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영양이야기 17 - 슈퍼푸드(Superfood)는 슈퍼히어로(Superhero)가 아니다

  • 정유미 칼럼니스트

    입력 : 2015.02.17 15:13

    몸에 좀 좋다는 식품을 소개할 때 으레 등장하는 단어가 "슈퍼푸드"다. 개인 블로그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매체와 식품을 소개하는 서적에 이르기까지, '000에서 선정한 5대 슈퍼푸드', '올해 000가 주목한 세계 슈퍼푸드 Best10'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맛집 마케팅(경제적 이득을 기대하고 매체에 노출하여 일반 소비자를 유인하는, 일종의 홍보 수단이라 할 수 있겠다.)만큼이나 상투적이다. '5대', '10대'라는 숫자의 선정 근거도 없다(6이나 11은 안되는가?). 단어의 사용방식도 무분별하다. 모든 식물성 식품이 슈퍼푸드라 불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식품이 슈퍼푸드라는 단어로 수식되어 있다. 필요에 맞춰 식품이라는 몸에 영양소라는 옷감으로 지은 건강이라는 영웅의 옷을 입혀 '슈퍼푸드'를 '슈퍼히어로'로 만드는 듯도 하다. 이리되면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의도된 '슈퍼푸드 마케팅'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사실 슈퍼푸드라고 불리는 것들이 대부분 식물성 식품인데다 건강에도 유익해 그리 문제 될 것 없어 보인다. 식물성 식품 소비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슈퍼푸드에 너무 많은 '권력'을 준 것은 아닌지 그에 따라 놓치는 것은 없는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겠다. 우선, 슈퍼푸드를 소개하고 있는 '매체'라는 것의 특성을 보자. 기존 매체든 정보화 사회의 뉴 매체든 상관없이, 매체는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대중에게 소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특성상 그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흥미 위주로 또는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자극적으로 다루기 쉽다. 이것이 무비판적 수용자에게는 매체에 등장하면 좋은 것, 등장하지 않으면 나쁜 것 또는 그저 그런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대중은 매체에서 보여 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놓칠 때가 많다.


    둘째, 슈퍼푸드의 영양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실생활에서 우리가 다양한 식품을 '조합'해 소비한다는 사실이 간과된다. 우리는 한 가지 식품만을 섭취하지 않으며, 일부러라도 그리하기 쉽지 않다. 실제의 식사는 다양한 식품을 먹음으로써 한 식품에 설령 부족한 영양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식품으로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골고루 먹으라는 것이다. 모든 식품은 영양적 가치가 있다. 그런데 어느 게 다른 것보다 특정 성분이 몇 배 더 많다는 식(슈퍼푸드를 소개할 때 주로 이 방법이 사용된다)은, 이해를 돕는 것일 뿐, 식품의 우열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일 수 없다. 전체 식단이 무시된 상태에서 몇 가지의 영양소 함유량만을 따져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특별히 의미가 없다. 그것을 원한다면 영양제를 먹는 게 더 효과적이다.


    셋째, 좋은 식품의 선택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생산 환경 및 유통과정 등도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슈퍼푸드를 소개할 때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슈퍼푸드로 소개된 것들 중에는 구입 시 추가적 수고와 비용의 투입을 요구하는 것들도 있다. 최근 유명인 누구누구가 먹는다며 슈퍼푸드로 소개된 몇몇 곡물과 콩 등은 평소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거기다 수입품인 경우가 많다. 대체할 국산 친환경 식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수입 농산물을 찾아 먹을 이유는 없다. 비(非)친환경 농산물과 수입 농산물을 향해 날카롭게 들이대던 칼날은 슈퍼푸드라는 단어가 나서는 순간 무뎌지고 있다.


    슈퍼푸드에 대한 접근과 소비가 새로운 먹거리를 통한 식단의 다양화나 미각적 편력을 위하는 정도이길 바란다. 그러나 슈퍼푸드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맹신으로 평소 행해지는 나쁜 식습관에 면죄부를 제공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면 특히 돌아볼 문제이다. 식단의 대부분을 건강에 좋지 않은(고열량, 고염, 고당 등) 식품이나 가공도가 높은 식품으로 구성하고 거기에 가끔 슈퍼푸드 하나 끼워 넣어 '슈퍼푸드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초자연적 힘으로 위기의 지구를 구하듯 슈퍼푸드가 잘못된 식단의 영양문제를 한방에 해결해주리라 기대했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