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은 '범죄'‥쓰레기 둔갑, 환경에도 악영향

정부는 지난 1993년 과대 포장 방지를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공간 비율'로 포장을 규제한 세계 최초 사례였다.

하지만 과대포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포장업계 등에 따르면 명절 기간 각종 생활폐기물 중 포장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특히 업계에선 중량 기준으로 30% 이상, 부피 기준으로는 50% 이상이 포장폐기물로 보고 있다. 

오재영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포장재는 7% 이상이 당해연도 폐기물로 발생되며 재활용할 수 없어 자연 환경에 치명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국토도 좁아 OECD 국가 중 국토면적당 환경 부하량이 최고 수준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 '친환경' 붐에도 불구하고  과대 포장 경쟁 '여전'

친환경 바람에도 불구하고 '과대 포장'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포장이 화려하고 클수록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고가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 한 생활용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포장 디자인도 외주업체에게 맡겨 공을 들인다"면서 "폐기물을 걱정하며 포장 디자인을 할 업체가 몇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회사원 김미라(32)씨는 "화려한 겉보기에 치중해 선물을 고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물을 받아봐도 풀어보면 내용물이 너무 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게 '상품 포장 부피'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음ㆍ식료품, 화장품, 종합 제품 등 포장 상품의 남는 공간 비율을 10%에서 30% 이내로 규정하고 명절 등에는 특별 감시반을 꾸리는 등 단속을 강화한다.

 각 지자체별로 단속반과 검사 연구원이 한 팀을 이뤄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를 돌며 과대 포장 상품을 지도, 단속한다. 환경연구원의 실질검사 후 적격 판정을 받지 못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종혁 서울시 환경협력담당관은 "사실 과대포장 여부는 눈으로 식별하기 쉽지 않아 적발 건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단속 결과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추석에는 3853건의 단속 중 11건에 과태료를 부과했고 올 설에는 2144건의 단속 중 10건이 적발, 과태료를 부과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기획팀장은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도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속 기준이 확실하지 않고 불성실한 단속도 문제지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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