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현 제주탐나라공화국(제주남이섬) 사장 "나는 말(馬)에서 쉬고 말(馬)에서 죽을 것이다"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5.08.10 15:51

    2014년 12월 30일, 강우현 사장은 남이섬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상상신화를 써 온지 14년 되던 해였다. 그 후 7개월, 상상괴짜 강우현은 어디선가 또 다시 일(?)을 내고 있을 텐데. 그렇다. 그는 제주도에 있었다. 이미 작년 2월부터 제주도에서 그는 상상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고 있는 걸까? 제주도로 그를 찾아갔다.



    "거기 돌 깎는 곳 아니에요?"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강우현 사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 들은 택시기사의 말이다. 돌 깎는 곳? 벌써부터 재미있어진다. 또 무슨 상상파티를 벌이고 있길래… 40여분쯤 지나 내린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일대. 어디선가 다듬고 깎는 소리는 어렴풋이 들리는데 도통 입구를 찾기가 힘들었다. 우거진 숲에 인적도 드문 것 같고, 내륙의 무더위에 땀도 많이 나고 해서 전화를 했다. "여기요!" 작년 12월 남이섬 대표이사 퇴임식 이후 6개월 만에 강우현 사장을 다시 만났다. 따가운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모자를 쓰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있었음에도 그의 얼굴은 많이 그을려 있었다.


    지구상에 있는 것이면 무조건 하지 않는다


    강우현 사장은 이미 지난 5월 9일 '제주탐나라공화국' 개국행사를 가졌다. 16개국에서 온 손님들을 모시고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에 이어 대한민국에 두 번째 상상나라가 탄생한 것을 선포한 자리였다.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기자(이하 유승용) : 한창 공사 중인 것 같은데 벌써 개국행사를 한 것인가


    강우현 제주남이섬 사장(이하 강우현) : 그날 손님들이 와서 꽃씨도 뿌리고 일도 같이 했다. 관광지는 손님들과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 공사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아마도 내년 이맘때쯤은 열 수도 있을 것 같다. 1년 사계절 자연의 한 사이클이 돌고 나면 뭔가 보일 것 같다. 사실 현재 시점에서 문 여는 것이 그리 중요할 것 같진 않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상상나라를 만드는 일이기에 오픈 일도 상상에 맡긴다.


    유승용 : 어떤 상상나라를 만들고 있는가


    강우현 : 나도 잘 모르겠다. 작업을 더 해 봐야 알 것 같다. 하지만 '미스터리 파크'라는 것은 확실하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 대부분 시나리오를 많이 짜는데 난 그것이 탁상공론이라 생각한다. 현실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 와서 땅을 파보니 돌이 나오고 그 돌로 담을 쌓던지, 깨서 쓰든지, 조각을 하든지… 조각이 좋다 하면 조형물 테마가 되고, 담을 쌓다 보면 크고 작은 돌이 어우러진 '담'이 테마가 되고, 일단 첫 삽을 뜨고 시작을 하는 순간 달라진다. 담장과 조각은 전혀 다르지만, 어느 순간 담을 조형물처럼 쌓을 수도 있고, 담장을 조각처럼 깎아가며 만들 수도 있다. 대개 사람들은 궁리만 먼저 한다. 그래서 책을 본다. 그러면 국내외 어디든 이미 존재하는 것을 비슷하게 카피하게 된다.


    유승용 : 세상에 단 하나뿐인 테마파크인가


    강우현 : 우리는 뭘 잘하냐 못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다른 데와 다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곳에 있는 것이면 무조건 하지 않는다. 지금 가만히 귀 기울려 봐라. 이곳에 바람소리, 새소리, 구름소리,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나. 제갈량이 적벽대전에서 구름을 불렀듯이, 나는 새를 부른다. 새를 부르는 방법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꽃씨를 가져오게 하고, 꽃밭이 아니라 아무 들판에나 뿌리게 한다. 뿌려 논 꽃씨의 절반은 새가 먹는다. 새가 꽃씨를 먹으로 와서 집을 짓고 알을 낳고 동료들이 모이니까 새가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아름다운 새소리가 만들어지고 다른 것이 나오게 마련이다.


    유승용: 나미나라공화국(남이섬)과도 다를 것 같다


    강우현: 남이섬은 돌이 없는데 여기는 땅 속에 돌이 많다. 남이섬은 땅 위로 나무를 심었고, 여기서는 돌을 캐서 쌓고 깎는다. 남이섬은 땅 위로 가고 여기는 땅 밑으로 가는 것이다. 이 땅에 있는 모든 재료를 쓴다. 돌, 흙, 풀, 나무 등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쓴다.


    유승용 : 발 밑에서 모티브를 찾은 것인가


    강우현 : 제주의 재발견이다. 바다만, 한라산만 보지 말고 발 밑에 돌을 보라. 땅을 파면 아름다운 돌이 나온다. 땅 속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는데 제주에 오면 바다만 보고 산만 보려고 한다. 제주 돌담, 돌담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는다. '돌을 어떻게 팔아?' 하겠지만 돌하르방, 유리하르방, 조명등, 도자기, 돌시계 등 현무암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척 많다. 디자인이 가미되면 상품이 된다.



    강 사장은 탐나라공화국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상품들의 브랜드를 이미 개발했다. 그것은 바로 'Volcano'. 그는 관광은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고 강조한다. 브랜드 상품사업을 통한 제조, 유통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남이섬이 현지인들과 상생을 위한 제주 흑돼지 유통과 소시지 가공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동안 관광지 하면 테마파크를 개발, 운영하는 주체는 힘들어 하고 면세점, 식당들은 먹고 사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남이섬 성공했으니까 이젠 누려?


    강 사장과 몇 마디를 나눈 후 탐나라공화국 일대를 돌아보았다. 10만 제곱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공사를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지났다. 아직 그려야 할 그림들이 무한히 남아 있지만 곳곳에 그의 상상작품들이 즐비해 있다. 화룡점정, 용의계곡, 노자연못(무법천지), 백화만발, 마그마캐년, 인어공주길, 연리지 나무숲 등 하나하나 만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스토리가 탄생한다. 제주에만 있고 육지에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상상천국이 될 것이라고 강 사장은 자신한다.


    "당장이라도 오픈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관심을 보입니다. '관광객들은 언제 오냐, 내년 이맘때 열 것이냐' 하고 묻습니다. 그럼, '열고 싶을 때 열려고요' 라고 대답하죠. 열고 싶을 때 열 수 있는 게 행복한 것입니다."



    1년 전 공사를 시작할 때 비바람을 피하고 식사를 했던 초옥 옆 정자에 그와 다시 앉았다.


    유승용 : 또 다시 힘든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강우현 : 여기 와서 그 옛날 노자 생각을 많이 한다. 땅을 파다 보니 돌이 나오고 돌을 쌓다 보니 길이 보였다. 사실 남이섬에서 할 만큼 했는데 이젠 좀 누리면서 살지 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하지만 난 지금 유배 온 기분으로 목숨 걸고 몰입을 하고 있다. 올인을 한다는 뜻이다. 남이섬 성공했으니까 이젠 누려라? 난 누리지 않겠다. 또다시 새로운 길을 연다. 나는 말(馬) 타던 사람이니까 말에서 쉬고 말에서 죽을 것이다.


    유승용 : 모험일 수도 있는데,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강우현 : 사람들이 '성공한다' '꿈을 이룬다' 하는데 참 유치한 말이다. 생각하는 것을 이루는 것? 액션이 들어가면 이뤄지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까 설계도 그리고 마스터플랜 짜고 하는 시간에, 땅을 파보니까 돌이 나와서 이것을 어디에 쓰지 하니까 뭐가 나오는 것이다. 결국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승용 : 그래도 밑그림이나 계획이 필요하지 않나


    강우현 : 창조경제, 창조경영 이런 것이 잘 안 되는 게 의사결정 절차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생각한 것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열정적으로 몰입하려면 의사결정 구조가 명확하고 단순해야 한다. '요샌 한국이 중국보다 만만디죠.' 회의, 검토에 토론만 하는 한국사회를 비꼬는 어느 중국인의 말이다. '창조경제, 융복합, 변화혁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도 이런 토론회장은 만원사례다. 되는 쪽보다 안 되는 쪽,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탁상공론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책임 회피족들, 보신주의로 둔갑한 안전제일주의가 창조∙상상의 걸림돌이 되는데도 문제점만 찾는 현실이 한국을 만만디로 만들고 있다.


    유승용 :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해답을 못 찾는 것 같다


    강우현 : 학교 다닐 때 우리는 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웠다. 그런데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문제를 내는 방법만 배우는 것 같다. 문제를 푸는 사람은 없다. 최근 메르스 등과 같은 사회위기가 닥쳤는데도 대부분 문제제기만 할 줄 안다. 문제를 내는 것보다 푸는 데에 익숙해져야 상상력이 발휘되고 결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그 다른 생각은 15년전 자본잠식 상태의 연 입장객 수가 30만명 정도에 불과했던 남이섬을 매년 3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최고의 상상나라로 만들었다. 그는 '아전인수(我田引水)'를 남이섬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해석하고, '일석이조(一石二鳥)'는 한번 맘 먹으면 두 가지를 한번에 한다는 '일심이행'으로 고쳐 썼다. 보통 나쁜 의미로 쓰이는 '동상이몽(同牀異夢)'은 어떻게 침대에서 한가지 생각만 하겠는가, 생각은 많이 할수록 좋고 아이디어는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을 좋아한다. 고기를 잡을 때 고기부터 건드리면 고기는 도망가고 만다.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오직 그 목표를 향해서만 매진하기 때문에 실패를 한다. 목표를 성취하려면 먼저 주변을 다 정비한 다음 마지막에 목표를 살짝 건드리면 된다.


    "사람들은 최고가 아니라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다 압니다. 그러면서도 남들을 따라 하게 되죠. 궁해야 통한다고 했습니다.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수익모델을 생각합니다. 수익모델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유승용 : 앞으로 탐나라공화국을 탐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강우현 : 그러길 바란다. 매일 자연과 함께 놀고 있다. 꽃 심고 나무 심고 돌을 쌓다 보니 새로운 자연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한 3년 정도 지나면 눈감고도 될 것 같다. 남들처럼 콘도부터 짓고 하면 오래가지 못 갈 것이다. 관광지 만들어야겠다, 돈을 벌어야겠다,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하겠다, 이런 것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내가 살고 싶어서 가꾸고 만드는 땅이다. 돌에 새긴 그림과 글귀들을 비롯해 탐나라공화국의 모든 것들이 1천년 이상 갈 것이다. 제주에도 없고 세계에도 없는 유일한 땅이 바로 이 곳이 될 것이다.


    제주탐나라공화국. 온갖 꽃들이 사방에서 춤추고(百花滿發;백화만발), 제갈량을 능가하는 지혜로 자연의 이야기를 창조해 가며(畵龍點睛(화룡점정),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따라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天人合一;천일합일) 상상나라. 이것이 강우현 사장이 제주에 사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