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한 달 앞두고 한 포기 1만2000원 ‘金배추’
태풍ㆍ집중호우로 일주일 사이 60% 급등
채소농가 김장 수요 맞추기 힘들어�월 김장철까지 오름세 지속할듯

‘올 겨울 김장 대신 고기나 먹어야 하나?’
 
서울, 부산 등 주요 지역의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결국 배추 한 포기 평균가격(소매기준)이 1만원을 돌파했다.

다른 채소들도 고공행진은 마찬가지다. 김장에 필요한 무, 양파, 대파, 마늘 등이 지난해 대비 2~3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매년 추석이 끝나면 채소값이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올해는 기상 악조건이 계속되면서 채소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장철을 앞두고 서민 가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장에 가면 한숨 뿐고기 사먹는 게 싸다”

28일 농수산물유통공사 농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은 27일 기준 1만1678원. 추석 명절 전인 20일 7184원보다 60% 치솟았다. 무 1개의 가격도 3589원으로 일주일 전 3040원에서 18% 가량 올랐다.

이처럼 추석 이후에도 배추값 상승이 그치지 않자 소비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주부 이정애(38)씨는 “장을 보려고 마트에 가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몇 개 안 담아도 3만원을 훌쩍 넘어선다”며 “삼겹살 1근이 7000원 정도니 채소를 사는 것보다 고기를 사는 게 오히려 싸게 먹힐 정도”라고 말했다.

9월말까지 채소 가격 불안정이 이어진 이유는 올 초부터 유난히 기상 악조건이 계속되면서 채소 출하량이 급격히 줄어든 데 있다. 봄철 이상저온으로 채소 농가가 냉해를 입었고 여름철에는 잦은 비로 고랭지 배추가 썩기도 했다.

◆농가 11월 김장철 수요 맞추기 힘들어연말까지 배추값 고공행진할 듯

11월 김장철이 시작되면 배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더욱 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영구 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배추가격은 지난해보다 30~35% 이상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배추 농가들이 9월 태풍 ‘곤파스’ 피해에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11월 김장철 수요를 못 맞출 것으로 보여 배추, 무, 양념채소 등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채소들 가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무 1개당 평균가격(소매기준)은 27일 기준 3589원으로, 한달 전인 2763원보다 30% 치솟았다. 기상 이변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무 가격은 연말까지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맘때 2300원 하던 양배추 한 포기도 현재 7062원으로 3배 넘게 오른 상태다. 시금치 1kg은 1만3756원으로 1년 전의 4815원에 비해 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대파 1kg도 6311원으로 불과 한달 전인 2912원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마늘 역시 평년 6146원에서 1만1775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채소농가와 계약 재배하는 농산물을 앞당겨 출하하거나 한달 안에 출하가 가능한 얼갈이 배추 등 대체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등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치대란’에 제조김치 ‘불티’싼 곳 찾아 삼만리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아예 공장에서 제조된 김치를 구입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또 가정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해 먹거나 멀지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이색 풍경도 생겨나고 있다.

홈플러스는 9월 들어 김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0% 증가했다.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등도 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싼 배추 가격에 소비자들이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 김치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접 채소를 키우겠다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간편하게 실내에서 작물을 키울 수 있는 화분과 씨앗, 분갈이흙, 분무기 등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옥션은 이달 들어 집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원예용품 판매가 지난해 동기보다 55%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일반 마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각 지역 단위농협을 찾아 다니며 채소를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회사원 김동현(남ㆍ45)씨는 “지방을 다녀오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오이, 시금치 등 채소 뿐만 아니라 과일 가격도 일반 마트보다 20~30% 가량 저렴해 많은 양을 샀다”며 “채소, 과일 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조금 멀어도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며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28일 밤 9시50분,11시50분 과 29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 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안평욱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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