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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말해봅시다" 직장 내 폐쇄형 SNS 인기

강동철 기자 기자 ㅣ
등록 2014.04.11 03:01

'블라인드', '컴퍼니'… 뒷담화에서 맛집 정보까지
IT기업 위주 운영… 일반 기업으로 서비스 확대 예정

지난달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직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노조가 없었다. 이들이 얘기를 나눈 곳은 '블라인드(blind)'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였다. 몇몇 직원들이 여기에 "우리도 노조가 필요하다"는 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 네이버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노조 설립이 논의된 적은 없다"면서도 "블라인드에서 노조 설립과 관련된 내용이 오가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회사 얘기는 우리끼리

최근 블라인드, 컴퍼니 같은 직장 기반의 폐쇄형 SNS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끼리 공유하는 게시판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사내 인트라넷에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는 회사도 있지만, 아무래도 회사 서비스이다 보니 사용할 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

작년 12월 처음 블라인드 서비스를 내놓은 정영준 팀블라인드 대표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마음대로 회사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며 "계급장 떼고 최고경영자(CEO)부터 말단 사원까지 익명으로 회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와 컴퍼니는 단순히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는다고 해서 사용할 수는 없다. 우선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게시판에 열렸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블라인드는 현재 네이버를 비롯해 티켓몬스터·쿠팡·카카오·넥슨·엔씨소프트·다음·이베이코리아 등 8개 회사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원들에게 게시판 오픈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많은 기업부터 먼저 게시판을 열어준다. 현재는 IT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서비스를 진행하고 차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컴퍼니는 이보다 더 많아서 80여개 기업의 게시판을 운영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대기업도 포함돼 있다.

회사의 게시판이 열려 있는 경우에는 회사 이메일 주소를 공개해서 직원이 맞는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인증을 받은 사람만 자신의 회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볼 수 있다. 사내 기밀을 보호하고 회사원들이 편하게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다 보니 이 서비스들에 가입한 회원들은 페이스북이나 밴드 같은 친목 위주의 SNS보다 블라인드·컴퍼니를 더 많이 보기도 한다. IT 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윤모씨는 "근무 시간 때는 틈만 나면 블라인드와 컴퍼니에 들어가 무슨 글이 올라오는지 확인한다"며 "지금까지 다른 부서, 업무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몰랐는데 여기에서 보면 대부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 근처의 맛집, 카페 같은 소소한 정보도 쏟아진다. 단순히 블로그 같은 데 올라온 것보다 동료 직원들이 검증해서 추천한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성이 높다.

또 회사 비전, 사업방향, 현황 등에 대한 글도 올라온다. 기업 평균 연봉이 공개됐던 지난달 31일에는 "네이버의 작년 평균 연봉이 2012년보다 1000만원이나 떨어졌다"면서 "이유가 뭔지 설명 좀 해달라"는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직원들은 고액 연봉자의 퇴직, 분사 등의 이유를 들며 자체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성희롱 등 익명 서비스 부작용도 우려

익명에 기반한 SNS이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의 탈을 쓰고 상대방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글을 쓴다거나 특정 인물을 악의적으로 공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크릿(secret)이나 위스퍼(whisper) 같은 익명 SNS는 이미 음란성 글이나 악의적인 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블라인드와 컴퍼니 측에서는 "아직 문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향후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사한 직원에 대한 처리도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A업체 직원으로 블라인드 같은 SNS에 가입했다가 퇴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사람은 계속 블라인드 게시판을 통해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고, 이를 외부에 유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회사원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쉽게 회사 이야기를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직함·직급을 가리고 이야기할 공간이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다만 익명성에 가려진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보단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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