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앤로건 디자이너 "명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 정선혜 방송인∙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

    입력 : 2015.08.20 11:17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을 위한 파티 때 김연아가 입었던 블랙 드레스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수많은 여배우들의 시상식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만들어 준 부부 디자이너 맥앤로건을 만나 '삶과 패션'에 대해 물었다.



    지금도 그 때가 생생하다.


    디자이너 '맥(MAG)'의 눈매를 강조한 검은 아이라인 너머로 초롱거리는 눈빛은 나의 속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볼 정도로 맑아서 첫 인상부터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은은한 카리스마가 있는 그런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소개받은 한 남성은, 한 번 만나면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강렬한 이미지였다. 상대를 압도하는 체격에 동양적으로 살짝 올라간 듯한 눈꼬리와는 달리 친근하고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데 첫 만남에도 포옹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게다가 헤어스타일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그 이미지를 그려보자면... 미용실에서 중간에 나온 것 같은 커트에 바람이 불어 어떤 형태를 만들어낸 모습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다. 이렇게 어리둥절해 하는 내 반응에도 '로건(LOGAN)'은 익숙한 듯 개의치 않고, 그저 반갑고 시원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다. 그렇게 맥과 로건을 처음 만났다.


    그 때 그들은 10여 년 동안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던 프랑스 파리 오뜨꾸띄르(houte couture; 맞춤복을 의미하는 패션용어) 하우스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와서 데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디자이너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때이지만, 그들의 의상은 그들의 명성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주문 제작되고 있었고, 필자도 잡지 인터뷰 때 그들의 의상을 협찬으로 입고 나갔다가 인터뷰 내용이 아닌 그 의상이 어디 옷이냐며 잡지사를 통해 빗발치는(?) 문의를 받기도 했다.


    아직 부부가 아니라 동료였던 그들은 달빛 둥근 보름달이 비치는 날이면 장미 소주를 드리우며 자신들의 미래를 이야기했었고, 작업실에서 밤을 새워 디자인 스케치를 하고 작업에 몰두하며 그들의 드레스 룸을 채워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맥과 로건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부 디자이너가 되었다. 맥앤로건(MAG & LOGAN)으로 알려진 이들 디자이너들은, 김연아의 블랙 드레스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고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는 그들의 드레스를 입은 배우가 무려 15명이 될 정도로 국내의 톱 스타들이 가장 사랑하는 드레스 디자이너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로건은 <무한도전>이나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등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로서도 패션학도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디자이너라면 컬렉션을 통해서 자신의 패션 철학을 선보이게 마련인데 그들의 컬렉션은 단순히 시즌 트렌드를 발표하는 패션쇼가 아니다. 할머니, 엄마, 딸의 3대에 걸친 그녀들의 삶의 스토리가 담긴 맥앤로건의 컬렉션은 시즌이 더 해 갈수록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컨 브랜드 매건(MAGAN)을 론칭하며 고고한 아름다움으로 인식된 자신의 벽을 허물어 가고 있다.


    청담동 한 켠에 자리한 그들의 삽(shop)에서 인터뷰가 있던 이 날도 미국 면화협회 초청 데님 컬렉션 쇼를 위한 준비로 무척 바쁜 시기라 며칠을 잠을 못 잤다며 너스레다. 덕분에 인터뷰 사진이 평소 대중에게 보여지는 본인들의 모습과 많이 다름을 주지시켜 달라고 몇 번을 강조했다.


    정선혜 : 2015 F/W컬렉션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시 데님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바쁠 것 같다. 


    로건 : 데님은 2~3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브루매건"이라는 브랜드도 있을 정도로 나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다. 이번 기회에 미리 소개 할 수 있어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밤샘작업 중이다. 


    정선혜 : 데님으로 표현하는 패션은 좀 의외다. 실크와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선호한 이제까지의 맥앤로건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새로운 시도인가?


    로건 : 데님은 내게 때로는 프로페셔널한 작업의 현장을 떠 올리게 하는 파트너이자 힘들 때 나를 위로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파리의 오뜨꾸띄르 하우스의 작업실은 방 하나에 가슴 설레게 하는 수많은 원단과 반짝이는 보석 부자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그 부드럽고 아름다운 원단들과 마네킨들 사이에서 항상 시침핀을 잡고 작업을 해야 했던 내게 있어 가장 든든한 작업복은 바로 데님 바지였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작업 중에 허리 한번 굽힐 때 내 시선에 먼저 들어오는 것도 나의 허벅지를 감싸고 있던 데님이었고, 툭 떨어뜨린 바늘을 찾아 눈을 내리면 먼저 들어오는 것도 바로 나의 빛 바랜 데님이었다. 서늘한 파리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휴식을 찾던 그 순간에도 데님은 나를 든든히 지켜주었고 유럽 어느 나라 공주의 수 천만 원짜리 오뜨꾸띄르 재킷을 피팅 할 때도 나는 파리 어딘가에서 구입한 데님(denim; 두꺼운 천의 면포를 뜻하는 패션용어로 진(jeans)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됨)을 입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진 한 벌을 구입하려고 파리 골목을 누비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 시절 나는 데님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방 안 벽 한 쪽을 데님으로 채웠던 적이 있다. 동그랗게 공 벌레처럼 말아서 빼곡하게 쌓은 데님바지만 해도 백 벌 정도 되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밤새우며 작업하던 파리 시절부터 지금의 맥앤로건 브랜드를 진행하는 지금까지 언제나 나의 든든한 동반자였던 데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데님에게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의 옷을 입혀서 세상 밖으로 소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데님이라고 하면 투박한 재킷, 슬랙스(편하게 입는 바지)를 생각하지만, 나는 이번 쇼에서 데님을 가장 아름답게 성장한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꾸며 주고 싶었다.


    정선혜 : 그렇다면 평소에도 데님처럼 소재를 먼저 대상으로 두고 디자인을 하는가? 예를 들어 유명 여배우나 스타들의 드레스는 무엇이 먼저인가?


    로건 : 드레스를 의뢰 받거나 제작을 할 때 옷을 특별한 디자인으로 만든다거나 예쁜 옷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옷을 화려하게 해서 배우들이 묻히는 스타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배우가 수 년 전부터 그런 스타일을 입어 왔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느낌의 의상을 디자인하고 싶었다. 배우들의 스타일이나 표정을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해 준다.


    그렇게 했더니 배우들이 오히려 드레스를 입었을 때 표정이나 애티튜드(attitude)를 자신들이 극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마음으로 드레스를 제작해 줬더니 어느 날 많은 여배우들이 나의 드레스를 선택하고 있더라. 현재까지 김연아를 비롯한 여배우들의 데이터만 500여 개가 넘는다.
     
    정선혜 : 영화제와 같은 시상식을 통해 맥앤로건을 알게 된 사람은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맥과 로건에게 있어 ‘옷’이란 어떤 의미인가?


    로건 : 옷이란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인생을 덧입히자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한다.


    매장에 있으면 한 명 한 명의 고객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 남편은 어떤 사람이고, 시집살이를 어떻게 했는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인생들이 하나 둘씩 뭉쳐져서 어느 순간 나에게 파노라마처럼 4D로 펼쳐진다. 그리고 난 어느 새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살았던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들의 인생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저명인사도 엄마와 딸의 입장이 되었을 때는 서로가 사랑하지만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는 애증의 존재였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부터 지금의 손녀까지의 인생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순차적으로 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토리로 2013년 첫 컬렉션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 모녀의 이야기가 맥앤로건 컬렉션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세계적인 명품들은 100년 200년 된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에겐 오히려 고객들이 만들어 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있다. 그것이 '맥앤로건의 옷'이다.



    정선혜 : 실제로 어머니의 삶이 자녀에게 영향을 준 사례를 본 적이 있나?


    로건 : 어느 날 삽(shop)에 한 남자분이 찾아왔다. 도저히 옷을 잘 입을 것 같지 않는 평범한 스타일의 남자였다. 하지만 컬러를 고르는데 정말 독특하고 개성 있는 세련된 스타일을 고르더라.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이 고른 의상을 보고 맘에 든다며 그분의 어머니께서 매장을 방문했다.


    그 순간 그 남자분의 심미안이 이해가 되었다. 아! 하고 모든 것이 다 이해 되었다. 그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분의 삶을 듣고 나니 확실히 그녀의 패션에 대해 이해가 갔고, 그의 센스들은 역시나 어머니로부터 나온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엄마라면 멋진 소비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더니 그 아들은 그것을 보고 자라 패션을 보는 독특한 안목이 생긴 것이다.


    정선혜 : 로건이 추구해온 패션 이미지들을 보면 ‘윗 세대를 공경해서 준비한, 스토리가 있는 컬렉션’이란 말과 매치가 안 된다고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로건 :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옛날부터 어른들을 공경해 왔다. 우리 그 이전에 살아 온 그들의 삶 자체가 존경스럽기 때문이다.


    옷을 뜯어보고 연구하다 보니, 그 옷을 입는 사람이 궁금하고 그 시대를 살아왔던 그 윗 시대가 궁금해 졌다. 그 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면 나는 그 순간에 쑥 빠져버리는 느낌이 든다.  컬렉션마다 기쁘고 벅찬 마음으로 어떤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슬플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구로공단에서 미싱을 돌리며 오빠 동생을 뒷바라지 하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가슴 속에 뭔가가 꽉 막히는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녀들에겐 한 달에 한 번 받는 그 돈 봉투가 기쁨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대가 만든 문명을 그대로 이어주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도 고민된다. 앞으로는 사람이 돋보이는 배경이 중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시대에 맥앤로건의 옷이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존재로 거듭 날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윗 세대가 살아온 세월을 공경 할 수밖에 없다.


    그 시대엔 어떤 옷을 좋아했을까? 라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선혜 : 10여년 전 로건이 필자에게 말한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이런 모습이었다. 학교 운동장 저 끝에서부터 흙먼지를 날리며 흑장미색 자동차 한대가 선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굽 높은 킬 힐을 신고 내리는 세련된 여성. 그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예사로운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 같다.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어머님의 영향인가?


    로건 : 하하하! 그렇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만 한다"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 당시엔 디자인이 미래를 바꾼다고 생각하신 어머니는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게 미래의 꿈을 주입시켰다.


    나는 궁금증을 못 참는 아이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 해부를 해 봐야 직성이 풀렸다. 라디오, 텔레비전... 다 뜯어 봐야 했다. 텔레비전 안에 사람이 있는 건지 어떤지 궁금했다.


    어머니 옷도 그냥 보고 이해되는 것은 넘어갔지만 이해가 되지 않으면 소매며 뭐며 다 뜯어보았다. 어머니께서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상상이 간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에어컨이다. 에어컨이 막 나오던 때라 엄청나게 비쌌던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결국 에어컨도 다 분해를 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 쫓겨 날 정도로 혼쭐이 났었다.  모든 사물의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참 궁금했었다. 그래서 모든 걸 마음껏 해체하고 다시 만들 수 있었던 10년 동안의 파리의 오뜨꾸띄르 작업장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맥 : 나는 좋은 교수님을 만난 것 같다.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던 그 시절에는 대부분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정장, 페라가모 구두로 멋을 내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나는 갑갑증이 생겼다. 모두들 엄마 옷장에서 좋아 보이는 걸 골라 걸치고 나온 듯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나도 엄마 옷장을 좋아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좀 달랐다. 버리지 못한 옛날 스타일들에 반해 있었다. 거의 벗었다 싶을 정도로 이너웨어(innerware)를 노출하고 알록달록한 스타일이나 어깨가 드러내는 오프 숄더 의상 등 드레시하게 입고 다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보수적인 교수들 사이에서 교수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400명이 듣는 음대 합주시간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불러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알겠으나 여러 학생들이 있으니 복장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한 적도 있다.


    어느 날, 작곡 전공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패션을 그렇게 하고 싶으냐?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파리에 가서 웨이터를 하고 싶다. 나도 언젠가 파리에 가서 꼭 나의 꿈을 이루고 싶다. 내가 네 나이라면 꿈을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할 것 같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전공하던 작곡을 정리하고 파리로 떠났다. 파리의 정돈된 회색 건물과 그 안에 들어간 화려한 색감들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파리에서의 10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교수님은 여전히 교수직을 하고 있다. 하하!



    정선혜 : 매번 컬렉션마다 마지막 피날레에 딸과 함께 나오던데 자녀도 디자이너의 길을 걷길 원하는 것인가?


    맥 : 그건 아니다. 많이 경험해 보고 자기가 좋은 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히려 사람들이 말하는 정해진 코스의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이 꼭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주변에서 다른 아이가 하는 걸 보고 "나도 그걸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할 때 시켜주면 굉장히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확인한다. 하다가 그만 두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을 정도로 봐 주면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본인이 직접 찾아 가게 하고 싶다.


    엄마 아빠가 디자인을 하는 것을 보고 '이게 최고다, 전부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함께 작업한 컬렉션은 보여주고 싶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된다면, 말리진 않지만 다른 다양한 것들도 경험하고 선택했으면 한다.


    정선혜 : 맥과 로건, 두 사람 모두 개개인의 개성도 강해 보인다. 함께 일하다 보면 싸우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로건 : 1년에 2번 컬렉션 준비하면서 이러다 이혼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오히려 디자인 컨셉을 정할 때는 싸우는 일이 없다. 작품을 기획 할 때는 같은 디자인이 나올 정도로 두 사람의 생각이 비슷할 때가 많다.


    우리가 정한 컨셉의 의상들은 평범한 디자인이 아니다. 평범한 디자인인 경우에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비슷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이다. 파리에서의 모태가 같다보니 그런 것 같다. 말은 다르게 하는데 그림으로 표현을 하면 같은 것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컬렉션 실무에서는 다툼이 있었다. 컬렉션 초반에 서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많아서 이견을 보일 때가 있었다. 컬렉션 한번에 180 피스 정도를 준비해야 하니 그 모든 것에 맞는 음악, 무대 조명 등을 신경 쓰면서 예민해져 다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부분까지도 어느 정도 상대의 성향이나 상황을 이해해 가면서 토닥거리는 경우도 거의 없어졌다. 주변 사람들 말로는 부부 디자이너치고는 상당히 서로가 잘 챙겨주고 위해주는 편이라고 하더라. 그 말이 진실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하하!



    정선혜 : 맥앤로건 브랜드를 런칭하고 진행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머뭇거리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로건 : 사기?! 하하하~!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접근을 했고 제안이 많았다. 우리도 그런 제안에 솔깃했다.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자꾸 떠 올리진 않는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누군가가 중국 사업을 제안했고, 중국에서 패션 사업을 확장한다고 했는데 사람과 옷이 함께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이 감성적이어서 한 번 믿으면 다 믿어 버리기 때문에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허탈하고 힘들었다. 돈보다는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에 같이 책임을 지면 사업, 사라지면 사기, 이렇게 정리가 되더라.


    맥앤로건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6년인데 거의 1년에 한 번씩 사기를 당한 것 같다. 차근차근 성장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유명세를 타다 보니 그런 제안이나 사람들이 많이 치고 들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주변의 고마운 일을 알게 되었고 일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해결해 놓고 나면 더 좋은 일이 생겼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다 공부였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그런 일들을 통해 오히려 더 탄탄하게 성장한 것 같다.


    정선혜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맥&로건 : '맥앤로건'하면 한국에서 만들어진 좋은 제품이라고 세계인들에게 기억되면 좋겠다. 맥도 아니고, 로건도 아니고, 맥앤로건(MAG&LOGAN)!


    우리는 감각을 타고난 민족이다. 실제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재주가 있다. 파리에 있을 때 우리나라의 전통작품들을 여러 전시나 패션쇼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그 전통성을 살린 작품들이 그냥 갤러리에 있을 땐 멋있지만, 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입거나 사용하려고 할 때 거리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이 그들에겐 생소한 아이템이 되어 버리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지만, 생활 속에서 친숙하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품들과 의상을 만들고 싶었다.


    맥앤로건은 한복 소재를 애용하는데, 김연아의 블랙 드레스도 전통적인 상주 명주 소재였다. 부드럽고 사각거리면서 투명한 느낌과 은은한 광택을 주는 정말 아름다운 원단이지만 한 폭이 겨우 30CM 정도 되는 원단이다. 그 소중한 원단을 잘라 버리기 아까워 하나하나 접어서 사용했다. 왜냐면 이거 아니다 싶으면 다시 풀어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도 다시 풀거나 버리지 않았다. 그랬더니 우리의 전통이 살아있는 의상으로 표현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성을 살린 질 좋은 상품과 옷을 일상의 익숙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디자인하고 만들어 세계인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맥앤로건의 스토리를 마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수가 공감하는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의 고대인들은 미(美)라는 것은 사물에 대한 객관적 속성이라고 정의하며 황금분할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아름다움은 이념과 감각세계를 체험하고 나오는 산물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름다움의 정의에 대해서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릴 수는 없듯이 지금도 수많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아름다운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맥앤로건. 단순히 입는 옷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부모세대의 인생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는 그들의 옷은 우리의 삶의 한 단면이며, 어쩌면 현대를 대표하는 우리 아름다움의 지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0년을 한 길로 달려온 디자이너 맥앤로건. 세계에 나아가고 싶은 욕심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10년 후의 스토리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