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지난달부터 증권사 CMA계좌를 통한 소액지급결제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CMA를 둘러싼 경쟁이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경제사회팀 이기주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은행들도 맞불을 놓으면서 업계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기 자>
네 그렇습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서비스 시행 이후 금융업계는 그야말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7월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사 지급결제 시행은 금융권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란 말을 했는데요.

은행권은 황 회장의 발언을 증권업계가 은행권에 보내는 종의 선전포고로 간주했습니다.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국내 최대의 CMA계좌를 보유한 동양종금증권입니다.

지난 7월 증권업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행한 이후 신규계좌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의 얘길 들어보시죠.

[인터뷰] 김승철 / 동양종금증권 마케팅 팀장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예금자 보호가 되는 종금형 CMA를 취급하고 있고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 등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고 지급결제망도 다른 회사보다 1개월 먼저 시작하는 등 업계의 서비스를 선도하는 면이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4일부부턴 삼성증권 등 13개 증권사들도 지급결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증권계좌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은행 고객과 마찬가지로 자금 이체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이상엽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이상엽 /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처음에 예상했던 것만큼 머니무브 현상이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자기 유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났다는 점과 증권사 CMA에 대응하기 위해서 금리를 상승시켰다는 것들은 고객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CG] 증권사 CMA 계좌 수 (자료: 금융투자협회)
CMA에 지급결제 기능이 더해지면서 CMA 계좌 수는 하루 평균 1만여 개 꼴로 늘었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안에 1,000만 계좌 돌파도 가능할 거란 전망인데요.

일부에선 수년 내에 은행예금 중 20조 원 정도가 증권사 CMA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재현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객 이탈을 우려한 은행들도 갖가지 대응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400조원 규모의 급여통장 시장을 지키기 위해 CMA 수준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한편 각종 은행수수료 인하를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선 겁니다.

기업은행 관계자의 얘깁니다.

[인터뷰] 황우용 / 기업은행 상품기획부 차장
“CMA 금리와 경쟁하기 위해서 저희 내부적으로 금리를 많이 상향을 시켰고요. 그리고 수수료 면제 기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아울러 대출을 원하는 고객들한테는 대출금리를 싼 이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앵 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기자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 업계의 갈등도 확대되는 것 같은데요?

<기 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은행과 증권사들은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 서로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들이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이 미비하다며 CMA를 신용카드 결제계좌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은행권의 주장에 증권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CMA를 카드 결제계좌에서 배제한 건 지급결제서비스를 방해하려는 일종의 견제책에 불과하단 건데요.

양 업계의 갈등은 최근 공정위가 현금인출기 보유 대수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화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극에 달해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은행들이 보유한 현금지급기는 총 4만 9천여 대로, 매년 유지, 보수에만 1조 5000억원 정도가 들어갑니다.

반면 국내 25개 증권사가 보유한 현금지급기는 350여대에 불과합니다.

칼자루를 쥐게 된 은행들은 언제, 얼마나 수수료를 높일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은 고객으로부터 현금지급기 관련 수수료를 별도로 받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차등화 방안이 확정되면 해당 은행에 내는 수수료를 증권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증권사 지급결제 서비스가 본격 시작된지 40여 일이 지나면서 증권사들 간의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은 최근 CMA 수익률을 기존 연 4.5%에서 연 4.7%로 0.2%포인트 올렸습니다.

5% 이상 고금리 CMA를 출시한 증권사도 3곳이나 됩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고금리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 탓에 투자자들이 적은 수익률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메리츠종금이 출시한 연 5%짜리 CMA상품엔 한 달 만에 7000억원의 자금리 몰리면서
서둘러 특판을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수익률 인상 경쟁은 역마진 발생 등 증권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 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연 5%대의 금리, 실제로 다 받을 수는 있는 건가요?

<기 자>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고 금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한 증권사의 경우 5%의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급여이체 혹은 자동납부를 신청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2.5%의 기본금리만 제공받게 됩니다.

YMCA 서영경 팀장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시죠

[인터뷰] 서영경 /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
“고금리 상품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을 해야만 해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금리 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고금리 상품을 받기 위한 조건을 하기 위해서는 급여이체 등을 해야만 합니다. 결국 그런 조건들을 다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하나의 미끼 상품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이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서비스 시행은 증권계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핵심고리가 될 거라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이 무조건 증권사 쪽에 유리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CG] 증권사 CMA 계좌 잔액 (자료:금융투자협회)
실제로 그동안 CMA 계좌 수는 양적으론 크게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주춤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 간의 승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CMA를 둘러싼 은행권과 증권사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서 벗어나 금융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비즈니스&] 이기주 기자 2kafk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