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ereo 사례를 통해 본 미래 TV 시장 'Aereo, TV 산업의 파괴자인가? 개척자인가?'

  • 정상섭 KBS N Director

    입력 : 2015.03.13 13:42

    'TV  산업이 iTunes Moment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TV 산업이 수년 내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음악 산업이 '애플'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몰락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메시지는 약 10여년 전 당시 BBC 미래 미디어 이사로 있던 애쉴리 하이필드 (Ashley Highfield )가 왕립 TV 학회에서 발표한 연설문의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당시 그가 예측한 것처럼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일까? TV 산업이 결국 음악 산업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이 같은 의문을 제기하면서 현재 미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Aereo 법적 분쟁 사례를 통해 미래 TV 산업을 조망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TV 시장, On Demand 소비 가속화


    최근 미국 TV 산업은 이미 과거의 방송이 방송이 아니고, 과거의 TV가 TV가 아닌, 소위 '방송이라는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어떻게 방송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심각하게 제기하고 있다.


    개별화 서비스들은 콘텐츠 경험 (동영상, 음악, 영화, 게임 등)에 대한 소비자 통제력이 다른 시장 영향 요인들과 결합하면서 방송 및 유료 TV 시장의 대대적인 변화를 위한 완벽한 기회를 창조해내고 있다.


    PwC의 'Global Media and Entertainment Outlook: 2013-2017'에 의하면, 2014년 미국 TV 광고 시장 규모는 대략 660억 달러, 유료방송 수신료 약 743억 달러, 유료방송 가입자 1억명을 상회하면서 TV 산업 규모면에서 명실상부한 전 세계 1위 시장이다.


    이처럼 큰 규모의 미국 TV 방송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지만, 최근 Netflix, Hulu, Dropbox 등의 동영상 사업자를 비롯, Xfinity TV와 같은 TV Everywhere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활발하게 약진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TV 시청은 주로 케이블이나 위성 등 유료방송을 통해 이뤄지면서 전체 시청자의 약 8~90%가 매달 30~100 달러를 내는 유료방송 가입자들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무료 공공재 속성이 강한 지상파 방송 수입 일부는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받는 프로그램 재전송료 이며, 이는 전체 수입액의 약 60%를 상회한다.


    케이블 TV, IPTV 사업자의 경우 코드 커팅(Cord Cutting) 변화의 폭이 크다. 2013년 12월 기준, 미국 약 5천 4백만 케이블 TV 전체 수신가구는 전년 대비 약 3.3% 하락을 보이고, 2014년 4분기에는 약 1백만 명의 가입자 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료방송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NCTA, 2013)


    현재 TV 산업의 빅 트렌드는 On Demand 소비로 급격한 전환기에 놓여 있다. 특히 TV 드라마 역사를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 미국 드라마 13부작 ‘House of Cards 시즌 1, 2, 3’와 같은 웰 메이드 드라마를 Binge Viewing (몰아보기 방식)으로 서비스함으로써 동영상 소비를 촉진 시키려는 사업 모델의 시도는 보완적 서비스로서 변방에 불과했던 인터넷 동영상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를 케이블 TV와 대등한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넷플릭스(Netflix)는 현재 뉴욕, LA, 시카고 등 대도시 중심으로 2014년 말 기준, 약 5천 700만명(해외 합산), 매출액 한화 약 5조원을 기록하면서 동영상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Aereo 출현'  TV 산업 지각 변동의 서막?


    2014년 상반기 기준, 미국 TV 시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동전 크기의 안테나 / http://aereo.com


    주목받는 회사는 인터넷 방송 이종(異種) 사업자 'Aereo(에이리오)사'. Aereo는 2012년 3월 14일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망 기반 실시간 채널 전송 사업자이다. 미디어 업계 억만장자 Barry Diller(베리 딜러)가 투자한 새로운 인터넷 TV 서비스인데 이 서비스는 흡사 Hulu와 비슷해 보이지만, 지상파 방송을 Live로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Aereo는 서비스 개시 채 2년도 안되어 가입자가 무려 3천만 명을 넘어서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 7월 기준, 무려 30여개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면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월 8~12달러로서 유료방송에 비해 최대 10분의 1정도로 저렴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지상파 방송 업계는 재전송료 수입이 몽땅 날아가게 생겼다며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냈다. 이에 Aereo는 "가입자가 무료 지상파를 안테나로 수신하는 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고, 1차 소송에서 법원은 일단 Aereo의 손을 들어줬다.


    Aereo 서비스는 손톱만한 크기의 수많은 초미니 안테나를 회사 데이터 센터에 설치해 놓고 각 가입자(시청자)에게 할당하면 가입자는 이를 빌려 방송을 수신해 인터넷으로 전달받는 구조이다.


    이 방송은 지상파를 안테나로 수신해 가입자에게 보내준다는 점에서는 자칫 유료 방송과 흡사하다. 그러나 케이블 대신 초고속 인터넷망을 쓰고, 지상파 재전송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이 빅 이슈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 업체가 개발한 초소형 마이크로 안테나 덕분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Aereo는 지상파(수신)와 인터넷망(송신)이 결합된 일종의 이종(異種) 방송망 간의 결합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이미 출시된 위성망과 IPTV망의 결합서비스와는 달리 지상파 방송과 범용 인터넷 망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Aereo Imagine a TV antenna / https://aereo.com/about


    주요 시사점 및 결론


    Aereo 서비스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이미 우리는 200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뿐만 아니라 방송 시장 생태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경험중에 있었다. Aereo 사례는 어쩌면 기술 진화가 낳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우연이 아닌 필연일 가능성이 높다.


    오랜 법적 분쟁 끝에, 2014년 6월 25일 Aereo사가 클라우드 재전송 합법 여부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아 재전송료를 지상파 방송사에 지불하게 되었지만, 지상파 방송 전송 대행이라는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Aereo 서비스가  개별화 서비스 시대로 가는 개척자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서비스 진화에 불과한 파괴적 사업자에 머무를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분명 무료 방송에 대해 'Aereo'와 같은 업체가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는 케이블/위성 MVPD 및 OTT (Over-The-Top) 대안에 유리한 방향으로 TV 방송 경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위협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Aereo의 생존 여부와 관계없이, 방송 인프라 종사자들이 주목해야 될 한가지 사안이 있다. 그것은 협업을 통해, 기업의 IP 기반 유통 역량이 가면 갈수록 주문형 (VOD, IP 기반이 되어가는 유통 모델에 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으로 충분히 성숙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Aereo 사례의 교훈이라면, 지상파망을 통해 수신한 채널을 인터넷망을 통해 전송하는 방송망 전송 방식으로 유료방송에 비해 저렴한 비용, 지상파 방송 채널 재송신료 미지불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성을 바탕으로,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여 제공하는, 즉 지상파 재전송 구역은 지상파 방송의 성역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신종사업자라 할 수 있는 Aereo사가 도전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TV 산업 구조 개편 가능성에 대해 가트너(Gartner)사의 애널리스트 'Mike McGuire'의 분석에서 많은 시사점을 엿볼 수 있다. 그는 '현재 영업 중인 TV 서비스 공급 업체들은 미국 내 유료 TV 시청 가구의 약 25%를 염두에 두면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법적 조치와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을 통해 인터넷 유통에 제재를 가하는 21세기의 첫 10년을 소비한 음악 산업과 동병상련을 겪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개인들이 사적인 뉴스와 정보, Fun 등을 통합하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 Facebook을 이용하는 것처럼, 콘텐츠를 검색하기 위한 (누가 생산했는지, 언제 입수되었는지에 관계없이) 개인 미디어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된 수요는 빠르게 확산중이다.


    Aereo의 서비스가 지상파 재전송인지 방송 신호의 대리수신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2014년 6월 말 기준으로는 일단 지상파 방송사들이 승리한 모양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혁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 이용 환경 변화에 따라 제 2, 제 3의 이종 사업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TV 산업의 개척자가 탄생 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