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게는 '허조(許稠)'가 있었다

  • 유승용 리더피아 대표

    입력 : 2015.02.16 10:07

    어떤 기업의 CEO나 조직을 대표하는 리더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참모나 구성원들의 역할, 즉 '팔로워십(followership)'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리더가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한다면, 팔로워십은 리더를 추종하는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특성과 행동을 의미한다. 때론 팔로워십이 리더십과 비교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리더가 바람직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하는 측면에서 팔로워십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한 조직의 리더십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에 대한 충실한 추종과 동의뿐만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견제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조선의 위대한 임금, 세종에 대한 책을 보면 '허조(許稠)' 라는 인물이 나온다. 허조는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서 조선개국 후 태조 정종 태종 세종 네 임금을 섬기며 법전을 편수하고 예악제도를 정비하는 등 국가의 기틀을 닦는 데 큰 공을 세운 인재 중의 인재였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태종 초에 갖은 직언(直言)으로 미움을 받은 바 있던 허조에 대해 세종대왕도 "허조는 고집불통이야!" 라고 불만을 표시했을 정도로 그는 사사건건 어전회의에서 반대를 일삼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종대왕 전문가인 박현모 교수의 '세종의 수성(守成) 리더십'을 보면 "이러한 허조의 반대는 때론 대다수의 집단적 착각을, 즉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를 방지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다. 놀라운 것은 세종이 그런 허조를 국가 중요 정책을 정하는 자리에 배제하지 않고 항상 참여하게 해서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는 것이다. 세종은 허조가 제기한 문제점을 해결한 뒤에야 정책을 시행하곤 했다. 이것은 어떤 정책에 대해 사전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허조와 같은 신하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조는 리더와 조직원들의 불통과 제왕적 리더십을 걱정하는 현 우리 사회에 적잖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 특히, 리더가 인재등용에서 자신의 말을 잘 듣고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조직원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유혹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리더들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며 반대를 일삼는 사람을 자신의 측근으로 곁에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리더는 참모를 비롯한 구성원, 즉 사람을 믿고 일해야 하는데, 자신의 역량만을 믿고 밀고 나가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구성원들의 능력을 믿고 그들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리더가 유능하고 올바른 참모나 구성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인지할 수 있는가 이다.


    리더의 말을 잘 듣고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며, 자신의 리더를 좋게만 보는 사람이 유능한 인재일까? 일반적으로 리더는 이러한 참모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리더가 하고자 하는 정책에 쓸데없는 반대로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항상 찬성표를 던져주는 구성원과 일하면 편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바로 리더가 빠지기 쉬운 치명적인 함정일 수 있다.


    삼성, 농심 등에서 오랫동안 CEO를 맡았던 손욱 전 사장은 "리더에게 잘 보이는 참모는 분명 부하직원들에게는 못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위로 잘 하면 반대로 아래로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순신 장군은 위보다 오히려 아래로 더 잘 하지 않았는가? 결과적으로 리더한테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 같지만 그들은 간신배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진정한 참모를 알아보려면 바닥 조직의 얘기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리더 곁에서 좋은 말로 아첨만 하는 이는 결코 진정한 참모가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더라도 리더의 말이나 정책이 잘못됐으면 잘못됐다고 소신껏 지적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팔로워십이 뛰어난 참모를 곁에 둬야 한다. 결국 뛰어난 팔로워십을 가진 참모가 훌륭한 리더를 만드는 것이다.


    위대한 리더가 되려고 하는 당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는 100가지 중에 10가지뿐일 수 있다. 경험과 지식의 함정, 지혜의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는 겸손한 리더만이 유능한 인재가 보일 것이다. 자, 리더인 당신 곁에 '허조'가 있는지 둘러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