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투자해도 돈 못벌 것'이라는 워런 버핏... 투자자들은 당황

    입력 : 2015.03.02 09:48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 블룸버그


    월가 억만장자이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주식 투자를 포기한 걸까.


    버크셔 해서웨이 50주년을 맞아 워런 버핏 회장이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는 앞으로는 투자로 돈 벌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경고가 담겨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동안 '배당 대신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게 좋다'는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할 전망이다. '투자할 데가 없고 투자해봤자 수익이 안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향후 반세기 전망에 대한 버핏의 혜안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크게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버핏 회장은 28일(현지시각) 서한에서 "나쁜 소식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예전만큼 투자로 돈 벌기가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50년간 투자로 얻은 수익은 엄청났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다른 미국 투자회사보다 버크셔가 더 좋은 실적을 내겠지만 어찌됐든 우리가 얻는 수익은 (예전보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을 것(won't be great)"이라고 썼다.


    버핏은 버크셔가 향후 재정과 관련된 문젯거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 안목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주주들에게 주문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순가치는 버핏이 경영을 시작한 50년 전보다 7만5100배 올랐고, 지난해 기업가치는 183억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21.2%의 수익률이 복리의 마법을 이용해 주당 22만2285달러(약 2억4400만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황제주를 만든 것이다.


    버핏의 지금까지의 투자는 대부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4분기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 4분기(2014년 10~12월) 순이익은 41억6000만달러(약 4조5800억원), 주당 2529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기간(49억9000만달러, 주당 3035달러)보다 17% 가량 줄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39억6000만달러, 주당 2412달러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 예상치(2702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경제 전문가들은 투자 수익 감소와 보험 인수 부진 등을 실적 부진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당 장부가치도 전년대비 8.3% 늘어난 14만6186달러를 기록해 지난 2011년 이후 3년만에 가장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했다.


    투자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버크셔의 철도 자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때문이다. 버핏 회장은 연례서한에서 BNSF의 지난해 실적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한 해, BNSF는 많은 투자자를 실망시켰다. 운송회사들은 우리에게 의존하고 있으나 서비스 실패가 이들의 사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버핏이 지난 28년간 지켜왔던 '무배당 원칙'도 무너질 상황에 처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987년 11월 상장한 이래로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버핏은 배당 대신 그 자금으로 투자를 늘려 주가를 더 끌어올리는 게 더 이익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젠 원칙을 바꿀 전망이다. 투자해서 수익을 낼 데가 없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버크셔의 실적과 자본이 재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이를 분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버핏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5월 1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릴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총회가 혼돈에 빠지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