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관 삼진일렉스 회장 "꿈은 최종의 가치, 실천하고 도전해야"

  • 리더피아 신승훈 편집장

    입력 : 2015.12.24 10:56

    평생을 전기인으로 살아온, 이순(耳順)이 넘은 중견기업 CEO가 거의 1년에 걸쳐 쓴 글을 묶어 자서전으로 출간했다. 가난으로 어려웠던 학창시절과 여러 사업 위기를 열정과 신의만으로 극복해온 이야기를 담담한 문체로 풀어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공 스토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최근 자전적 에세이 《꿈이라 말하지 마라》를 출간한 김성관 삼진일렉스 회장을 만났다.



    "평생을 바쳐 성취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꿈이다."


    김성관 삼진일렉스 회장은 "평생을 바칠 꿈이라야 긴 호흡으로 노력할 수 있고, 중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힘이 생긴다"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김성관 회장은 특히,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기업의 CEO가 되려 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꿈(가치)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 CEO가 되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꿈을 이룬 것과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판을 혼돈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렇다면 김 회장이 바라보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


    그는 "성공은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장애물을 넘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했다. 책 속에서 언급한 스스로의 인생 역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가 책을 쓰게 된 목적도 이와 연관이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층과 중소기업인들 중 누군가가 책을 접한 후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다. 다음은 김성관 삼진일렉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신승훈 리더피아 편집장(이하 신승훈) : 책 제목이 중의적이다.


    김성관 삼진일렉스 회장(이하 김성관) : 10년 20년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성취할만한, 가치가 있는 꿈을 세우는 것을 권하고 싶었다. 그래야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길게 보고 멀리 보면 당장은 어렵더라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꿈을 향하는 길에서 단계별로 성취하는 자그마한 성과가 쌓여야한다는 점도 말하고 싶었다.


    신승훈 : 거의 1년간 집필한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느낌은 어떤가?


    김성관 :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세월 참 빠르다'였다. 물론 한고비 넘으면 또 한고비가 이어지고... 파도처럼 이어오던 어려움을 극복하던 당시에는 참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진리더라(웃음).


    신승훈 : 돌이켜보니 가장 극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김성관 : 파산직전에 몰려 인생을 포기하려 했을 때였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던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 유년기부터 사업초기까지 밑바닥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도전했던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의 나 역시 미완성이다. 지속적으로 노력해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승훈 : 책 속에서 '극복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결국 지나가는 반면 성공은 곁에 남는다'라는 내용이 떠오른다.


    김성관 : 사람은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한평생은 모두 같지만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로 보면 각자에게 차이가 있지 않나. 가능하면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충분히 훌륭한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고 수고함으로써 내 주위의 사람이나 조직 구성원, 나아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하다면 참으로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신승훈 : 고난을 극복한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큰 울림이 있을 것 같다.


    김성관 : 요즘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란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이 지닌 뉘앙스에 반대하는 편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젊은이다운 패기보다는 사회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미리 포기해버리는 것 같아서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 혹은 타인에게 핑계를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교육을 잘 못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승훈 : 요즘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CEO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 적지 않다.


    김성관 :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께 '우리 함께 용기를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겪은 어려움 보다 더 큰 난관에 빠져 악전고투 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픔이 있기 마련이라고 하더라. 어려운 과정을 견뎌 이겨내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신승훈 : 책 속에 업계의 발전을 희망하는 등 기업과 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내용도 많다.


    김성관 : 나는 평생 전기밥을 먹고 살아온 골수 전기인이다. 어떻게 해야 업계가 발전할 수 있을지, 타 전문건설업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규모에 상관없이 업계 모든 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기업이 돈을 버는 것에만 매몰되면 곤란하다. 사회적 책임, 구성원들과 만들어야 할 가치, 고객가치 등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했다.


    신승훈 : 책을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성관 : 모든 것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나는 전기공학도로 출발한 기술인이다. 누구에게 내보일 수 있을 만큼 문장력이 좋지 않다. 게다가 인문학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 글을 쓰려니 힘들었다. 특히 글을 쓸수록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내가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닌데 이런 이야길 해도 되나?'하는 생각도 많았다.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주변에서 응원해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신승훈 : 젊은 시절 일기를 보니 필력이 상당하더라. 문학청년 같더라.


    김성관 : 청소년기와 청년시절에 거의 매일 썼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면 일기를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고 채찍질을 하는 동시에 반성하는 의도도 있었다. 고교시절부터 채근담을 자주 읽는데 마음을 맑게 해주고 용기를 준다.


    신승훈 : 끼니와 숙소를 걱정하던 청년이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쓰다보면 '난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김성관 : 이번에 다시 들춰보니 똑같은 내용이 많더라(웃음). 어제도 힘들었고 오늘도 힘들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배달하고 학교 갔다가 하교 후 아르바이트 하러 가고... 매일매일 살아남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일기가 '나에겐 내일이 있다. 열심히 하자!' 이런 내용으로 끝나더라. 항상 내일을 다짐했던 것을 보면 일기가 힘든 생활을 이겨내기 위한 일종의 '자기최면' 역할도 하지 않았나 싶다.



    신승훈 : 1992년 무차입경영을 실현한 이후 ‘좋은 회사’라는 꿈을 본격화한 것으로 썼다.


    김성관 :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꿈은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매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좋은 회사'를 떠들어봐야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우선 재무적 안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무차입 경영을 실현시킨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력의 덕분인지 기업규모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5년 전부터 준비한 결과 올 1월 1일부터는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CEO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CEO가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나는 CEO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신승훈 :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으로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서 언급한 '가치 있는 일'과 연관된 것처럼 보인다.


    김성관 : 올해 초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나서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한양공고 전기과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반백년을 전기인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전기공사업계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야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신승훈 : 과거 업계 정도경영 실천을 앞장서 이끄는 등 각종 협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한 것으로 안다.


    김성관 : 조합 이사장이 된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조합원들과 함께 하겠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지식,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봉사할 계획이다. 바르고 효율적인 조합 운영으로 전기인들의 경제력이 향상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시장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전기공사업계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일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승훈 :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삶을 중간결산 했다는 느낌이 든다. 향후 계획은?


    김성관 : 역시 '좋은 회사'는 평생에 걸쳐 노력할 꿈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낸다면 우리 전기공사업계의 발전을 앞당기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전기공사업계 문화발전을 위한 재단을 설립해 업계의 지속발전을 위한 건실한 토대를 만들고 싶다.


    신승훈 : 워커홀릭처럼 끝까지 일 이야기다(웃음).


    김성관 : 평생을 스스로 부려먹었으니 이젠 좀 쉴 때도 됐는데 아직도 휴일에 낮잠을 자면 그렇게 시간이 아까울 수가 없다(웃음).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고, 나를 사랑하는 일도 해야겠다. 만나고 싶은 죽마고우들 신세진 분들, 가까운 분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려 한다. 특히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생각이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