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引受하려다가 영입된 푸른눈의 게임전문가

    입력 : 2015.05.18 09:09

    [세계 최대 게임업체 EA 부사장 출신 오웬 마호니 넥슨 사장]


    "김정주 사장에 引受제안하자 세번이나 거절하던 金사장, 그때마다 영입 逆제안…
    창업 후 사상 최대 실적… '재미'라는 게임 본질에 충실했던 것이 비결
    20여개 모바일게임도 개발중"


    남의 기업을 인수하러 왔다가 그 기업에 인수된 남자가 있다. 게임이 좋아 게임 회사에 들어왔다 사장까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의 오웬 마호니(Mahoney·49) 사장이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인 넥슨은 2011년 일본 도쿄 증시에 상장되면서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제주도에 있는 지주회사 격인 NXC가 도쿄에 본사를 둔 넥슨을 지배하고, 넥슨은 다시 넥슨코리아와 넥슨아메리카, 넥슨유럽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운영하면서 그룹 전체의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마호니 사장이 이른바 게임을 주 사업으로 하는 넥슨 그룹의 실질적 CEO이고, 창업자인 김정주 NXC대표는 그룹의 미래 사업과 투자 등을 맡고 있다.


    게임 업체 넥슨의 오웬 마호니 사장


    15일 경기도 판교의 넥슨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마호니 사장은 왼쪽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넥슨의 실적 발표 준비 때문에 며칠간 무리를 한 탓인 듯했다. 넥슨은 전날 분기 매출 4790억원, 영업이익 2048억원의 글로벌 실적을 발표했다. 1994년 창업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사상 최대'라는 호(好)실적에 대해 마호니 사장은 "'재미(fun)'라는 게임 비즈니스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재미에는 국경도 인종도, 시대도 없어요. 비틀스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은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똑같이 감동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 게임을 내놓는 것이 우리의 일이고, 이를 사람들이 인정해 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뿐입니다."


    2010년 넥슨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영입되기 전 그는 세계 최대 게임 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수석 부사장이었다. 그는 2001년 온라인 게임에 두각을 보이는 넥슨에 인수 제안을 하러 왔다가 김정주 넥슨 창업자로부터 "그러지 말고 당신이 우리 회사로 오라"는 역(逆)제안을 받았다. 9년간 그렇게 3번의 인수 제안과 이직(移職) 제안이 오갔고, 결국 마호니 사장이 넥슨으로 옮겨왔다. 두 회사의 삼고초려(三顧草廬) 경쟁에서 넥슨이 승리한 셈이다.


    글로벌 기업의 수석 부사장을 아시아의 작은 게임 업체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그는 "넥슨에는 정말 특별한 점이 있다"고 했다. "넥슨은 무료 온라인 게임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선보인 회사입니다. 또 한국에서 설립돼 일본에서 상장했고, 저 같은 미국인을 사장으로 두고 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없어요." 그는 넥슨 경영진 대부분이 2개 국어 이상을 하고, 이들 간의 토론과 협업으로 회사의 모든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호니 사장도 영어 외에 일본어에 능통하고, 한국어도 곧잘 하는 멀티링구얼(multi-lingual· 다국어 구사자)이다.


    글로벌한 경영 문화는 게임 산업 규제에 대한 대응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마호니 사장은 청소년들이 자정 이후 게임을 못 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셧다운' 제도에 대해 "나라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한국에는 한국의 사정이 있다"면서 "규제는 규제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이 제도가 '게임 산업을 죽이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국내 대부분의 게임 업체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에 대해서는 "나도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부모와 아이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공통의 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넥슨이 청소년들의 교육과 성장, 건강 분야에 사회 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미국 인텔의 경우, 청소년의 과학 교육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 매년 수백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넥슨은 앞으로 모바일 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세계적 강자이지만, 모바일에선 후발 주자다. 현재 모바일 게임은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핀란드), '캔디크러시소다'의 킹(영국) 같은 신생 업체들이 강세다. 마호니 사장은 "최근 나온 '도미네이션즈'에 이어 20여개의 새 모바일 게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애플·구글처럼 모바일 기기나 운영체제 같은 '플랫폼'을 내놓고 여기에 넥슨의 게임을 얹어 파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마호니 사장은 "게임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애플·구글 같은 기술 기업과 넥슨 같은 게임 회사는 가는 길이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