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1> 알고보니 '중고폰'

[앵커멘트]
당연히 새것이라고 여기고 산 휴대폰이
실제로는 ‘중고폰’이라면 어떨까요?
대다수의 휴대폰 판매점에서 중고제품을
새 것처럼 속여파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강시진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률은 94%.
평균 ‘단말기 교체 주기’는 1년 6개월 입니다.

그런데 최근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0일, 어머니에게 새 휴대폰을 사드린 김씨.

하지만 그 날 저녁 집에서 새 휴대폰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영후 / 중고폰 피해자
“실기스가 많이 나있었어요”
“게임을 보니깐 하지도 않았는데, 1승이 돼 있더라구요"

김씨가 휴대폰을 구입한 날짜는 8월 10일.
하지만 이미 휴대폰에는 7월 27일에 저장해놓은 게임이 들어있었습니다.

김씨가 제품을 사기 20여일 전 개통된 이력이 있었던 것.

[인터뷰] 김영후 / 중고폰 피해자
“얼마나 황당한 거에요, 동네 사람을 상대로 사기치는 건데..
근데 제가 오히려 큰 소리 다 먹었어요.
당신같은 사람한테는 안 판다고, 와서 환불해 가라고.. 얼마나 억울해요.”

취재진은 김씨가 휴대폰을 구매했던 매장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손님을 가장해 물어보니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ㅅ’통신 판매자
“지금 주변 23개 매장이 다 저희 매장이에요..
다른 데 가면 '여기 있는 거(우리매장 전시제품)' 살 수도 있어요.”

인근 상권의 23개 매장이 조직적으로
전시제품을 돌려가며 판매를 하고 있었던 것.

[인터뷰] 김영후 / 중고폰 피해자
“스쿠터가 한 대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아르바이트생이 가서 (물건을) 가져오는거죠.”

과연 어쩌다 운이 나빠서 중고휴대폰이 걸린 것일까.
취재진은 직접 현장 취재에 나섰습니다.

전시제품을 판매한다는 제보가 들어온 한 휴대폰 판매점.

한동안 눈에 뛸 만한 특이한 행동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때, 판매원이 흰색 전시 휴대폰을 꺼내서 닦고 상자에 넣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상자에서 같은 모델의 새 제품을 꺼냅니다.

잠시 후, 같은 제품으로 구매를 시도해봤습니다.

판매원은 방금 전 재포장한 전시제품을 새 것인 것처럼 꺼내줍니다.
하지만 전시제품이라는 언급은 없습니다.

휴대폰을 구입한 뒤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분명 새 것으로 알고 건네받았지만,
제품의 보호 스티커는 여기저기 떨어져있습니다.

현장으로 돌아가 판매원에게 물었습니다.

[기자]
“이런 전시제품은 많이 팔고 계세요?”
[판매원]
“어쩔 수 없이 한 번 뜯으면 다 팔아야죠.”
[기자]
“그런 매장들이 많이 있나요?”
[판매원]
“거의 100%라고 봐도 돼요.”
[기자]
“손님들에게는 알리고 파세요?”
[판매원]
“알리지 않죠, 당연히”

그렇다면 왜 판매자들은 굳이 중고폰을 팔고 있는 것일까.
취재진은 전 휴대폰 판매자를 만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전 휴대폰 판매자
“판매자가 봤을 때는 전시품이나 새 상품이나 같은 상품입니다.
안 팔 수 없잖아요.. 판매업자한테는 이윤이 최고인데..”

판매자들에게 중고품 판매는 이미 너무나도 당연한 일.

중고제품을 새것으로 속여 파는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인터뷰] 전 휴대폰 판매자
“전시를 했다가 다시 포장을 해 놓은 상품에
봉인 실 부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여요..
물건을 꺼내면서 봉인 실 부분을 지금 막 뜯는 듯한 모습으로..”

[인터뷰] 전 휴대폰 판매자
“드라이기로 열을 가해서도 봉인실을 쉽게 열고 사용한 후
다시 접착할 수 있기 때문에 위조 문제에 쉽게 노출돼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판매점들의 실태.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박경준 변호사 / ‘ㄱ’법무법인
“판매업체에서 봉인용 라벨을 다시 만들어서 붙이는 행위는
사문서 위조나 동 행사죄에 해당합니다.
이를 소비자에 알리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면 사기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스탠딩] 강시진 기자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중고폰의 재포장 판매.
이에 대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비즈니스& 강시진입니다. [ksao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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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2> 예방책은?

[앵커멘트]
혹시 내가 산 휴대폰도 중고폰이 아닐까
걱정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소비자들이 간단히 체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들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심각한 중고휴대폰의 재포장 판매 행위.
전문가들은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박경준 변호사 / ‘ㄱ’법무법인
“관계부처에서 제조사를 통해서 대리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휴대폰 구매 시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① 소비자가 보지 않을 때 봉인실을 먼저 뜯는 경우.
② 재고부족을 이유로 창고나 옆 매장으로 제품을 가지러 가는 경우
③ 제품을 현장에서 주지 않고 택배로 보내주는 경우

이런 매장의 경우 중고휴대폰을 취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막] 1. 상자는 직접 개봉
① 상자의 봉인실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뜯습니다.

[자막] 2. 개통이력 확인
② 현장에서 일련번호로 개통이력을 확인화면
단말기의 사전 개통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자막] 3. 제조일자 일치 확인
③ 재포장 재품을 포장상자에 넣다가 제품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포장상자와 제품의 제조일자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브릿지]이종진 기자
"판매자를 100% 믿기보다는 소비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고폰 재판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입니다.“

비즈니스& 이종진 입니다. [truthb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