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영양이야기 21 -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주체적으로 식사하기

  • 정유미 칼럼니스트

    입력 : 2015.04.08 18:41

    나는 하루를 대략 오전 8시 정도에 시작해 자정 정도에 마무리한다. 눈을 뜨자마자 한두 시간은 몸이 '든든한'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있기 때문에, 아침은 가볍게 사과주스(양배추 등을 조금 넣고 직접 간 것), 카페라떼, 통곡물 플레이크를 약간 올린 요거트를 먹는다. 오전 생활을 하고 몸이 어느 정도 풀리는 11시 정도에 두 번째 식사를 하고, 3~4시경에 빵이나 과일을 조금 먹는다. 마지막 식사는 8시 정도에 마무리 한다. 저녁을 일찍 먹으면 밤늦게 배가 고프고 그러면 잠드는 데 방해가 되어 뭔가를 더 먹어야 한다. 더 늦어지면 소화가 덜되어 속이 불편해 그 역시 수면을 방해하기에, 그때쯤 먹는 것이 맞는다. 원하는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되 양은 조절한다. 가공도가 높은 식품도 종종 먹지만 횟수는 제한한다. 너무 짜거나 달지 않게 먹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충분히 먹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조건들(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이 비슷하다는 전제일 때, 나는 스스로 편안하게 느끼는 적정 체중과 적절한 신체 컨디션을 유지한다.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스스로 세운 원칙들을 즐겁게 느끼며 지키려고 한다. 가끔은 몸에 무리가 안 되는 범위 내에서 예외도 허용한다. 그리고 신체적, 외부적 상황의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지 내용을 수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도 원칙에 포함한다. 이것이 일부지만 나의 식생활원칙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식사패턴을 언급한 이유는 본인처럼 할 것을 권유하기 위함이 아니다. 굳이 내 생활을 소개한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느 수준으로든 자신만의 식생활원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식생활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 참고적인 조언은 있어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 우리 주변에는 식사조언과 영양정보가 차고 넘친다. 공인된 기관에서 발표하는 것, 뉴스 보도, 선망하는 유명인의 식사법,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것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문제는 다이어트나 건강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타인의 조언에만 의지한다는 것이다. 일부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비판 없이 그대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식사를 통해 나타나는 소화반응, 배변활동, 체중변화, 피부트러블 등의 자신의 신체 반응들에 더 민감해져야 함에도 말이다. 식생활원칙을 정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와 몸이 주는 정보들을 조합하여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세상 모든 지식이 그렇지만, 공인된 식생활정보라도 완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따를 필요도 없고, 더욱이 그것을 따르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한동안 하루 세 번의 식사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다 언젠가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하더니, 또 언젠가는 하루 한 끼만 먹는 것이 좋다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일본의 요네하라 마리(米原万里, 1950~2006)는 유년 시절을 체코 프라하에서 보냈고 그곳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녔다. 그녀는 저서에서 소련 학교의 러시아인은 하루 여섯 끼를 먹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성장기 러시아인은 여섯 끼, 성인 러시아인은 하루 네 끼를 표준으로 했고 20세기 초까지 러시아 시골에서 하루 다섯 끼가 표준이었다고 소개하며, 이를 에도시대 일본인이 하루 두 끼를 먹었다는 사실과 비교한다. 지금은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대와 장소에 따라 권장사항이라는 것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때 모든 지방은 비만의 원인으로 되도록 기피할 것으로 여기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좋은 지방도 있으니 그것은 많이 먹으라고 권장한다. 과거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피하라고 했지만, 식이 콜레스테롤은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콜레스테롤 식품의 기피 권고는 사라졌다. 또한 동물성 버터 대신 식물성 마가린이 좋다고 했지만, 얼마안가 마가린의 트랜스 지방이 더 해롭다며 피하라고 했다. 달걀과 우유는 완전식품이라 불린 적도 있지만, 일부에선 달걀과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더 이롭다는 주장들이 있다. 누구는 과학적으로 채식이 좋다고 하고 누구는 나쁘다고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비타민보충이 좋다하고 다른 연구에서는 비타민보충이 오히려 안 좋다고 한다. 과학적이라는 영양정보조차도 수시로 바뀐다. 과학적이라고 해도 맹목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최악은 인터넷 등의 매체에서 근거조차 찾을 수 없는 무수한 비법들과 그것을 무작정 따라하려는 사람들이다. 원칙이 없는 사람은 더욱 그러기 쉽다. 누가 건강을 위해 ooo을 먹는다고 하면 그것을 따라 하기 위해 갑자기 여기저기서 ooo을 구하려고 혈안이고, 누가 ooo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하면 또 똑같이 따라 하기 바쁘다. 심지어 같은 영양소라도 실제로 섭취하게 되는 식품의 종류에 따라 그 질이 다르고, 같은 식품이라도 먹는 상황(함께 먹는 식품, 개인의 컨디션, 익힘 정도 등)에 따라 소화율과 소화비용이 달라져 실제 몸에서 열량으로 작용하는 값이 달라진다. 이 외에도 결과에 차이를 줄 수 있는 개인차(나이, 성별, 신장, 몸무게, 대사량, 활동량, 건강문제 등)가 있다.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무수히 공급되는 정보를 막을 수도 없고, 실제로 많은 정보량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신 수용자가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무분별하게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정보사회에서 수용자는 여러 정보를 종합 고찰하려고 해야 한다. 일본의 대표 지식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 1940~)는 인간을 '지식대사체'라고 정의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재빨리 정보를 선별하고 받아들여 이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요구됨을 강조한 말이다. 대중은 객관적 정보전달을 바라고 그것이 자신의 상황과 딱딱 맞길 원한다. 하지만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처음부터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정보는 참고만 할 뿐 나에게 맞는 것은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