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가 부족할 때’가 짝퉁?...미투(me too)상품 전성시대

“왜 이렇게 비슷한 제품들이 많아?” 상품 구매하면서 이런 고민 한번쯤 했을 것이다.

한 제품이 인기를 끌게 되면 이름만 살짝 바꾼 ‘미투(me too)’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은 오리지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류(亞流)로 남지만 1위로 등극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산업계에 부는 ‘미투 제품’ 바람에 대해 알아봤다.

◆미투 제품은 짝퉁? ‘쌍둥이라 불러다오’

미투 제품은 '나 역시' 라는 뜻의 영어 단어 'me too'에 '제품'을 더한 말이다. 한 업체 상품이 히트치면 경쟁업체에서 기능과 재료, 상품명을 비슷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제품을 일컫는다.

특히 식품업계에선 마치 관행처럼 이뤄진다. 롯데 '자일리톨 껌'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해태제과와 오리온제과도 각각 '해태 자일리톨', '오리온 자일리톨' 껌을 출시했다. 비타민 음료시장에서도 광동제약의 '비타 500'에 이어 동화약품의 '비타천', 롯데칠성음료 '비타파워', 녹십자상아 '비타마인' 등이 나왔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원금과 이자를 복리로 운용하는 '신한 월복리 적금'이 인기를 끌자 농협과 외환은행, 하나은행 등도 유사한 월복리 적금을 내놨다. 김용태 마케팅연구소소장은 "기업들의 미투 마케팅은 선두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며 이를 통해 제품군이 보다 풍부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차별화로 오리지널을 이긴다

미투 제품은 2인자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 빠르게 비슷한 제품을 양산해야 하는 만큼 차별성을 가진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미투 제품은 오리지널을 넘어 시장의 1위로 등극하기도 한다. 탄산과 주스가 대부분이던 음료시장에서 처음으로 미과즙음료로 도전장을 던진 남양유업의 '니어워터'. 하지만 시장을 제패한 것은 니어워터의 미투 상품인 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마케팅의 힘이라고 평가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물과 비슷한 음료가 아닌 다이어트 음료로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것이 소비자들에게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무임승차ㆍ비도덕적 상술’ 비난도

미투 제품은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선두업체의 인기를 이용한다는 비도덕적 상술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또한 오리지널 상품과 거의 판박이인 일부 제품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법적 공방도 끊이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대상의 '쇠고기 진국 다시'에 대해 “CJ '쇠고기 다시다'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조됐다”며 법원에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제조 금지 판결을 내렸다.

남양유업도 '맛있는 우유 GT'와 유사한 '참 맛 좋은 우유 NT' 제조사 빙그레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해 '참 맛좋은 우유NT'의 판매를 금지하고 보관 중인 용기 등을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차별화 전략이 더해지면 '새로운 신시장'

전문가들은 혁신적 기술제품의 경우 미투 제품이 양산됨으로써 대중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한다. 다만 미투 제품이 단기적으로 1등의 인기에 기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상술로 출시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투 제품의 출시로 시장이 확대되고 새로운 산업군이 만들어진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그 안에서 분명한 자신만의 색깔 입히기가 필요하다" 며 "기존 제품을 따라하기에 급급한 경우 시장의 파이가 커지진 않고 기업들의 수익성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17일 밤 9시50분, 11시50분과 18일 오전 7시20분, 10시20분에 비즈니앤TV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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