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안좋다고 인원 10% 줄인후 순익 2배 넘게 배당한 한국IBM

    입력 : 2015.05.18 09:26

    외국계 IT(정보기술)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들 사이에선 요즘 한국IBM이 종종 화제에 오릅니다. "해도 너무한다"는 식의 비판이 많습니다. 한국IBM은 금융권이나 대기업의 전산 시스템 구축, 서버 컴퓨터 판매 등 기업에 필요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작년에는 실적이 나빠져 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반 토막이 났습니다. 실적 악화를 이유로 곧바로 직원 감축에 나서 200여 명을 내보냈습니다. 전체 인원의 10%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IBM은 작년에 순이익(478억원)의 2배가 넘는 117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습니다. 이 배당금을 받은 한국 투자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IBM은 미국 IBM의 100% 자회사여서 배당금이 고스란히 미국 본사로 다 들어갔습니다. 벌어들인 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미국 본사에 돌려준 것입니다.


    한국IBM의 높은 배당은 작년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전해인 2013년에도 실적이 안 좋다며 직원 260여명을 내보내면서 배당금은 순이익(1155억원)보다 많은 1328억원을 지급했습니다.


    한국IBM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바꾸면서 일부 인원 조정이 있었으며 의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배당금뿐만이 아닙니다. 한국IBM은 매년 각종 특허료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1500억원 정도를 지급합니다.


    이익보다 배당이 많아지면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줄고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는 2000년대에 경영권을 쥐고 있던 외국계 펀드가 배당이나 유상감자 등으로 거액을 가져가는 바람에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한국IBM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 본사로 보내는 영업 지점에 불과하며 사회적 책임이란 의식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배당·인사·투자 등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수백명의 직원을 해고하면서 이익보다 많은 돈을 본사로 가져가는 행태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