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 시장, 유료방송의 새로운 활력소인가?

  • 정상섭 KBS N Director

    입력 : 2015.02.23 11:44

    2015년 주문형 비디오(이하 VoD)가 유료방송 업계의 핵심 수익모델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방송 시장의 통제권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시청자) 통제권이 확대되는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디지털 방송 보급과 양방향 서비스 구현, 스마트기기 대중화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VoD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주요 시청 장르는 영화와 드라마이다.



    따라서 TV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시청 행태가 다양한 디바이스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VoD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유료방송 사업자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보급 대수는 4,012만대(2014. 10월 말 기준), 보급률은 약 79.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프라는 탄탄하게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실시간 시청이 앞서고 있지만, VOD 시청 중심으로 급격하게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최근 실시한 주요 통계 조사에서도 감지된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가 최근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4년 온라인 동영상 시청행태’ 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다시보기 VoD를 시청한다는 응답비율은 89.0%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71.1%보다 17.9% 증가한 수치이며, 데스크톱·노트북 PC와 태블릿 PC는 각각 72.0%, 32.3%로 나타났다.



    한편 2014년 2월 발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주문형 방송서비스(VOD)의 선택과 수용에 관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실시간 시청 시간은 1,028.8분이고, VOD 시청은 799.45분이다.


    해외 컨설팅업체 Decipher가 공개한 ‘Mediabug Wave5’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커넥티드 TV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TV 기반 주문형 콘텐츠 소비가 동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VoD 시청의 핵심 스크린이 PC와 태블릿에서 다시 TV로 옮겨오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유료 TV 업체들이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기반 결합상품 확산과 발 빠른 하이엔드 셋톱박스 보급으로 TV 스크린 기반의 VoD 시청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VoD 판매에 따른 직접 매출은 물론 VoD 다운로드 시간에 삽입되는 광고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유료 TV 가입자 포화로 마케팅 출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VoD 관련 매출 향상은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알리는 청신호임에는 분명하다.


    VoD, 수신료·가입자 성장세 추월


    그동안 케이블 TV, IPTV 등 유료 방송 업계는 광고와 부가사업, 가입자가 매월 납부하는 수신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IPTV 각 사의 VoD 매출 성장률은 수신료와 가입자 수를 크게 증가하고 있다. VoD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가 VoD를 제공하면서 벌어들이는 광고 수입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KT의 경우 IPTV 가입자 수 증가율은 2013년 23.2%, 2012년 43.4%로 각각 조사되었지만, VoD 매출은 2012년 1,271억 8400만원(70.4% 상승), 2013년 1,716억 8600만원(34.9% 상승)으로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KT는 KT 올레에서 제공하는 개인형 맞춤 편성관 ‘감성 규레이션’ 서비스에 가입한 시청자가 TV를 켜면, 현재 방영되는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가 나오는게 아니라 자신(고객)의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콘텐츠의 편집 화면을 보여준다. 가입자별 콘텐츠 이용 패턴을 파악하여 다양하고 감성 테마를 취향에 따라 매일 자동으로 추천하는 알고리즘 기술로 구현하여 시청자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노력중이다.



    SK 브로드밴드와 LG 유플러스 또한 VoD 매출액이 각각 252억, 104억으로 고속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케이블 진영 또한 유사하다. CJ 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 HCN 케이블 TV 업계 주요 4개 MSO가 지난해 벌어들인 VoD 매출 규모는 총 1,132억 4700만원으로 나타났다. 849억원에 그친 전년 대비 33.3% 수직 상승한 수치이다. 지난 10월 기준, 전체 케이블TV 방송 가입 가구 수는 약 1,478만이며, 이 가운데 VoD를 구매·시청 할 수 있는 디지털 방송 가입 가구 수는 704만으로 약 47.4%를 차지한다. 매년 디지털 가구 수 증가로 VoD 시청 가구 수는 앞으로 더욱 증가 할 전망이다.


    지상파 콘텐츠에 집중된 소비 분산이 핵심과제


    최근 수년 간 유료방송(케이블& 위성, IPTV 제외) 시장은 가입자 포화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스마트 기기와 N스크린, OTT(Over The Top) 등 차세대 방송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면서 주문형 비디오(VoD)가 유통 채널로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료TV의 VoD 사업화 활성화 전략을 위한 해결 과제는 무엇일까?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본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콘텐츠 수급 협상력이다.


    사실상 VoD 킬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지상파 프로그램 수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 지상파와 종편 PP들은 홀드백 기간을 3주로 연장한데 이어, 무료로 제공하던 인기 콘텐츠 일부를 일정 기간 뒤 다시 유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지상파가 VoD 가격 인상을 요청한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은 지상파 VoD 가격 인상의 경우 재전송료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료TV 입장에서는 재전송료나 VoD 가격 인상 모두 콘텐츠 수급비용 증가로 귀결되는 만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콘텐츠 수급비용의 증가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나마 대응력이 있는 CJ 헬로비전이나 티브로드 등 그룹 내 콘텐츠 제작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자체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CJ E&M의 경우 최근 MCN 사업 본격화를 토대로 콘텐츠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자체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인하우스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Telco 진영의 경우에도 최근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미국 인기 TV시리즈에 대한 배타적 유통에 나서는 등 지상파에 집중되어 있던 VoD 소비를 분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 수급 전략은 반가운 소식이다.


    둘째, 정부의 VoD 정책적 지원여부이다.


    VoD가 유료방송 업계의 핵심 수익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직접 VoD 지원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가 광고 횟수 및 방식, 적정 판매 요금 등을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현재 VoD 광고는 정부 규제의 사각지대인 놓여져 있다. 가격 인상, 홀드백 기간 연장 등 시청자가 VoD 서비스로 겪는 불편이 증가하면서 명확한 약관을 마련하고, 사용자 사전 동의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VoD가 침체에 빠진 유료방송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콘텐츠 제공자(방송사, 제작사), 플랫폼 운영사, 소비자(시청자)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 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