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환경톡톡 - 2] 부대찌개 즐겨 먹으면 암 걸린다?

  •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입력 : 2016.01.18 16:38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 요리가 그립다. 그래서인지 점심시간이면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등 찌갯집 앞줄이 길다. 직장 동료들과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다. 맛있는 육수에 김치 듬뿍, 햄 그리고 두부까지 올라간 부대찌개에 라면사리까지 넣어서 먹고 나면, 속이 따뜻해져서인지 맘도 따뜻해지는 거 같다.


    그런데 요즘은 그 찌개를 먹을 때 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 속 햄을 보면 작년 가을 세계보건기구(WHO)가 햄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는 기사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거 참,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 인가싶다가도 맘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위험하다면 시판될 리가 없지, 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인데.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WHO가 위험하다고 지적한 양의 5분의 1정도밖에 먹지도 않는다던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먹는 음식인데 위험이 과장된 거 아닐까?'


    '나의 걱정과 고민이 합리적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2015년 늦가을에 있던 일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 2015년 10월 건강에 대한 이슈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을 술, 담배, 석면 등과 같은 독성을 가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근거로는 햄 등 육가공품을 만들 때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인 아질산나트륨이 단백질 성분인 아민과 만나 니트로조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것이었다. 단백질 식품인 육류가공 시 붉은 색을 유지해 맛있게 보이게 하고(발색제) 또 식중독균 번식을 막아 오래 보존(보존료)하기 위해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고 있으니 햄과 소시지의 발암 근거는 명확하다. 또 이 뿐만 아니라 훈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문제나 붉은색 고기가 갖는 대장암 발생 증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그러나 이 발표 이후 WHO를 향한 세계 육가공업체와 축산업계의 조직적인 역공이 시작됐다.


    이는 아질산나트륨을 식품첨가물로 사용 허가할 때 '인체에 안전한 수준보다 더욱 적은 양을 섭취기준으로 삼아 제조됐고, 게다가 누구도 햄과 소시지만을 암이 생길 정도로 편식할 수 없다'는 것이 그 논리였다. 때문에 ‘WHO의 주장은 과도하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업계의 조직적인 반발 앞에 WHO도 발암물질 지정을 철회하진 않았지만, '많이 먹지 않으면 괜찮다'는 정도로 슬며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정말 안전한가?'의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선, 식품첨가물의 안전에 대한 기준은 현대 과학의 수준에서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과학적인 충분한 이유가 있다. 내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한국인은 적게 먹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에 통계의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 1위가 햄버거라 한다. 햄버거 하나 제대로 먹지 않는 5~60대 이상의 성인들을 모두 포함해서 낸 통계로 한국인은 적게 먹으니 안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식품안전의 문제는 개인이 어떤 식습관을 가졌는지, 또 어떤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정말 안전한가?'에 대한 질문을 지금 육가공업체와 WHO의 논리로 답하면 '우리는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안전한 식탁을 만들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은 소비자의 책임이 따른다.' 정도가 될 것이다. 몸이 한번 아프면 건강한 예전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암에 걸리는 경우, 화학물질 사고, 방사능오염 사고 등 모든 사건 사고를 그 이전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몇 십 배나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건강에 관한 문제만큼은 '사전예방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이를 우리 밥상에도 적용하면, 그 답은 이렇게 해석된다. '햄 소시지 등 가공식품을 되도록 적게 먹어라. 특히 식습관이 형성되는 어린시기에는 가능한 먹이지 마라. 그리고 영양소가 고루 함유된 자연 먹거리를 건강한 조리법을 통해 균형 있게 섭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