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영양이야기 20 - 잘 자는 것이 '효율'이다

  • 정유미 칼럼니스트

    입력 : 2015.03.24 17:40

    일반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양, 운동, 휴식의 삼박자가 요구된다. 이 세 가지는 개별적으로 또는 상호적으로 작용하며,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도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을 종종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선지,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적절한 신체 운동을 하는 사람들조차 수면으로 대표되는 휴식에는 인색한 경우가 많다. 전구를 발명하여 어두운 밤에도 인간이 '효율적'으로 생산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에디슨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나 자신은 24시간 중 너더댓 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하며 잠을 인간의 잠재 능력을 낭비시키는 행동이라고 여겼다.


    많은 현대인들이 에디슨과 같이 잠을 줄여 '효율적'인 인생을 살고자한다. 그러나 바람처럼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원인은 간단하다 에디슨과 나의 적정 수면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마다 주량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 이러한 고려 없이 무조건 수면량을 줄이려 하면 수면부족으로 인한 무기력과 피로감으로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고 삶의 질도 낮아진다. 수면의학의 최고 권위자로 1970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 세계 최초의 수면장애센터를 설립한 윌리엄 C. 디멘트는 개인이 적정 수면량을 취하지 못할 경우 '수면빚(Sleep debt)'을 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축적된 수면부족량으로 인한 수면빚은 금전적인 빚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바로 갚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수면빚은 활동시간 중 졸림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는데, 밤에 잠을 자고도 주간에 졸음이 온다면 이는 수면빚이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조금씩이라도 수면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인간에게 잠이 억제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더 나아가 질병에도 취약해지며, 각종 사고(졸음운전사고, 안전사고 등)로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1999년 국립 수면장애연구회(앞서 윌리엄 C. 디멘트가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되었음)를 설치했다. 또한 독일의 수면학자 유르겐 줄라이는 전 세계적으로 수면부족으로 인한 비용이 약 4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잠이 부족해서 생기는 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잘 자는 것이 손실을 줄여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잘 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시간부족, 스트레스, 불안, 불편한 잠자리, 약물 등 다양한 것들이 우리에게서 잠을 쫓는다. 그러나 더욱 직접적으로 수면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잠을 방해하는 물질을 포함한 식품의 무의식적인 남용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카페인식품과 담배, 술이다.


    카페인은 60종 이상의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유기 화합물이다. 주로 차와 커피 초콜릿 등에 포함되어 있다. 카페인은 강력한 중추신경 자극제이고 동시에 교감신경 자극제다. 이것은 몸의 감각을 깨우고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카페인 민감도는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보통 커피나 차의 카페인은 섭취 후 15~30분 정도가 지나면 뇌에 작용하기 시작하고 약 1시간 후가 되면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한다. 이후 간의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시작해 점차 혈중농도가 감소한다. 나이나 활동량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성인의 경우 카페인 반감기는 대략 여섯 시간 정도(경우에 따라 2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이다. 그러니 잠자리에 들기 최소 여섯 시간 전에는 카페인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참고로 잠자기 두 시간 전에 마신 커피 한잔이 밤사이 깨어나는 일을 네 배나 늘릴 수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러한 각성작용은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에도 있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은 즉시 입안의 점막으로 흡수되며 연기를 마신 후 8초 만에 뇌에 도달한다. 졸음을 줄이고 기억력을 증가시키며 사고과정을 도와주는 측면에서 카페인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니코틴은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켜 심장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흥분제 역할을 하므로 각성을 일으킨다. 이렇게 생긴 각성상태는 중독성을 갖는다. 담배 니코틴의 중독성은 자는 동안에도 금단현상을 일으켜 잠을 깨우게 된다. 또한 흡연은 직접적으로 기도를 붓게 만들어 공기가 기도를 원활히 통과하는 것을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담배의 각종 화학물질들이 찐득한 분비물을 형성하여 기도 내에 쌓이게 되므로 공기의 원활한 흐름이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수면 중 호흡장애와 코골이가 유발되기도 한다. 더욱이 흡연은 폐가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자는 동안 부족해진 공기를 빨아들이고자 몇 번이고 깨게 되므로 숙면이 방해된다.


    음주 역시 결과적으로는 수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술은 어느 정도 수면 유도효과를 가져 빠르게 깊은 잠이 들도록 작용한다. 이러한 효과는 평소 수면빚이 많은 사람에게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술은 반감기가 짧아서 2~3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이에 따라 다시 정신이 돌아오도록 한다. 다시 말해 술을 마시고 금세 잠에 들었다가도 바로 깰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술은 얕은 잠에서 깊은 잠 모두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수면구조의 균형을 깨트린다. 그러므로 술에 의지하여 잠드는 것은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 잠들기 어려워 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대만큼의 수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져 추가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잠드는 데 있어 문제가 지속된다면 술보다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