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현실이 되다(4)

  • 서진영 경영·철학박사

    입력 : 2015.02.12 16:04

    3) 자연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


    (가) 바이오 미미크리 : 자연 생태계에 숨어 있는 수천만 달러


    * 하늘을 나는 새들과 곤충들,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물고기, 천장에 붙여서도 떨어지지 않는 도마뱀, 끊임없이 나오는 가벼운 거미줄, 어둠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박쥐, 수백 년 동안 생존하는 나무들. 우리 주변의 자연을 보고 있으면 인류가 갖지 못한 여러 가지 능력이 부러워진다.


    '새처럼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동식물의 능력을 갖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인간은 신체적인 능력에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대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는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 상상력과 우수한 두뇌, 발전한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는 동식물의 능력을 모방해서 생활에 활용하고 있다. 자연의 시스템을 잘 관련해보자. 그러면 생물의 능력을 모방하는 기술이나 도구를 개발할 영감(inspiration)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동물, 식물, 곤충들의 생체 시스템이나 자연지능을 모방하는 학문을 생체모방학(Biomimetics)이라고 한다.


    * 생체모방학 즉, 바이오미미크리에 대해 CWPC – 2014년 1월 1주차 서평[생명이 자본이다] (이어령 지음, 마로니에북스, 2014.)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① 바이오미미크리


    * 우리는 자연, 생명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바로 생물체의 특성, 구조, 및 원리를 산업 전반에 적용시키는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이다.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의 기술은 전대미문의 '자연자본주의'라는 신 개념의 사회문화 경제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제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착취의 대상에서 배움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전혀 다른 창조성이다. 생명자본주의시대에서 기술은 산업기술을 넘어서는 자연과 생물의 기술에서 배우는 바이오미미크리로부터 시작된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54명의 전문가들과 인류 멸망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11번째 시간(The 11th Hour)]이라는 다큐 영화는 유일한 구제의 탈출구가 바이오미미크리에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과학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200년도 채 안되는 근대 과학기술을 38억년을 살아온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자연계의 생명 기술의 방향으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 자연을 본받는 바이오미미크리 신기술의 세계에서는 모든 인식이 물구나무선다. 이미 재닌 M. 베니어스(Jannine M. Benyus)가 쓴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라는 책이 나와 있는데, 그 부제는 'Innovation Inspired by Nature' 즉, '자연에 의해서 개발되는 기술'이다.


    - 옛날에 우리는 생물을 죽이고 꿀벌에게서 꿀을 훔쳤지만, 이제는 벌집에서 육각형의 지혜를 배운다. 여름에는 원수 같은 모기들, 하지만 모기가 물면 아프지 않을 것을 응용해 찔러도 안 아픈 주삿바늘이 나온다. 타조는 시속 100km로 뛰어도 심장이 타지 않는 타조 몸의 매커니즘을 연구해, 자동차 엔진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제 우리가 그동안 잡아먹고 착취하던 동물을 사랑함으로써 그들의 슬기와 생명의 지혜를 배운다. 우리들의 최종적인 사랑은 교감하고 배우는 것이다. 지구의 한 시민으로써 자연에서 배우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자.


    ② 최초의 바이오미미크리 – 벨크로


    * 이처럼 자연을 카피하여 생활 속 위대한 발명품을 만든 인물들은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미 자연지능을 엔지니어링 솔루션에 적용하여 비행기와 배를 만들었다. 하지만 자연지능을 활용해서 혁신적인 상품화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는 메스트럴의 벨크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 1948년 스위스의 발명가 엔지니어인 조지 드 메스트럴(George deMes-tral)은 그의 애완견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자신의 바지와 개의 털에 엉겅퀴(Burrs(우엉)) 씨앗이 잔뜩 붙어있었다. 엉겅퀴 씨앗은 개의 털과 옷에 바짝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호기심을 느낀 그는 엉겅퀴 씨앗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았고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끝부분이 섬유에 고리처럼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엉겅퀴 씨앗의 구조를 모방하여 만든 제품이 바로 오늘날의 파스터 테이프(fastner tape)와 같은 벨크로, 일명 찍찍이(Zzic-Zzigi)다. 벨크로 제품이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 수천만 달러의 산업으로 발전하였음은 물론이다.


    *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스위스의 조르즈 도메스트랄은 원래 기술자가 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자 사냥에 푹 빠졌다. 1935년 어느 날, 그는 울창한 숲 속에서 애견과 함께 살찐 산토끼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우엉가시로 뒤덮였다. 옷을 벗어 힘껏 털었으나 우엉가시는 떨어지지 않았다.


    - '우엉가시는 왜 잘 떨어지지 않을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그는 집으로 돌아가 확대경으로 우엉가시를 자세히 살폈다. 우엉가시는 갈고리 모양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곧장 그는 한 쪽에 갈고리가 있고 다른 쪽에는 걸림고리가 있는 테이프를 만들어 서로 붙였다. 양쪽이 닿자마자 철썩 붙었고 살짝 떼면 찍하며 떨어졌다. 여간 신기하고 편리한 게 아니었다.


    - 그는 즉시 특허를 내고 벨크로라는 회사를 세우고 매직테이프 생산에 들어갔다. 그의 회사는 1년 만에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세울 정도로 번창했다.


    2차 대전 발발로 군복과 군화에도 그의 매직 테이프가 사용되면서 그의 회사는 세계적으로 성장했다. 지금 매직테이프는 기저귀, 허리띠, 시계밴드, 운동화, 좌석커버, 우주복 등에 널리 쓰인다.


    ③ 모기에서 배운다


    * 인간을 괴롭히는 박멸의 대상인 모기가 첨단 나노기술의 선생이 된다. 벌써 일본에서는 모기의 침(針)을 모델로 하여 아픔 없이 주사를 놓을 수 있는 주사바늘을 개발했다. 모기바늘과 맞먹는 1mm 5분의 1만큼 가는 주사바늘에는 톱니모양의 홈에 파져 있고 그 바늘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포리유산이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다.


    ④ 거미줄


    * 신축율이 가존 나일론의 2배가 되고 같은 무게의 철강보다 10배 강하다는 거미줄에서 새로운 섬유기술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방탄조끼나 안과 등 외과수술용 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들이 벽에 달라붙는 도마뱀류의 발바닥 모양을 분석 적용하여 100그램의 무게를 가진 물건도 너끈히 달아맬 수 있는 강력 접착 테이프를 만들어낸 것도 마찬가지의 성과다.


    벌써 열대의 건조지대인 사바나에서도 상온 30℃를 유지하고 있는 흰개미(a white ant; a termite) 집을 본 따서 냉방장치가 필요 없는 빌딩을 짐바브웨의 헤라레시에 세운 건설회사가 출현했다.


    ⑤ 연잎


    * 연잎에는 비가와도 스며들지 않는다.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연잎의 자연 원리에서 방수벽돌을 만들어 실제로 쓰고 있다. 이 벽돌을 설치한 빌딩은 평생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전체 건물이 방수가 된다. 또한 부엉이 날개깃을 본따서 소음이 없는 풍차를 만들어 개인집 옥상에 놓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새들의 화려한 깃털을 과학을 이용한 것으로 이제 공해의 원인이 되는 화학염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여러분들이 아름다운 천연색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멀지 않았다.


    ⑥ 바퀴벌레


    * 바퀴벌레는 이름부터가 이상하다. 어디를 봐도 바퀴가 없는데도 바퀴벌레이다. 수채에서 나온 녀석들이 어떤 신사의 구두보다도 반짝 거린다. 어떤 구두닦이가 이렇게도 신비한 광택을 낼 수 있다는 말인가. 바퀴벌레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공룡보다도 오래인 3억 년 전에 이 지상에 나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도 거의 바뀌지 않은 채로 살아왔다.


    완벽하게 지구의 환경에 적응해서 사는 곤충이다. 인간의 지혜보다도 오랜 지구속의 풍상을 겪어온 바퀴벌레들은 인간과의 경쟁에서 언제나 트로피를 따는쪽이다. 왜냐하면 어떤 과학 기술로도 바퀴벌레를 박멸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바퀴를 죽이기 위해 단 것을 좋아하는 그 성질을 이용해 살충제를 만들었을 때 그것들은 그 단 것을 쓴 것으로 바꿔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것이다.


    * 바퀴벌레는 인간에게는 까다롭고 흉측한 것으로 보이나 지구환경에는 참으로 친하다.


    - 3억년 동안 이 지구에서 바퀴벌레는 오줌을 배설하지 않고 생체 속의 미생물을 이용해서 몸 안에서 아미노산을 만들어 재생해왔다. 몸 안의 절묘한 회로장치 부랏타 박테리움(Blattabacterium)을 이용하여 요산을 몸이 필요로 하는 아미노산으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에 극미량의 배설 밖에는 하지 않는다.


    [네이처(Nature)]지에 소개된 회로장치를 보라. 반도체가 이길 수 없는 놀라운 정밀성을 보여준다. 3억년을 이렇게 살아온 대선배다. 하루에 자기 몸의 20배에 달하는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부끄러운 것이다.


    - 에머리 시몬즈 등이 행한 1999년의 조사, 미국의 중산층 가족 네 식구가 일 년간 살기 위해서는 연간 약 1800톤의 자원을 채취하여 가공처리해야 한다. 하루의 양을 계산해보면 표준적인 인간의 체중 약 20배에 달하는 자연자원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 막대한 물자의 유통량 가운데 실제로 최종제품이 되는 것은 겨우 7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그 가운데 내구성 제품들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재생 또는 재이용되는 것은 겨우 0.0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들의 자원 유통의 99.98퍼센트가 폐기물로 버려지는 셈이다.


    여기에 비해서 자연의 생물들은 일체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 없다. 어떤 종의 배설물은 다른 종의 식량이 된다. 모든 자원의 재(再)이용률은 100퍼센트이다. 리사이클이나 에너지의 적절한 배분으로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일이 없다.


    * 이것만 생각해 봐도 우리의 기술, 200년도 안된 산업기술이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물총제비로부터 신칸센, 하이테크로도 못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 막 시작된 바이오미미크리는 21세기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경제를 일으키는 요술지팡이의 노릇을 하는 두 마리 토끼 사냥의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각 자연계의 생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시스템을 기술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총체적 효력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발견한 산업기술은 기껏 200년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38억년 지속되어온 생명체의 생존 기술에 비하여 턱없이 불안전하고 빈약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⑦ 생명자본주의 시스템의 단초


    * 폐기물을 배출하는 미숙한 산업기술을 배설물을 배출하지 않는 바퀴벌레의 생체기술을 모방한 바이오미미크리로 바꾸면 생명의 순환과 생식을 이용하여 자연에 재투자가 가능한 생명자본주의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다. 지금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 그린 테크놀로지나 한국이 주도해가고 있는 그린 그로스(Green Growth)가 바로 그러한 전환의 한 보기가 될 것이다.


    - 산업혁명이 주도해 온 산업자본주의와 지식정보 혁명이 이끌어온 금융자본주의는 그 유통기간이 다 해가고 있다. 그 발전 모델과 기술을 바꾸지 않으면 오늘날과 같은 금융 위기, 환경 위기, 윤리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인간의 삶에 대하여 유해무해를 가리지 않고, 돈이 도는 것이면 모두 GDP로 간주하는 통계 숫자를 생명감이 충일한 행복지수를 나타낼 수 있는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 또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로 바뀌어야 한다.


    -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GN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의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시의 아름다움이나 결혼생활의 건강함, 국정 논쟁에서 나타나는 예지(銳智), 공무원들의 정직성 등도 포함하지 않는다. 요컨대 GNP에는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고 우리 자신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들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만이 포함돼 있다.


    * 생체모방학은 새로운 생물질(biomaterial) 개발, 새로운 지능 시스템 설계, 생체 구조를 그대로 모방한 새로운 디바이스, 새로운 광학 시스템 디자인 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생체모방학은 우리가 상상한 많은 것들을 실현시켜줄 뿐만 아니라 무기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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