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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모바일 결제 新기술 갖고도 7개월째 관공서 헤매

박순찬 기자 기자 ㅣ
등록 2014.11.03 02:19

[한국NFC 대표가 말하는 '규제에 발목잡힌 창업기업']

금융위·금감원 담당자들 '신문고' 民願 넣은 뒤에야 만나
금감원 保安심의기준 100여개… 통과 준비에만 3개월째 매달려
페이팔·알리바바 같은 기업 한국서 왜 안 나오는지 보여줘

한국NFC 황승익(41·사진) 대표는 작년 11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갖다 대기만 하면 모바일 결제가 완료되는 '셀프 카드 결제 시스템'이란 신(新)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스마트폰 쇼핑을 할 때,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뒤에 갖다 대고, 비밀번호 앞 두 자리만 누르면 모든 결제가 끝나는 방식이다. 카드 정보가 저장되지 않으니 신용 정보 유출 우려가 없어 페이팔·알리페이 등 외국의 유명 모바일 결제 서비스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하다.

황 대표는 이 신기술로 올 3월 창업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업을 시작하기는커녕, 여전히 관공서를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그간 황 대표가 겪었던 과정을 되짚어보면 한국의 금융 규제가 얼마나 기업을 옭아매는지, 왜 한국에서는 페이팔과 알리바바와 같은 신기술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그는 처음 옥션·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를 맺기 위해 해당 업체를 찾아갔다. 하지만 "카드사와 제휴를 해오면 계약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용카드사를 찾아갔더니 이번엔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를 먼저 받아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으로 가니 "은행·카드사나 결제대행(PG) 업체가 아니면 신청 자격이 없다. 회사의 지위 확인부터 하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제출한 끝에 가까스로 '신청 자격이 없는 전자금융 보조업자'라는 답변을 받았다.

황 대표는 "우리 회사가 어떤 지위인지 확인하는 데만 1개월이 걸렸다"며 "금감원이나 금융위 담당자는 전화조차 잘 받아주지 않아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어 가까스로 담당자를 만나는 편법까지 터득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결국 결제대행사와 수익의 절반을 나누는 조건으로 제휴를 맺어, 마침내 보안성 심의 신청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보안성 심의 신청 서류를 받아들고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금감원이 요구한 사전 보안성 심의 기준은 A4 용지로 8장, 세부 항목은 100여개에 달했다. 문서에는 '통신사 명의 확인' '악성코드 감염 검사 여부 확인' '단말기 분실·도난 대응 절차 확인' '부정거래 탐지 및 모니터링 실시 여부 확인' 등 갓 창업한 회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항목이 많았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요구 조건도 있었다. '기기 고유 식별 정보'가 그런 예다. 금감원이 요구한 스마트폰 고유 식별 정보인 '맥(MAC) 주소'는 개인 정보라서 수집이 불가능한 것이었다. 황 대표는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보안성 심의 준비에만 3개월째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심의를 통과한다 해도 벽은 남아 있다. 카드사가 '본인 인증 방법이 유효한지' 금융 공기관의 확인을 받아 오라고 했기 때문. 이를 위해 황 대표는 5개월 전 로펌에 의뢰해 금융위원회에 질의서를 보냈다. '개인 명의로 질의서를 보내봐야 상대 안 해준다'는 주변의 충고 때문이었다. 질의서를 접수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금융위 담당자는 "구두(口頭)로는 답해줄 수 있지만 문서로 확인해줄 수는 없다. 내 통화 내용을 녹취해서도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계속 "증빙 문서를 가져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해 사업을 하려는데 정부가 '사업 자격'이란 규제를 만들어 제대로 심사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창업이 어떻게 활성화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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