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브랜드 대상] 불황일수록 고객은 브랜드와 소통을 한다

    입력 : 2015.02.09 15:29

    올해 소비 심리를 활성화할 브랜드 마케팅 요소 3가지


    1. '이케아' 같은 친환경적인 실용주의
    2. '허니버터칩' 같은 한정판의 매력
    3. '치토스' 같은 뇌 구조 분석


    '백 투더 1990(Back to the 1990)'. 최근 화제였던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의 콘셉트다. 엄정화, 쿨, 터보, 소찬휘 등의 가수들이 집합한 무대는 20여 년 전과 똑같았다. 지난 1월 3일에는 순간 최고시청률 35.9%를 달성하기도 했다. 1990년대 당시 10, 20대였을 주요 시청자들은 안방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방송을 보며 울다 웃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토토가 다시보기' 동영상에 올라온 한 댓글이다.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해 줘서 감사하다."


    시청자들의 '토토가' 열광은 브랜드 마케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에 뒤떨어진 아이템을 다시 유행시키는 역(逆)발상 전략이다. 경기가 침체되면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다. 이럴 때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순수했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다. 이를 제대로 공략하면 위축되었던 소비자 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


    새해지만 경영, 경제에 대해 희망적인 뉴스는 찾기 힘들다. 기업은 매출 성장세가 멈추고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질까 봐 불안하다. 하지만 경영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브랜드 전략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소비 심리를 활성화할 브랜드 마케팅 요소 세 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친환경적인 실용주의.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시에 개장한 '이케아(IKEA)'는 완벽한 이케아식(式) 실용주의를 구현한다. 국내 백화점과 달리 특정 상품 판매대에 배정돼 물건 설명을 하는 직원은 없다. 몇 명의 직원이 돌아다니며 고객의 요청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줄였다.


    가구 조립과 배송은 편의에 따라 고객이 직접 하거나 직원에게 맡길 수 있다. '고객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장 복도에 있는 이 문구는 이케아만의 실용적인 쇼핑 콘셉트다.


    계산대에서도 물건을 담을 무상 비닐봉지나 종이가방은 제공되지 않는다.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제품 역시 환경호르몬 방출이 적다. 가구의 친환경 인증은 새집증후군의 원인으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방출량에 따라 SE0-E0-E1-E2로 분류되는데, 이케아의 가구는 포름알데히드가 가장 적은 SE0 또는 E0등급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국내 가구가 대부분 E1, E2인 것을 아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케아에 주목한다. 광명점 매장은 지금도 주말에만 2~3만 명의 고객이 찾는다.



    둘째, 한정판의 매력. 지난해 8월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제과업계에 유례 없는 품귀 현상을 빚었다. 지금도 매달 60억 원어치의 물량을 공급하지만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애가 탄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한 유사 제품들은 덩달아 인기를 누렸다. 해태제과 후속 제품인 '허니통통'은 출시 일주일 만에 5만4000 상자가 판매되면서 매출 13억 원을 달성했고,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0억 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맛의 과자들이 원조 제품의 효과를 본 셈이다.


    실제 '허니버터칩'을 먹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맛있다'와 '독특하지만 그렇게 맛있진 않다'. 전문가들은 "물량 부족이 수요를 과열시킨 측면이 있다. 일본, 미국에서 성행하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첫 사례"라고 말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희열, 한정판만이 주는 특별한 보상이다.


    셋째, 과학적 분석. 사람의 뇌 구조를 분석해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는 '뉴로마케팅'이 브랜드 연구가들에게 주목 받고 있다. 뇌파를 측정하거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의 운동을 분석해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어떻게 인지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대표 사례가 펩시그룹의 과자 '치토스'에 대한 소비자 연구다. 펩시의 프리토레이 연구소는 소비자가 이 과자를 먹을 때 뇌의 반응을 측정했다. 이 과자를 먹다 보면 손에 양념이 묻게 되는데, 피실험자들의 뇌파는 손에 묻은 과자의 양념을 볼 때 더 강렬하게 움직였다. 연구진은 '소비자가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불쾌해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기업들의 자사 브랜드 분석은 IT를 활용함으로써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수 년째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도 브랜드 전략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기업 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꾸준한 브랜드 마케팅 연구가 필요하다. 브랜드의 핵심은 제품의 모양, 성능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 의미다. 소비자와의 연결지점인 브랜드를 제대로 분석하고 개선하는 길만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