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황금주파수 지상파 방송에 할당해야"...정부 방안에 반대

    입력 : 2015.05.19 15:05

    19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통신과 방송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가 7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를 통신과 방송 모두에게 할당하겠다는 정부의 주파수 분배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미방위 전체회의실에서 700MHz 주파수 대역 용도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조해진 주파수소위 위원장과 심학봉 의원, 최민희 의원, 전병헌 의원을 비롯해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미래부는 회의 시작과 함께 '4+1안'으로 불리는 정부의 700MHz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4+1안은 초고화질(UHD) 방송을 하는 KBS1과 KBS2,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 4개에 6MHz 폭씩 총 24MHz 폭을 할당하고, EBS에는 DMB 대역을 배정하는 방안이다. 방송뿐 아니라 통신에도 40MHz 폭이 배정된다.


    설명이 끝난 후 주파수소위 소속 의원들은 정부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전 의원은 "이번 방안은 그간 정부가 UHD 방송에 인색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 진전을 보이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며 "(통신보다는) UHD 중심으로 다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방송산업을 창조경제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면 보다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4+1안은 국회에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의원들은 EBS에만 DMB 대역을 할당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EBS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공익성이 강하다"며 "규모가 큰 지상파 방송에만 700MHz 주파수를 배정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EBS에는 DMB 대역을 배정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의원 역시 "EBS에 DMB 대역을 할당하겠다는 건 사실상 EBS에게 UHD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성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은 "DMB 대역을 할당하는 EBS에는 UHD 방송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마련하는데 들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500억원을 별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파수소위는 정부에 3.5기가헤르츠(G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700MHz 주파수는 방송에 모두 할당하고 통신용으로는 아예 다른 대역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이동통신사들이 2~3GHz 주파수 대역을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며 "정부에서 3.5G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또 다른 대안책도 생각해봤느냐"고 물었다. 전 국장은 "3.5GHz 대역에 200MHz 폭이 있긴 하지만 현재 이 대역은 방송 중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회수 후 재배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관련 기술이나 장비도 개발된 상태가 아니다"고 답했다.


    주파수소위는 다음 회의 때는 이동통신사와 방송사 관계자들을 불러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 조 위원장은 "정부는 지금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700MHz 주파수는 698~806MHz 사이의 108MHz 대역 폭을 말한다. 이 주파수는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이 아날로그 방송용으로 사용하다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면서 현재는 반납된 상태다. 국내 통신업계와 방송계는 700MHz 주파수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수년째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700MHz 주파수는 전파 도달 거리가 길어 기지국을 많이 설치할 필요가 없고 회절성(장애물을 피해 가는 성질)이 우수해 '황금 주파수'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