뽑은 신뢰 브랜드]
    '사치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로…'명성'과 '이미지'만의브랜드는 막내려…
    적절한 가격과 고품질의 가성비 좋은 브랜드 약진


    ◇'금수저' 명품 스펙도 필요 없다. 가성비 좋은 브랜드만 살아 남는다.


    2015년 대한민국을 달군 뜨거운 화두 중에 하나가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은 '금수저' 이론이 브랜드 및 소비시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장 크게 나타난 소비양상이 과잉 스펙의 고가 제품을 거부하고, 적절한 가격과 필요한 만큼의 품질을 갖춘 가성비 좋은 브랜드들의 약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6년도 전망에 따르면, '사치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가 오고 있다. 명품을 통한 재테크로까지 유명했던 샤넬은, 지난 2015년 3월 일부 제품의 가격을 20%까지 인하하며 '샤넬쇼크'를 일으켰고, 이어 5월에는 구찌가 이례적인 반값 세일을 열며 '구찌대란'이 발생했다.


    이제 과거로부터의 '명성'과 '이미지'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끼리 소통하면서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고, '가성비'를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한 척도로 삼았다. 그 결과 정보력 강한 소비자들 앞에서 화려한 브랜딩보다는 실력으로 진검승부를 하며 가성비를 뽐내는 브랜드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패권을 장악하게 됐다.


    이미 확고하게 입지를 다진 명품 브랜드들에게 가성비로 무장한 신생브랜드와 PB브랜드들이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일선에서는 브랜드가 사라져가며 '노브랜드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 상황을 보면 오히려 보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안정되게 동반성장하며 건강하게 공존하고 있다. 단지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택 기준이 깐깐해지고 명확해졌고, 이에 따른 특정 브랜드의 독식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높은 가성비로 성공한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온라인 발권만을 허용해 에이전트 비용을 없애고, 기내식을 생략함으로써 비행기 티켓가격을 대폭 내렸다. 또 보잉 737이라는 단일 기종만을 운항해 조종사 훈련 비용 및 부품 비용을 대폭 절감했고, 지정좌석제를 없애 턴어라운드 시간(승객이 탑승해 이륙할 때까지의 시간)을 10분으로 줄였다. 1971년 단 4대의 비행기로 운항을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본질이 아닌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서비스만 제공하면서 승객 수 기준 세계 3위인 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최근 이 회사를 벤치마킹한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국제선에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에어부산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선의 경우 지난 해 이미 5개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바야흐로 좋은 '가성비'는 브랜드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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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를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 옴니채널(Omni-channel) 구축 필수


    수없이 많은 상품과 브랜드, 정보의 홍수 속에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망설이고 고민한다. 한국 특유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더욱 의사결정에 대한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불확실성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수의 추천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햄릿증후군(크고 작은 선택들을 어려워하는 일종의 결정장애) 소비자들을 배려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등장했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맞춤)'과 '필터링(filtering,거름)' 기능을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대안을 제시한다. 지난해 브랜드 운영의 성공여부는 타깃 별 큐레이션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공했느냐에 의해 결정됐다.


    옴니채널의 구축 또한 성공 브랜드의 필수 요건이 됐다. '옴니채널'이란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 유통망을 뜻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다. 따라서 온·오프라인 매장을 유기적으로 융합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면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기업은 이를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와 패턴을 분석하고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무의식 중에 '이거다' 할 수 있는 제품을 옴니채널을 통해 다양하고도 효과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유명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는 큐레이션과 옴니채널의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컬렉션 런웨이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하고 모델이 착용한 의상을 시청자가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매장 내에서 전 세계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고객응대를 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만졌을 때 옆에 있는 거울에서 동영상 제품정보를 상영하는 멋진 체험을 제공했다. SNS도 적극 활용했다. '버버리'를 입고 찍은 사진을 고객 스스로가 올리는 '아트 오브 더 트렌치 (Art of the Trench)' 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인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옴니채널 전략을 주도적으로 구사한 '버버리'의 매출은 2012년 기준 2배로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5배 이상 증가했다.


    패션뿐만 아니라 금융, 부동산, 유통, 숙박, 택시, 배달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이 큐레이션 서비스와 옴니채널에 대한 관심이 크다. 특히,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다. 단, 옴니채널 서비스의 경우 단순 통합화를 뛰어넘는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만 트렌드를 선도하는 성공적인 브랜드가 될 것이다.


    현재 옴니채널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이 향후 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IT기술을 발판으로 세련된 큐레이션 서비스와 효과적인 옴니채널을 구축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불황도 재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