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09 14:44
최근 한 일간지에 대기업 유명 브랜드를 단 임대아파트가 곧 나오게 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정부가 중산층을 겨냥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서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인데, 아파트에도 예외 없이 '품질은 곧 브랜드 명성'이라는 공식이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몇 년 전 어떤 아파트 부녀회가 그 아파트 건설사가 한창 광고하고 있는 최신 유명 브랜드로 이름과 건물 외장을 바꾸었는데, 놀랍게도 그 후 집값이 몇 천만 원 이상 뛰어오르는 일도 있었다. 브랜드의 명성이 소비자들에게 고품질로 인식되고 그것이 곧바로 가격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명성과 가치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세계적인 브랜드 전문가인 데이비드 아커 교수는 브랜드 네임이나 심볼 등과 관련한 브랜드 자산과 부채의 총합을 '브랜드 에쿼티(equity)'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브랜드의 인지도, 충성도, 지각된 품질, 브랜드 연상 등이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즉, 하나의 브랜드가 시장에 나와 소비자에게 이름과 정체성을 알리고 품질과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하면 차츰 사랑받는 브랜드로서 성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모든 것이 브랜드 에쿼티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브랜드 에쿼티가 한번 커지고 나면 기업은 판매 촉진은 물론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른 제품에도 확장시킴으로써 점점 더 강력한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는 것인데,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이 브랜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브랜드 마케팅에 필수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광고나 PR의 순환적 알고리즘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단계대로라면 신규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광고나 PR의 전략적인 투입이 선행되고 그로 인해 확보된 브랜드의 명성과 파워가 또 다른 시장 진입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그 단계를 생략하고 탄생하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싸이'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 이렇다 할 광고 등의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유투브라는 매체를 타고 각종 패러디를 재생산하면서 삽시간에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싸이가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거듭나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디어 환경과 소비자 참여가 빠르게 진화하는 앞으로의 마케팅 환경에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PR의 패턴 또한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4년 세계적인 브랜드 가치평가 기관인 '인터브랜드'와 '밀워드 브라운'이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를 보면 '애플'과 '구글'이 1, 2위를 다투는 가운데 우리나라 브랜드는 '삼성'과 '현대'만이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다소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의 뉴 패러다임이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