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
사이버 보안은 국가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

지난해 발생한 ‘7.7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은 사이버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계기였다.

당시 1주일간 청와대, 국방부, 국회, 은행, 미국 백악관 등 국내외 26개 주요 웹사이트가 마비됐다. PC 바이러스에 의한 사이버 테러는 IT 기술 발달에 따라 더욱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공격에 끄떡없는 PC는 언제쯤 개발될까.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사장(CEOㆍ51)에게 물었다.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학위까지 딴 그였기에 잔뜩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모든 PC는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이버 보안이 한 나라의 발전과 직결되는 시대다. 안철수연구소 같은 보안업체의 역할은 그래서 크다. 다음 달 사장 취임 1년을 맞는 김 사장을 27일 비즈니스앤TV가 만났다.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사이버 보안은 국가 발전과 기술 확보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물론 개인들도 제값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연구소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규모 확장, 매출 증대 등 양적 팽창이 아닌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모든 컴퓨터가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보안문제는 영원히 사라질 수 않을 것이다. 신종이나 변종 바이러스나 악성코드가 등장하면 모든 PC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사회에도 크고 작은 범죄, 예를 들어 소매치기나 강도 등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지 않는가?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다. IT에는 ‘기술’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문사회학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매우 뒤처진 것 같다.”

-바이러스 피해 예방법은 무엇인가?
“백신을 항상 최신 업데이트 상태로 유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얼마나 신속하게 악성코드를 분석해 막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이나 기업 모두 윈도 보안패치나 백신을 반드시 설치해 업데이트 등의 관리를 해야 한다. 이제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일련의 사건 중 안철수연구소가 겪은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오진(誤診)사태’였다. 2008년 당시 ‘V3’ 제품군이 시군구 민원 전산망의 일부 프로그램 파일을 ‘스파이웨어’로 잘못 진단해 해당 프로그램의 실행을 차단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디도스 대란 1년 전에 겪은 일이다. 마침 그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고객대응 시스템을 바꾸고 V3를 새롭게 설계하는 등 좀 더 입체적으로 막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춘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그 일로 인해 디도스 대란 때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7.7 디도스 대란,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어떠한가?
“7.7 디도스 대란시 무료로 해당 악성코드를 치료할 수 있는 전용백신을 제공했다. 이를 수백만명이 사용해 좀비PC 등을 막아낼 수 있었다. 사실 개인이나 기관의 일부 PC 관리가 안 돼 좀비PC가 존재했다. V3만 사용했어도 7.7 디도스 대란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각자 PC관리와 보안의식이 중요하다.”

-포털 등 다양한 곳에서도 무료 백신을 배포한다.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 백신엔진을 수입해 마케팅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영향은 있었지만 안철수연구소의 비즈니스 기반은 기업이나 공공 분야이기 때문에 그래도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포털이 상생하는 방향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정보보안의 기술축적도 되고 향후 비즈니스 생태계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책을 얼마 전에 출간했다. 어떤 내용인가?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고 싶은 안철수 전 대표의 철학을 책 제목으로 옮긴 것이다. 지난 2008년 출간한 책의 개정판이다. 7.7 디도스 대란에 대한 대응 전말 등을 보충해 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자국 기술로 백신을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 정도인데 그 존재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스마트 시대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소외계층이 적지않다.
“어느 분야든지 초기에는 전문가 기술자가 주도하게 돼 있다. PC만 해도 대형 컴퓨터 시절이 있었듯이 보편화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기술자나 얼리어답터가 아닌 일반인을 위한 디바이스가 계속 나올 것이다. 태블릿 PC나 스마트폰도 노년층이나 여성 등 상대적으로 기술에 취약한 계층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급속도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망이 좋고 빠르다’는 걸 자랑하던 시대는 지났다. 각 사용자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보안은 사이버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자국 기술의 확보와 발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 전반에 여전히 공짜가 만연하고 SW를 비롯한 콘텐츠 가치 인식이 부족하다. 심지어 안전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책임이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조차 헐값에 보안을 하려는 곳도 꽤 있다. 사용자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값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27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28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촬영 편집 박영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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