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4 09:16
매각 희망가 2조5000억원… 인수후보 4개社 한발 물러서
주관사, 분할매각 카드 내놔
2조원대의 대형 매물인 국내 3위 케이블TV 업체 씨앤앰의 매각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인수 후보로 꼽히는 SK·LG·CJ·태광이 모두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서울·경기 지역에 가입자 238만명을 보유한 씨앤앰의 매각은 '1강(强) 4중(中)'의 유료 방송 시장을 뒤흔들 변수다.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80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KT그룹을 뒤쫓아야 하는 CJ헬로비전(417만명)·티브로드(329만명)·SK브로드밴드(300만명)·LG유플러스(250만명)로선 씨앤앰만 인수하면 곧바로 2위로 올라서기 때문이다. 씨앤앰이 서울에서 150만명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것도 매력적이다.
씨앤앰은 1월 인수 후보자 50여 곳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할 때만 해도 상황을 낙관했다. 4개사 중 한 곳만 뛰어들면 경쟁이 붙을 테고 기다리면 가격이 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말 접수 마감을 해보니, 4개사 모두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고 불참했다. 2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진 매각 희망가 때문이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재 가격의 절반 이하라면 모를까 2조원대로 살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씨앤앰의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엔 4개사를 움직이기 위해 분할 매각이란 카드를 재차 내놨다. 서울 강남·서초와 같이 일부 지역의 가입자만 잘라서 선(先)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달 15일까지 분할 매각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씨앤앰 관계자는 "15일 이후에도 전체든 일부든 인수를 원하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인수의향서를 받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곳만 먼저 뛰어들게 하면 인수 경쟁에 불이 붙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4개사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를 쪼개면 나머지는 더욱 살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씨앤앰으로선 매각을 마냥 지체하기 어렵다. MBK파트너스 등 대주주는 씨앤앰을 담보로 2조원대의 인수 금융을 받은 상태다. 만기는 내년 7월이다. 급해진 씨앤앰은 이번엔 인수자의 현금 부담을 최소화한 매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씨앤앰 고위 관계자는 "공개 입찰에 잠재적 인수 후보인 4곳이 안 들어온 것은 맞지만, 미국의 디스커버리와 사모펀드 등 3~4곳이 인수의향서를 내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