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경험이 '경영독(經營毒)' 될 수 있다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5.03.11 09:37

    세상사 어떤 일이든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업경영은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새로운 CEO를 물색할 때, 그가 지나온 경험을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으로 여긴다. 한 업계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해 온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는 경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경험이라는 것이 반대로 '경영독(經營毒)', 즉 '경영의 독(毒)'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자신이 속한 회사의 CEO로 부터 이런 말을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해답은 이길 밖에 없어. 내 경험에 따라. 내가 하라는 데로 해!"


    사실 직원 입장에서 CEO가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면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옛날에 해 봤더니 이렇더라" "그거 다 해봤는데 안되더라" 라고 말하면 직원 입장에선 할말이 없다.


    특히, 과거의 실패 경험을 잣대로 현재나 미래의 일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단정짓는 경우가 많다. 반면 그것이 성공한 경험이라면, 또 다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만약 성공을 하게 되면 큰 성공이 될 수 있고, 후자의 경우 성공 확률은 높지만 그저 작은 성공에 만족하게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직원들의 창의력 발휘에는 확연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기업경영 트렌드로 자리잡은 창조·상상경영의 근간은 기존 기업경영 스타일을 파괴하는 데에 있다. 그것은 바로 '경험을 과감히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야 새롭고 스마트한 창의력이 샘솟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 파괴가 바로 스펙 파괴


    특히 경영에서 경험에 의존한 '조직관리' 야말로 치명적인 독침을 맞을 수 있다. 과거의 조직관리 경험과 잣대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과거의 실패한 사람관리 경험 때문에 현재의 진성(眞誠)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 인재를 키우지 못할 수 있다. 훌륭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재고 하다가 결국 그 인재는 떠나게 되고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진성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 잣대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잠재력을 깊이 평가한 후, 소위 싹수가 보이면 과감히 믿고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 CEO의 의견과 반대로 가는 인재,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문제시 됐던 인재가 오늘의 진성 인재가 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엘리먼트≫의 저자 켄 로빈스 교수가 타고난 재능이 열정을 만드는 순간을 '엘리먼트' 라고 정의한바 있다. 사람은 그 엘리먼트 지점에 가면 몰입을 하고 거기서 정체성을 확인한다고 한다. 결국 기업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에 깊이 빠질 수 있는 사람이다. 또한 학벌, 연고 등 스펙을 과감히 버리는 길만이 진정한 인재를 육성하는 길일 것이다.


    스펙을 파괴하는 것은 곧 경험도 파괴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경험을 버리자. 과감히 파괴하자. 경험의 창조적 파괴 속에서 창조적인 대안이 나오고 진성 인재, 진정한 리더들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