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의 영양이야기 15- 술, ‘잘’ 드시고 계신가요?

  • 정유미 칼럼니스트

    입력 : 2015.01.14 09:49 | 수정 : 2015.01.14 19:21

    연중 이맘때만큼 술자리가 많은 시기가 드물다. 각종 모임들로 바쁠 때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술을 어떻게 마시고 있을까? 201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월간음주율(최근 1년 동안 한 달에 1회 이상 음주한 분율)은 남성 73.5%, 여성 42.9%였다. 고위험음주율(1회 평균 음주량이 남성 7잔 이상, 여성 5잔 이상)은 남녀 각각 21.8%와 6%로 나타났다. 여기에 주 1회 이상 폭음하는 비율은 남성 40.9%, 여성 14.8%라고 응답했다. 알코올 의존은 남성 10.3%, 여성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특히 남성에서) 마시는 양도 많고 술 없이 살기 힘들어 하는 비율도 높아 보인다. 오늘은 우리가 다양한 이유로 마시게 되는 술, 그 술을 '잘' 마시는 '흔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적당한 음주는 분명 유익한 측면이 있다. 마음을 진정시켜 편안함을 주고, 소화를 돕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의 즐거운 시간에 술은 사교도구로서 역할 한다. 스스로 약간의 술로도 무력해져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밝힌 수필가 임어당 역시 "술은 다른 어느 것보다 문학적으로 위대한 공헌을 했고, 크게는 인간의 창조력을 도왔다."고 말하며 인간사회에서 술의 공적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인류는 상징적으로도 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랜 시간 술은 잔치나 축제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았고, 심지어 장례식과 종교의식에서도 필수적이었다. 미각을 다룬 최초의 책인 《미식예찬》에서 저자 브리야 사바랭은, 술은 '액체 중의 절대군주'이며 미각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흥분을 제공한다고 했다.


    술은 함께하는 음식의 맛을 한 층 끌어올리기도 한다. 좋은 음식과 그에 어울리는 음료를 곁들이는 것은 식탁 위의 맛과 멋을 극대화 시킨다. 한국인에게 파전과 막걸리, 삼겹살과 소주, 치킨과 맥주 등은 많은 이가 공감하는 술과 음식간의 대표적 ‘마리아주’(Mariage)이다. 마리아주는 원래 결혼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이 단어는, 음식과 관련해, 가장 좁게는 포도주와 그에 어울리는 음식과의 궁합을 뜻하지만 넓게는 모든 종류의 음식 사이에서 맛 궁합을 말하고 일반적으로 주요 음료인 술과 음식과의 궁합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여기에는 모임의 성격, 참석자의 개성, 식기, 장소, 날씨 등을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 좋은 사람들, 좋은 음식, 거기에 어울리는 좋은 술은 일상이 주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과한 음주는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알코올이 대사되기 위해서는 다량의 조효소가 필요하다. 체내에는 다양한 조효소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비타민을 포함한다. 따라서 음주는 비타민 대사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비타민의 조효소 전환율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효소의 영향을 받는 다른 체내 작용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음주는 간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켜 지방산의 산화는 감소, 합성은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간 내 중성지방이 축적되고 혈액 지단백질로 방출된다. 결국 만성 음주는 콜레스테롤 농도를 증가시켜 고지혈증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외에도 만성 음주는 간의 당신생작용을 방해해 저혈당증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젖산형성이 증가되면 요산이 증가되고, 이는 통풍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취할 때까지 마시는 자는 술을 제대로 마실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오래된 미식 잠언이 있다. 앞서 말했듯 술은 우리에게 여러 유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이를 '잘'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결국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당히 마시는 것이어야 한다. 적당한 음주는 체질이나 체격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1,2 잔 정도를 말한다. 참고로 대한간학회에서는 건강 음주 수칙으로 하루 2잔 이상은 삼가고, 음주 후 2,3일은 술을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결국 적당히 마시라는 '흔한' 결론이 되었다. 하지만 흔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듯, 자신의 술자리를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