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 커>

요즘 백화점이나 놀이공원 등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받은 분들 있으시죠.

한동안 잠잠했던 카드회원 불법 모집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그런데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자초한 카드사들이 그 부담을 고객들에게 떠넘기고 있단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 자>
2만3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한 신용카드 관련 인터넷 카페입니다.

카드를 발급받으려 한단 글을 올리자 두 시간 만에 6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한 카드사의 회원 모집인은 경품은 물론 현금 제공도 가능하다며 카드 발급을 권유합니다.

[인터뷰 녹취]
A 카드사 모집인: 어떤 걸 원하시는지 일단 고객님 말씀 들어보고요.

기자: 경품 형태인가요. 아니면 다른 게 또 있나요?

A 카드사 모집인: 보통은 다 현금 입금을 좋아하세요.

올해 초만 해도 연체 막기에 급급했던 카드사들이 하반기 들어 영업을 강화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선 카드 불법 모집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길거리 회원모집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형 할인점 등에서도 경품을 미끼로 고객을 유치하는 불법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카드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카드 1장을 발급할 때 마다 모집인에게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씩 수당을 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모집비용이 카드 수수료 원가에 포함돼, 결구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서영경 / YMCA 신용사회사무국 팀장
“카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한 모집 과정에서 탈법이나 불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한테 비용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매 분기마다 백화점 등과 연계한 제휴카드를 쏟아내며 기존 카드 고객이 새 카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카드를 교체 발급했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연회비가 면제되는 카드를 사용하다 새 카드로 바꿀 경우 카드를 전혀 쓰지 않더라도 연회비를 내야 합니다.

지난해 개정된 표준약관에 따라 일단 발급받은 카드에는 첫해 연회비가 무조건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드를 교체하면 해당 카드사의 통합포인트만 유지될 뿐 제휴카드를 통해 쌓은 포인트는 대부분 소멸되고 맙니다.

[CG1]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소멸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국내카드 포인트 1조5500억 포인트 중 이런 식으로 소멸된 포인트가 1천380억 포인트에 달합니다.

카드사들은 또 다른 회사의 카드로 변경하거나 해지하려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부가서비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출혈경쟁은 영업비용을 높여 결국 카드사의 수익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CG2] 5개 전업카드사 영업비용•당기순익 (자료:금융감독원)
올해 상반기 5개 전업계 카드사들이 쏟아부은 영업비용은 4조9000원으로 1년 전보다 600억원 가까이 늘었지만 당기순익은 1327억원 줄었습니다.

[인터뷰] 임희정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향후 이자율 같은 게 상승할 경우에는 대출금 상환 부담도 증가할 수 있고 카드사 자체에도 자금조달 금리가 올라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브릿지] 이기주 / 기자
문제는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카드사들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단 점입니다.

지난해 말 일부 카드사들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매달 600여만 명이 이용하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최곤 연 32%까지 슬그머니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돼 조달비용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카드사들은 좀처럼 수수료를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포인트 적립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합니다.

카드대금을 연체할 경우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체관리비, 인건비 등 비용이 발생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입장입니다.

[인터뷰 녹취] 카드사 관계자    
“연체하는 기간에는 포인트 사용이나 적립은 되지 않고요.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고요.”

하지만 카드사들은 연체에 대한 이자를 따로 받고 있어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인터뷰] 이주홍 / 녹색소비자연대 팀장
“카드사들이 과열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해 자구책은 마련하지 않고 이런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에서 소비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이후에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신용카드 모집 행위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카드사 임원들을 불러, 자제를 촉구하고 모집 실태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길거리 회원모집이나 과도한 부가서비스 제공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적발 시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다.

특히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 카드'나 '교통비할인 카드' 등 신상품에 대해서는 손익분석을 철저히 한 뒤 출시하도록 지도한단 방침입니다.

[인터뷰] 김영기 /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 
“저희들이 카드 부가서비스 수익성 분석 모범 규준을 마련해서 카드사들이 상품출시 할 때 수익 범위 내에서 카드 상품을 만들도록 계속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과열 우려가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시로 운영 성과를 점검한다든가 해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국내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카드대란이 터지기 직전인 2002년 말 이후 7년 만에 또 다시 1억 장을 넘어섰습니다.

온갖 부가혜택을 내세워 카드발급을 유도하다 수익성 악화 부담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기는 신용카드사들.

이런 카드사들의 영업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단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이기주입니다. [2kafk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