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현실이 되다(5)

  • 서진영 경영·철학박사

    입력 : 2015.03.09 10:16

    (나)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 - 라이트 형제


    ① 이카루스


    * 가장 오래된 생체모방학 기술에서의 도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바로 그것이다.


    - 아테네의 건축가이자 명장(名匠)이었던 다이달로스(Daedalus)는 한때 미노스 왕의 총애를 받았다. 미노스 왕의 명령으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크레타 섬의 미로 동굴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왕비 파시파에의 부정을 도왔다는 이유로 아들 이카루스(Icarus)와 함께 자신이 만든 미로 동굴에 갇히고 말았다.


    - 다이달로스는 동굴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다가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 새의 깃털을 모아 날개를 만들었다. 이제 그 날개를 자신과 아들의 몸에 밀랍으로 붙이고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무 태양 가까이 날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날개의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기 때문이었다.


    또한 바다 가까이 날지 말라고 했다. 바다로 떨어지면 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태양신인 헬리오스(Helios)에 가까워질 때까지 높이 날아올랐다. 결국 태양열에 날개가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고 말았는데, 이 바다를 이카리안 바다(Icarian Sea)라고 한다.


    ② 새처럼 날고 싶다


    * 이카루스의 사례처럼 새처럼 날고 싶다는 욕망은 인간의 오래된 꿈이다. 그렇게 꿈을 꾼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몇 달, 며칠이 걸려서 걸어가야 할 먼 곳을 비행기로 불과 몇 시간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날고 싶다는 욕망, 날 수 있다는 상상이 만들어 낸 비행기과 제트기 같은 결과물들 덕분이다. 지금부터 날고자했던 인간의 욕망, 그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 사람들이 상상을 실현시킨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대부분 닮고 싶은 동물의 모습과 기능을 카피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1540년 포르투갈의 조아오모르토는 새의 날개 모양을 한 구조물을 제작해서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성당의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모양만 비슷했던 탓에 공중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바로 땅으로 곤두박질쳐 사망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50년 후, 웨일즈 콘웨이의 존 윌리엄이라는 어린 친구가 배의 돛처럼 생긴 큰 외투를 사용해 하늘을 날려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역시 좋지 못했다. 날짐승을 모방해서 상상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완전하지 않았고 관련 기술도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새의 날개를 모방해서 날아보려는 노력 중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카피였다. 1505년 다빈치는 새가 비행하는 모양은 물론, 새의 몸과 생리학에 관해 상세한 연구를 했다. 그는 새의 날개 윗부분과 아랫부분의 압력이 다르고 그 차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힘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것이 바로 훗날 과학적으로 증명된 양력이다. 양력의 발견은 동력을 사용한 비행기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 다빈치가 양력을 발견하고 헬리콥터를 고안했지만 비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며 이후에도 새처럼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 사람들이 많은 실패를 겪었다. 18세기 초 영국의 과학자 케일리는 고정된 날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리게 하면 날개에 양력이 생겨서 비행기를 이륙시킬 수 있다는 항공기의 기본 원리를 확립했다.


    ③ 라이트 형제의 등장


    *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라이트 형제가 세상에 등장했다. 20대 청년 오빌과 윌버 라이트 형제는 고향인 오하이오 주 데이턴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두 형제는 새의 비행이 보여주는 경이적인 모습에 감탄했다. 1896년 독일의 오토 릴리엔탈이 비행 실험을 하다가 사망하자 그들은 직접 비행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라이트 형제가 바퀴에 쏟았던 관심을 날개로 돌려 비행을 상상하기 시작하자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도 시작되었다.


    라이트 형제는 그때까지 사람들이 시도했던 비행이 상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두 형제는 이전까지의 비행기 연구에 관한 논문과 책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빌려 완벽하게 공부했다. 비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날개와 엔진, 균형과 제어 방법이 중요한데, 라이트 형제는 주로 균형과 제어에 집중했다.


    * 1900년 9월, 그들은 글라이더에 타고 최고 20노트의 속도로 200피트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에도 글라이더를 지속적으로 개량해서 8개월 후에는 400피트를 비행했다. 이때 상승과 하강을 조절하는 키를 발전시켜서 비행의 수평 안정성을 높였다. 이 상승과 하강 조절키는 지금도 비행체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조절 기능이다.


    - 라이트 형제는 새들을 관찰하다가 날개가 기울면 날개 끝을 뒤틀어서 균형을 잡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처럼 양력의 효과를 최대치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하던 그들은 1901년 풍동을 만들었다.


    실제하늘에서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장치로 길이 6피트, 높이 2피트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 풍동으로 글라이더의 날개 모형을 200개나 시험했고, 길고 얇은 주날개가 보다 큰 양력을 얻는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 라이트 형제의 실험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비행 거리를 늘리려고 시도할 때마다 추락을 거듭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추락하려는 동체를 조절할 방향키의 필요성을 밝혀냈고 실제로 제작하게 되었다. 이 방향키로 조종 성능이 크게 향상되자 비행거리도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비행거리가 늘어나자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바로 가솔린엔진을 설치해서 대륙을 횡단하는 새처럼 오랜 시간 비행을 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힘 센 엔진은 그 당시 자동차 시장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결국 라이트 형제는 엔진을 스스로 설계, 제작함으로써 문제를 정면 돌파하였다.


    - 그리고 1903년 라이트형제는 세계 최초로 유인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새를 카피하여 하늘을 나는 상상을 실현시킨 주인공이 된 것이다.


    (다) 물고기를 본뜬 잠수함


    * 인류의 염원 중에는 바닷속의 항해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염원을 담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과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주전자 모양의 잠수 기구를 만들어 실제로 잠수 실험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풍랑이 심해도 바닷속으로 들어가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예측했다고 한다. 이 예측이 실현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1580년,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본(William Bourne)은 사람의 키보다 크고 물이 새지 않는 선체를 만들었다. 중앙에 외부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장치를 만든 후 사람이 타는 곳 아래쪽에 무거운 물체를 놓고 물에 가라앉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선체 바깥에 바닷물이 들어나고 나올 수 있는 가죽 백도 부착했다. 이 백에는 바닷물을 가득 채워 두었다. 물 위로 떠오를 때는 기계적으로 백을 압축시켜 바닷물을 빼내 물 위로 부상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 선체가 실제적인 잠수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인 잠수함도 해수를 유입하고 배출함으로써 잠항 및 부상하는 원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다시 바닷속을 이동하는 문제로 관심을 돌려보자. 앞서 언급한 잠수하는 기구는 바닷속을 이동하는 기구로 발전했다. 그 발전 과정을 보면 여러 방식, 여러 디자인의 경합을 거치면서 결국 물고기를 카피하는 형태가 되었다.


    -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물고기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의 잠수함 모양, 즉 유선형의 물고기 모양과 함께 잠수함을 위아래 방향으로 조정하는 수평타 등을 갖춘 최초의 잠수함은 1800년에 미국의 로버트 풀턴(Robert Fulton)이 만든 노틸러스호다.


    - 노틸러스호는 물 위에서는 굉장히 큰 돛을 펴서 바람을 이용했고 수면 밑으로 내려갈 때는 이 돛을 선체에 부착시켰다. 바닷속에서 이동할 때는 프로펠러에 연결된 축을 사람이 손으로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 이후 잠수함은 꾸준히 만들어졌다. 1898년에 건조된 미국 잠수함 Holland A-1, 두 사람이 탑승해서 어뢰를 다룰 수 있게 한 1942년의 영국 잠수함 Chariot MK, 1993년 실전 배치된 한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에 이르기까지 잠수함은 물고기, 특히 돌고래의 모양과 물속에서의 운동 원리를 카피한 형태를 띠고 있다.


    (라) 연꽃잎에서 코팅제를, 나비 날개에서 실리콘을 찾는 사람들


    * 에너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들은 조개껍질의 나노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발전소에 들어가는 가스터빈의 날들(gas turbine blades)을 대체하려는 것이다. 왜 하필 조개껍질일까? 바로 조개껍질의 놀라운 비밀 때문이다. 조개껍질의 나노 구조는 철보다 강하고 합금보다 강력하며 영구적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 이들은 연꽃잎의 나노 구조도 연구하고 있다. 공항에서의 항공기 연착이나 지연 출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항공기 연구에 왜 연꽃잎을 연구하는 것일까? 연꽃잎의 나노 구조는 물을 배척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꽃잎에 물을 떨어뜨리면 구슬처럼 굴러다닌다. 바로 이 성질을 모방해서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의(hydrophobic) 나노 코팅제를 발견하려는 의도다.


    - 비행기 날개가 물에 대해 연꽃잎처럼 반응한다고 상상해보라. 비행기 날개에 나노 코팅제를 코팅할 경우, 겨울에도 날개에 물이나 안개가 달라붙지 않아 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뜨거운 물로 날개의 결빙을 녹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항공기 연착이나 지연 출발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이미 소수성의 플라스틱 코팅제는 많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GE사는 금속 물질의 코팅제를 발견하려고 노력해 왔다.


    * 그들은 나비 날개의 고감도 가스 센싱 나노 구조(gas sensing nano structure)도 연구하고 있는데 나비는 자연 공간에 있는 어떠한 가스들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방해 활용하면 지하철이나 공항 같은 공공장소에 고감도의 안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테러나 화학 가스를 사전에 감지해 제거하거나 대비함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 잠자리 눈을 본떠 만든, 먹는 내시경 시대가 온다


    * 인간이나 동물이나 곤충이나 각각의 시각 메커니즘이 있는데, 자연에 존재하는 시각 메커니즘은 모두 합쳐야 10개 미만이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시각 메커니즘은 인간의 카메라 형태의 눈(camera-type eye)과 곤충의 겹눈(compound eye)이다.


    - 곤충의 겹눈은 인간의 눈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잠자리는 1만여 개의 낱눈으로 구성된 복잡한 눈을 가지고 있다.


    * 이평세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 곤충 눈은 작은 미세 렌즈들을 지름 2.5mm의 돔 구조에 촘촘히 배열해 놓은 것이다. 1만 개나 되는 미세한 낱눈들이 모여 하나의 겹눈을 이룬 잠자리의 눈과 마찬가지다.


    - 이것은 돔 2개를 겹치는 구(球)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360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되며 크기도 비타민 알약 하나보다 작기 때문에 몸 안을 관찰하는 먹는 내시경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곤충의 눈을 모방하는 이유는 인간의 눈에 비해 뛰어난 장점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곤충은 각각의 낱눈을 통해 정보를 뇌에서 모자이크처럼 모아 사물을 인지한다. 파리가 사람의 손을 쉽게 피하는 것도 각각의 낱눈이 아주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공 곤충 눈은 몸 안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내시경으론 그만인 셈이다. 또 낱눈들은 공과 같은 3차원 구조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높이와 각도가 다른 곳에서 들어온 빛을 감지할 수 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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