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완 엠즈베버리지(삿포로 맥주) 대표 "견(見)하지 말고, 관(觀)하라"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5.03.12 13:55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는 생사를 넘나드는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역사에 길이 남을 병법서 《오륜서》를 완성했다. 삿포로 맥주 이종완 대표가 전쟁터 같은 음식료업계의 25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CEO로서 출사표를 던진 지 4년여, 이제 그만의 마케팅 병법서를 펼쳐본다.



    실전 마케터, CEO가 되다


    삿포로 맥주 이종완 대표는 영업, 물류, 마케팅, M&A까지 치열한 국내 음식료 업계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실전형 CEO'이다. 한국코카콜라에서 18년간 근무하며 마케팅 전무이사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현장 우선주의의 업계 특성상, 본인은 화이트컬러에 보다는 블루컬러에 가깝다고 평한다.


    "코카콜라 첫 입사해서 음료박스를 나르며 물류 유통 현장을 배웠습니다. 당시만해도 초기 현장 경험에 필요한 수습과정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 18년 근무 마지막 날까지 제가 직접 박스를 나르며 현장 관리를 했습니다."


    녹록지 않은 국내 맥주시장에서 그것도 외산 맥주 후발 브랜드의 CEO로 시장에 도전한지 이제 4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안정적인 자리에 안주할 만도 하지만 그가 선택한 행보는 의외였다. 당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해태음료를 선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해태음료의 구조조정과 M&A를 사실상 진두지휘하며, 존폐의 위기에 있는 브랜드를 살려냈다.


    "해태음료는 상당히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태전자, 해태건설 등 기대를 가지고 투자한 신사업이 실패하며 심각한 위기 상황이 도래했죠. 표면적인 문제의 현황만을 보기보다는 조직 내부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기로 했습니다."


    판매 부진, 가판 관리 부족, 채권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표면적 원인들이 산재해 있었지만 결국 발단은 과도한 고정비에서 시작되었다. 고정비를 상쇄하려다 보니 오히려 기업의 몸집 불리기에 집착하게 되었고, 이는 다시 유동성 문제로 직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기업의 주주와 리더가 위기를 직시하고 임직원 모두가 위기 타파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해야 했다. 끊임없는 설득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이 과정만 수년이 걸렸지만 결국 최선의 방향을 이끌어내며 브랜드 회생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과 M&A 성공의 경험은 이 대표가 한 기업의 리더로서 거시적 안목과 결단력을 가지는 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삿포로 맥주의 한국 CEO의 자리를 제의 받았을 때에도, 이미 막강한 경쟁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란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흔쾌히 그 자리를 수락한 이유의 근간에는 브랜드 성공과 실패, 그리고 회생까지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해 온 그의 산 경험이 큰 몫을 차지한 것이다.



    새로운 도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삿포로 맥주
     
    국내 맥주시장은 국내 맥주와 외산 맥주시장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다. 그나마 외산 맥주의 수입 유통 역시 시장을 리딩하는 국내 맥주 대표 기업에서 주도하고 있다. 삿포로 맥주는 외산 맥주시장에서도 후발주자다. 규모가 크지도, 막강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이종완 대표는 거대 기업의 자본과 파워에 충분히 맞설 수 있는 브랜드만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바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다.


    "삿포로 맥주는 1876년 북해도에서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맥주입니다. 전통성과 자부심으로 만드는 맥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친화적이며, 깨끗함을 생명과 같이 생각하는 삿포로 맥주만의 강점은 일본 고유의 장인정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삿포로 맥주는 한국에서의 포지셔닝도 정공법을 선택했다. 일본 맥주 역사의 시초인 맥주로서 전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가장 깨끗하고 깊은 맛을 중시하는 맥주라는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단순히 가시적인 국내 판매 실적을 올리는데 집착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최상의 맥주 맛을 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기로 했다. 삿포로 맥주는 맥주의 주원료가 되는 맥아와 호프부터 철저히 협동계약재배와 현지 실사를 원칙으로 하며, 제조 공정부터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현장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맥주는 살아있는 음료입니다. 삿포로 캔맥주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어가 '生'이죠.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맥주 제조 공정이 끝나고 용기에 맥주가 담기는 과정에서 일반 맥주들은 대게 효모의 활동이 멈춥니다. 하지만 삿포로 맥주는 효모가 끝까지 살아서 고객 입 속까지 전달된다고 보면 됩니다. 삿포로 맥주 품질이 뛰어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일본측 본사와 한국 지사의 브랜드 마케팅에서 문화적 간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은 '타이밍'을 중시한다.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서 워낙 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그 파급력도 크다. 때문에 시류의 파악과 그에 따른 액션에서 스피드가 생명이다. 하지만 일본은 브랜드의 시장 안착을 위한 '분석'과 그 '과정'에 집중한다. 의사 결정 과정 하나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전략과 실천 계획을 짜는데도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이 대표는 양측의 장단점 모두를 인정하고 상호간의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기본적인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고집과 신념은 일본 고유의 색깔을 따라가되 그 표현 전략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을 충분히 고려해 액션플랜을 만들기로 협의한 것이다.



    사물의 겉만 보지 말고 내면의 핵심을 관찰하라


    삿포로 맥주는 프리미엄 맥주에 걸맞은 고급 이미지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급 일식집, 이자카야, 호텔, 골프장과 최근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고급 한식집에도 삿포로 맥주를 공급한다. 수입맥주의 중요한 채널인 대형슈퍼마켓(SSM)과 편의점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현재는 단순히 수입 맥주와 외산 맥주로 시장이 양분화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맥주의 퀄리티를 기준으로 슈퍼프리미엄, 프리미엄, 레귤러, PB 시장으로 전반적인 제품 구성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바로 이 때를 대비해 브랜드를 잘 키울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시장을 직시하고 있어야 합니다."


    결국 다가올 시장에서 브랜드 성패의 관건은 시장을 제대로 바라보는 혜안과 이를 통해 철저히 준비된 마케팅 전략에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한다. 그렇기에 그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전사적 마케팅'이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마케팅의 일부분으로 간과하지 않는다. 시장 현장을 가더라도 프리미엄 맥주시장에서 삿포로 맥주의 포지션이 어떻게 정착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나간다. 판촉물 하나를 만들어도 제품의 철학과 컨셉에 적합한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모든 내부 정책은 삿포로 맥주의 한국시장 정착을 위한 통일되고 일관성 있는 전략에 기초해야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명언 중에 '견(見) 하지 말고, 관(觀)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물의 겉만 보지 말고 그 내면의 핵심을 관찰하라는 얘기죠. 제가 기업에서 두 번의 구조조정을 경험한 바 있지만, 어려워진 회사의 문제도 결국 고정비의 과도한 상승이라는 본질적인 원인을 찾았기에 문제의 해결점이 보였습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포지셔닝의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시장을 관찰해야 합니다. 단순히 지켜봐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매년 경쟁 브랜드 기업들은 수십 배의 외형과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려 하겠지만 이 대표는 의연하다. 아니, 오히려 자신만만하다. 가까운 시일에 외산 맥주 1위 자리에 올라설 브랜드는 바로 삿포로 맥주가 될 것임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종완 대표는 '맥주 퀄리티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재편성으로 싸움터가 바뀌었고, 이 싸움터에서 우리는 자신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한국 시장에서 외산 맥주 1위 브랜드 등극, 바로 그 날을 위해 삿포로 맥주의 이종완 대표는 지금도 시장 현장을 '관(觀)' 하고 있다.



    출처 및 기사 링크
    리더피아 www.leader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