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보며 TV로 바로 쇼핑, 'T커머스' 시대 열린다

    입력 : 2015.05.13 09:44

    [올해 6社 서비스 시작, 총 10곳 각축]


    디지털방송 가입자 2000만명 넘어서자 B쇼핑 이어 롯데홈쇼핑 등 앞다퉈 참여
    작년 790억 거래, 올 2500억 성장 예상
    인터넷 검색하듯 TV서 상품 찾아 주문 "홈쇼핑보다 수수료 낮아 가격 경쟁력"


    T커머스 시장에 홈쇼핑과 방송·유통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T커머스는 TV와 상거래(commerce)의 합성어로 TV 홈쇼핑과 온라인몰을 결합한 형태의 쇼핑이다. 정해진 시간에 하나의 상품을 파는 기존 TV 홈쇼핑과 달리 소비자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리모컨으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하고 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과 IPTV(인터넷 TV) 보급이 확대되면서 시청자들이 TV에서 언제든지 다양한 상품을 고르고 구매·결제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다.


    ◇올 들어 5개 T커머스 서비스 개시


    현재 우리나라에 T커머스 사업권을 가진 업체는 GS·CJ·롯데·현대·NS 등 TV 홈쇼핑 5개사를 비롯해 KTH·SK브로드밴드·화성산업·아이디지털홈쇼핑·벼룩시장 등 모두 10개 회사다. 이 기업들이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은 2005년. 하지만 KTH가 2012년 8월 T커머스 방송을 처음 선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체가 사업권만 보유한 채 직접 서비스를 하지는 않았다.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방송사와 시청자가 정보를 양방향으로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방송 시스템이 충분히 보급되지 않았던 탓도 크다.


    한 여성 시청자가 올해 3월부터 롯데홈쇼핑에서 진행하는 T커머스 방송을 보며 구매 제품을 고르고 있다. 업계는 최근 디지털 방송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올해 국내 T커머스 시장 규모도 25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제공


    T커머스 시장은 올해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월 SK브로드밴드는 'B쇼핑', 화성산업이 대주주로 있는 드림커머스는 '드림&쇼핑'이라는 이름으로 T커머스 서비스에 본격 나섰다. 2012년 8월부터 '스카이T쇼핑'이라는 이름으로 방송해온 KTH는 채널명을 'K쇼핑'으로 바꾸고 기존의 '스카이라이프' '올레TV'는 물론 케이블 TV인 '씨앤앰' 'CJ 헬로비전'에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김경로 KTH T커머스사업본부장은 "플랫폼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까지 확대해 현재 1400만명인 가입자 수를 연말에는 200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도 속속 진입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3월 '롯데 원(One) TV'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생활·주방용품과 가공식품 위주로 구성된 '현대홈쇼핑 플러스샵' 방송을 개시했다.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는 "T커머스를 통해 검증된 상품을 TV 홈쇼핑 방송에도 소개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NS홈쇼핑은 오는 7월 T커머스 사업을 개시하고, 대형 마트인 이마트는 T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해 기존의 T커머스 사업자인 드림커머스의 유상 증자 참여 가능 여부에 대해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심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디지털 대중화·홈쇼핑 업계의 진출로 활기


    업체들이 T커머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IT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방송 가입 가구가 증가하면서 T커머스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우리나라 디지털 방송 가입자 수는 2012년 1000만명에서 지난해 1907만명, 올해는 2345만명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전체 유료 TV 가입자의 95%인 2840만명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T커머스의 확장성도 큰 장점이다. T커머스는 동일 시간에 한 제품만 소개하는 기존 홈쇼핑과 달리 고객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듯이 여러 개의 상품을 입맛에 맞게 구매할 수 있다. 또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도 더 낮아진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는 "T커머스는 판매자가 직접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만 등록하면 적은 물량도 얼마든지 팔 수 있다"며 "입점 절차가 간단하고 판매 수수료도 싼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근 급성장하는 모바일·인터넷 쇼핑에 밀리고 있는 홈쇼핑 업계로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GS홈쇼핑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295억원)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급감했고, CJ오쇼핑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360억)도 작년보다 7.9%나 줄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납품 비리와 수수료 담합 등으로 곤혹을 치른 홈쇼핑 업계가 중소기업의 판로(販路) 확대를 지원하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만회하려고 T커머스를 시작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끌어모을 차별화 전략 마련해야"


    업계는 T커머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T커머스협회는 국내 T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790억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2500억원, 내년에는 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채널이 대부분 30번 이상 뒤쪽에 있는데도 한 채널의 하루 거래액이 최대 5억원에 이를 정도다. 업계 선두 주자인 KTH는 지난해 T커머스 총거래액이 68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고, 롯데홈쇼핑은 '롯데 원 TV'를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누적 시청 횟수 300만건을 넘겼다.


    손승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T커머스는 정보 전달 방식이 소비자 중심인 데다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홈쇼핑보다 수수료가 낮아 가격 경쟁력도 있다"며 "다만 T커머스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구성된 만큼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