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두부·술·음료·아이스크림·콩나물·김치…
생수 넘어 다양한 식음료 시장으로 도전
SK·롯데·CJ 등 대기업 가세, 웰빙시대 새 트렌드로

대동강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도 생각지 못했던 해양심층수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연간 4500억원대 생수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지 불과 5개월 만에 식음료 시장 전반으로 발을 뻗으며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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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가 ‘블루오션’ 시장으로 각광을 받음에 따라 SK, 롯데, CJ 등 대기업들도 잇따라 심층수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심층수는 지난 2월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먹는 물로 판매가 가능해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최소 4억톤 규모의 먹는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는 아닐지라도 향후 수년 내에 먹는 물 부족 현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토의 대부분이 가파른 산악지형인 데다,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된 탓에 현실적으로 물을 보존하기 어렵다. 물 관리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물 부족 현상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댐을 지어 물을 보관하기도 어렵다.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있고 상수원이 각종 오염원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음용수로 쓰이는 지하수의 경우도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여러 이유로 해양심층수가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이하의 심해(深海)에 저온으로 보존돼 있어 오염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70여종의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먹는 물로 쓰일 경우 건강에도 좋다는 게 심층수 개발업체의 설명이다. 정제 기술만 뒷받침된다면 자원화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해양심층수는 미국, 일본 등 태평양을 끼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만 채취가 가능하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해에서 뽑아 올린다. 

뜨거운 심층수 전쟁
수심 200m 이하 심해서 원수 채취, 미네랄 70여종
워터비스·울릉미네랄 등 사업체만 벌써 1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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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해 앞바다에서 해양심층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줄잡아 10여개가 넘는다. 이 중 생산공정을 갖추고 시판을 하고 있는 업체는 2개뿐이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한국해양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워터비스. 워터비스는 롯데칠성과 협력해 먹는 물 ‘블루마린’을 출시했다. 또 자체 브랜드인 ‘몸愛좋은물’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워터비스는 전국에 150여개의 대리점 망을 구축하고 여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력 경쟁사인 울릉미네랄㈜의 경우 울릉도 심해에서 뽑아 낸 해양심층수로 혼합음료인 울릉미네워터를 만들어 판매에 들어갔다. CJ와 협력관계를 맺은 울릉미네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양심층수를 시장에 내놓은 업체다. 최근 울릉미네랄은 SK가스의 투자를 받아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SK가스는 울릉미네랄의 지분 67%를 인수하고 해양 심층수 사업 진출을 발표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마트와 소매점을 통해 보급되고 있는 해양심층수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물’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심층수는 먹는 물의 범주를 넘어 식음료 원료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화장품, 두부, 소주, 콩나물, 아이스크림 등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각종 이물질 논란으로 침체된 식음료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진화하는 해양심층수
바르고 먹고 마시고… 식음료 시장서도 서로 모시기
워터비스는 양양에 심층수 스파랜드 건설 추진

워터비스는 2007년 9월 해양심층수로 정제해 만든 화장품 ‘iatry’를 출시했다. 또 지난 4월에는 풀무원과 합작해 두부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해양심층수를 사용한 천연 응고제’ 인증을 획득한 풀무원은 해양심층수를 두부를 만들기 위한 ‘천연 간수’로 이용하고 있다. 풀무원은 또 해양심층수로 발아시킨 유기농 콩나물도 만들었다.

해양심층수는 주류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진로는 지난 5월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참이슬 후레쉬 썸머’를 만들어 판매했다. 여름철을 겨냥한 이 제품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진로는 소주에 이어 조만간 심층수를 이용한 맥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워터비스는 연말부터 양양에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스파(SPA)랜드 건설을 시작한다.

워터비스 추용식 사장은 “해양심층수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올해 3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인기를 끈, 심층수를 이용한 스파랜드 건설은 연말에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 롯데칠성의 먹는 물 브랜드인 ‘블루마린’ 외에 롯데제과에서 심층수를 활용한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고드름 블루마린’은 원료의 97%가 심층수다.

울릉미네랄도 심층수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은 해양심층수로 만든 소금 ‘U650’이다. 해저 650m에서 끌어올린 심층수로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U650’은 또 해태제과에서 만드는 감자칩과 안동 간고등어에 쓰이는 소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SK가스의 계열사로 편입된 울릉미네랄은 조만간 심층수를 활용한 시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청보건강은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스포츠음료 시장의 50%를 점령하고 있는 ‘포카리스웨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스포츠음료 ‘마린에이드’의 시제품을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마라톤 대중화와 웰빙바람을 타고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음료 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다.

지금부터의 과제들
생산 과정 막대한 자본 투입… 가격 경쟁력 아직 낮아
관련법 통과 불구 제품 활용은 식약청 규제에 묶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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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출시를 앞둔 심층수 활용 제품은 다양하다. 심층수를 원료로 만든 비누, 김치 등을 비롯해 심층수를 통해 재배한 호박, 산삼, 버섯 등이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학계에서는 의약품으로도 활용 가능한 심층수 기능성 제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울릉군 등 지자체가 후원해 만든 동국대학교 해양심층수 및 소재 RIS사업단(단장 남경수 교수)은 최근 해양심층수가 아토피, 암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임상실험을 추진 중에 있다. 사업단은 지난 6월 5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관련 심포지엄을 열고 해양심층수 신제품 소개 및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식음료 시장까지 진출한 심층수는 극복해야 할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가격 경쟁력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심층수 활용 제품들은 해양심층수를 주원료로 쓰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 비해 2배 정도 비싸다. 기존 물과 달리 심층수 생산 과정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업계는 그러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울릉미네랄 박진석 부장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도 “웰빙 트렌드로 인해 프리미엄 식음료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차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층수를 활용한 제품 중 일부는 식약청 규제에 묶여 있다. 심층수 활용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지만 하위 규정이 아직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층수 개발업체들이 식약청에 관련 서류 등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심층수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낮은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워터비스 측은 “식약청 규정을 현실에 맞게끔 고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식약청에 이미 설명한 바 있다”면서 “연말 또는 연초쯤에는 식약청 규정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ㅣ인터뷰 | 추용식 워터비스 사장

“더 좋은 물 찾는 시대의 대안… 해외 수출도 얼마든 가능”

해양심층수가 올 여름 식음료 시장을 뜨겁게 달구게 된 것은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층수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워터비스는 작년 말 강원도 양양에 40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정제 공장을 지었다. 이곳에서 정제된 심층수는 현재 ‘먹는 물’과 각종 식음료의 원료로 공급된다. 워터비스는 2005년 7월 한국해양연구원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벤처회사로 출발했다. 설립 초기 각종 인허가와 투자유치 과정에서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회사 설립 3년 만에 연매출 350억원(예상치)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워터비스를 이끌고 있는 추용식 사장을 만나 해양심층수의 가치와 시장성에 대해 들어봤다.

해양심층수가 주목 받는 이유는. “수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수를 포함한 전체 물 중에 담수는 2%에 불과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먹는 물을 확보하는 문제다. 물이 부족해짐에 따라 ‘좋은 물’을 찾는 수요도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됐다. 해양심층수는 오염원이 없는 해저에 보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필요한 각종 미네랄이 풍부해 식수로서의 가치가 높다. 동해 바다에 있는 심층수는 의학적으로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술력만 보강된다면 해양자원으로서 향후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심층수는 왜 미네랄이 풍부한가. “물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70세까지 60~70t 정도를 먹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먹는 물에는 미네랄이 소량 들어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미네랄은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통해 섭취된다. 반면 해양심층수는 대륙 화강암질에서 나오는 미네랄이 바다로 흘러 들어 바닷속 현무암질서 나온 미네랄과 합쳐지기 때문에 풍부할 수밖에 없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이 50여종인데 우리가 추출한 심층수는 최대 70여종의 미네랄이 함유돼 있다. 물론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정제 과정에서 불필요한 미네랄은 제거한다.”

심층수 정제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나. “워터비스는 심층수에서 필요한 미네랄만 걸러내는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담수화 설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자체 개발한 이 기술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칠레와 930만달러짜리 플랜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회사 설립 3주년을 맞았다. “올해 4월부터 물이 출시됐으니까 시장에 해양심층수를 내놓은 지는 3개월도 채 안됐다. 해양심층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 소비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소주, 두부 등에 심층수를 넣어 큰 광고 효과를 누렸다. 해양심층수가 몸에 좋은 물로 시장에서 일단 자리를 잡았다는 게 소득이다. 최근 경기 악화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다 보면 걸림돌도 있게 마련인데.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시장의 건전성이다. 비정상적으로 해양심층수 사업에 뛰어들어 이미지만 추락시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한탕주의로 심층수 시장을 바라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다행히 지금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어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고 있다. 심층수 관련 법률이 지난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하위 규정들은 아직 바뀌지 않아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청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해양심층수 사업이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일본의 해양심층수 시장이 실패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일본은 3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또 공공재로서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상업화를 이루지 못한 대목이다. 이것은 일본의 심층수 개발이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해양심층수 개발을 지방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떨어진다. 규모의 경제로 키워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상업화로 가고 있다. 일본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 김대현 기자 ok2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