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영양이야기 18 - 당신이 마시는 것에 주목하라

  • 정유미 칼럼니스트

    입력 : 2015.02.25 10:04

    얼마 전, 한 TV 프로에서 물 섭취와 신체반응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물을 잘 마시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물 섭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취지였다. 프로의 사회자가 직접 참여해, 물이 아닌 음료만을 마시며 일주일 동안 생활해보기로 했다. 한 이틀 지나자 피부가 거칠어졌다. 더 지나자 짜증과 피로가 몰려와 일상에 지장이 생겼다. 4일 만에 그는 실험을 포기했다. 이날 내용은 적정 수분이 체내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 결국 모든 내용의 기본 전제는 물과 다른 음료는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물이 아닌 음료에는 수분 외에 것들이 들어있다. 잎차, 커피, 콜라에는 카페인이 존재한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으로 섭취량의 약 2.5배의 수분을 몸에서 빠져 나가게 한다. 카페인음료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의 물을 추가로 마시도록 신경써야한다. 그러나 일반 가공음료에 들어 있는 성분 중 가장 신경써야하는 것은 사실 당분이다. 주로 원재료의 것이 아닌 가공과정에서 추가된 단순당 성분이다. 탄산음료는 유독 과다 열량으로 비만과 각종 질환의 원인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이지만, 문제는 탄산음료에 쏠린 비난을 방패삼은 다른 가공음료들이다. 건강한 듯 보이는 음료조차 그 못지않은 당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음료를 많이 마시면 그 안의 당분으로 인해 그만큼 총 당분섭취도 많아진다. 실제 작년 식약처 자료를 보면 국민의 당분섭취는 과일(22%)을 제외하면 음료(21%)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음료는 입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서 인지 상대적으로 다른 식품에 비해 열량이 무시되기 쉽다. 하버드 의대의 윌렛(W. C. Willet) 교수도 음료의 열량에 대해 일반인들이 간과하기 쉬워 불필요한 여분의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일주스를 보면, 자연을 강조한 100% 천연주스든 신선을 강조한 냉장주스든 상관없이, 대부분의 과일주스 한 컵(200ml)에는 탄산음료와 비슷한 양의 당분이 들어있다. 열량으로 따졌을 때 약 100kcal로, 이 정도 열량은 50kg의 성인 여성이 20~30분가량 사이클링 운동을 해야 소모된다.


    유산균이 있어 장 건강 효과의 이미지를 지닌 요구르트는 특히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전통 방식의 요구르트와 가공 요구르트는 다르다. 대부분 가공 요구르트는 탄산음료만큼의 당분을 함유한다. '플레인'이라 표기했어도 과일 맛과 같은 향미(flavor)가 없다는 뜻이지 감미성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플레인이라고 해서 열량이 특별히 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로 요구르트를 찾는다면 성분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추가열량(첨가당분)이 많지 않은 것을 고르도록 주의해야 한다.


    콩은 '밭의 쇠고기'라 불리며 식물성 단백질 급원의 건강식품이다. 또한 이소플라본과 같은 기능성 물질들의 효능이 소개되며 콩의 건강 이미지는 한층 강화되고 있다. 덕분에 콩으로 만든 두유도 몸에 좋은 건강음료로 여겨진다. 콩의 건강 이미지가 두유에 그대로 투영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두유는 콩만 들어있는 순수 콩즙이 아니다. 콩에는 단맛이 없지만 일반 가공두유는 달다. 가공과정에서 뭔가를 첨가했기 때문이다. 두유도 탄산음료 절반 정도의 당분을 가진다.


    마시는 것 역시 우리 식생활의 중요한 축이다. 음식이란, 글자 그대로 음(飮)과 식(食)을 말한다. 음료도 음식, 즉 식품이다. 하지만 식생활(食生活)이라는 관용적인 표현에서도 보여지 듯 우리는 덩어리가 안보여 저작활동 없이 마시는 식품(飮)을 가끔 생략한다. 하지만 그 안의 열량은 생략되지 않는다. 가공음료가 지닌 열량문제의 주요 원인인 당분은 맛을 위해 첨가된 경우가 많다. 첨가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공음료에는 당분이 많다. 당분은 열량 문제 외에도 당뇨와 혈관 염증 등을 촉진하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러니 되도록 당분이 많은 가공음료는 섭취를 삼가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