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3)

  • 서진영 경영·철학박사

    입력 : 2015.04.24 11:05

    5) 빅데이터를 이용한 외국의 비즈니스 사례


    (가) 패스트 패션 – 자라


    * 빅 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실현하는 데 있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로 불리는 자라(ZARA)나 H&M, 유니클로의 성공은 기존의 패션 산업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낸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존에는 패션 브랜드의 제품 기획과 생산, 배송이 계절 단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몇 개월 이후에 유행할 상품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먹구구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면 결국 팔리지 않는 의류는 아울렛에 넘겨지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 스페인에 본사를 둔 자라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미래에 유행할 상품을 예측하는 대신 최신 트렌드를 포착해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생산하여 공급하는 전략이었다.


    유통망의 효율을 높여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에 내놓는 시간을 2주 단위로 단축시켰다. 패션 업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사례였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제품을 시장에 내놓더라도 많은 사람이 입고 다니는 옷이라면 팔릴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고 다니는 옷을 사려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 자라는 최신 트렌드에 맞는 의류를 빠르게 기획해 생산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개성과 요구를 만족시켜야 했다. 자라는 현재 11,000여 종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브랜드보다 4배가량 많은 양이다.


    자라는 지난 5년 동안 평균 16.2%에 이르는 영업 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70개 국가에 2,0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세계 2위의 패스트 패션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양 산업으로 인식돼 온 중저가 패션 브랜드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자라의 성공, 과연 우연이었을까?


    * 자라의 성공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 적정 재고량 산출, 그리고 배송 시스템을 끊임없이 과학화해 온 결과였다.


    자라는 20006년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해 왔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 매장이 늘면서 예기치 못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매장들이 인기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수요보다 많은 수량의 제품을 본사에 주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팔리지 않은 제품이 늘면서 재고가 늘었다. 여기서 엄청난 비효율이 생겨났다. 세계 곳곳에 매장이 들어서면서 정확한 판매 수요를 예측하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자라에게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각 매장의 과잉 주문 관행을 없애고 각 매장에 필요한 정확한 수요를 산출해야 했다.


    * 자라의 고민은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교의 제레미 갤리언(Jérémie Gallien) 교수를 만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갤리언 교수는 각 매장의 매출을 최대화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전 세계 매장에서 나오는 매출의 합이 어떤 조건에서 가장 큰 값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갤리언 교수는 수학의 최적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 갤리언 교수는 각 매장에 배치된 특정 상품의 수량과 판매량 사이의 일정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낸다. 어떤 상품이 매장에서 팔리려면 일정 수량 이상의 해당 상품이 전시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갤리언 교수는 이를 ‘노출 효과(Exposure Effect)’라고 불렀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어떤 상품이 어느 정도 노출되면 이후 판매량은 매장에 진열된 상품의 수량과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판매량은 무한정 증가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수량을 전시해도 더 이상 판매가 늘지 않는 시점에 다다르게 된다. 갤리언 교수는 이를 '포화 효과(Saturation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다.


    * 그렇다면 하나의 매장이 아닌 전체 매장의 매출 합을 최대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100개의 특정 상품을 100개의 매장에 한 벌씩 보내는 것보다 몇 개의 매장을 선택해 일정 수량 이상의 해당 상품을 전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각 매장에 똑같이 한 벌씩 전시하면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출 효과를 얻지 못하면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그만큼 적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갤리언 교수는 전체 자라 매장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 공급량을 산출해 냈다.


    이후 자라는 각 매장의 경쟁적인 과잉 주문을 막고 재고 부담 또한 줄이면서 최신 트렌드 제품을 빠르게 공급해 판매량 또한 끌어올릴 수 있었다.


    * 자라의 성공은 매장 매니저의 직감과 감에 의존했던 마케팅을 과학화한 데 있다. 자라 본사가 가지고 있던 세계 매장의 재고 및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정교하고 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과 재고 관리, 배송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이제 자라 본사의 담당 직원들은 어느 매장에 어떤 제품을 어떤 운송편을 활용해 얼마나 보내야 하는지를 빠르고 손쉽게 결정할 수 있다.


    - 자라는 사양 산업으로 일컬어지던 중저가 의류 브랜드 시장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이제 쇠퇴하던 의류 산업은 패스트패션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관리하는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패스트 패션이란 산업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첨단 기업이라고 하면 첨단 제품을 만들어야지 첨단 기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패션 브랜드는 사실 첨단제품은 아니죠. 하지만 패션 브랜드 자라를 첨단 기업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빅 데이터를 하나의 기법이나 테크닉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자라 같은 사례는 현대 사회에서 첨단 제품을 만드는 곳이 첨단 기업이 아니라 첨단 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첨단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장영재(카이스트 교수)


    (나) 자동차 산업 - 볼보


    * 빅 데이터를 활용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는 수십만 개의 부품이 정확한 타이밍에 작동해야 하는 첨단 장비이다. 어느 한 개의 부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들의 불편과 희생이 수반되는 구조였다.


    그런데 지금은 자동차의 결함이나 문제점이 외형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미묘한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해 대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자동차에 점점 더 많은 센서들이 부착되면서 가능해진 일들이다.


    - 볼보(Volvo)가 이런 일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 줬다. 볼보는 자동차 텔레매틱스를 통해 유입되는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문제 차량을 신속하게 리콜했다. 자동차 텔레매틱스는 차량 사고나 운전 경로 혹은 교통 정보나 생활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정보 통신 기술이다. 자동차 내부의 네트워크와 연결돼 차량 상태를 자동으로 점검하고 고장의 정확한 위치와 원인을 알려 준다.


    볼보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자사 자동차에 문제가 있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차량 운행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마침 특정 부품에서 지속적인 이상 징후가 발생하자 해당 차량을 신속하게 리콜할 수 있었다.


    사람이 직접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차량만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정 모델의 차량으로부터 운행 정보와 에러 코드 등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면 판매된 모든 차량의 이상 유무를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다.


    * 빅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자동차에 부착된 다양한 센서와 부품 간에 오가는 전기 신호 데이터들을 취합해 자동으로 분석하면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소프트웨어 결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결함을 조기에 발견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볼보의 경우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기 전에 신속하게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또 데이터 분석결과를 생산 공정에 반영해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여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타이타닉호가 그 당시 기술로는 최첨단이었고 신(神)도 그 배를 침몰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큰 배였습니다. 어지간히 큰 빙산과 충돌한다고 해도 절대로 침몰하지 않는 그런 배였는데 결국은 침몰했습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했던 가장 큰 원인은 정보 전달 체계의 문제였습니다. 신속한 정보 전달 그리고 보고 체계의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그 배가 워낙 크고 무거워서 방향을 돌리는 데 필요한 민첩성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현대 기업은 워낙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과 스피드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 그런 스피드와 민첩성을 어떻게 갖출 것이냐? 전투기는 실시간으로 계속 고공을 날면서 앞에 장애물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고도와 방향을 맞춥니다.


    이처럼 기업들도 끊임없이 시장과 고객을 스캐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데이터, 고객 데이터, 그리고 우리 제품에 대한 데이터 등 그것을 통해 우리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계속 파악하며 기업을 운영해야 합니다. 빅 데이터는 현대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화두입니다." - 유태준 (삼일피더블유씨컨설팅 상무)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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