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이 만난 글로벌 CEO - 제 8 편
| 1999년 ‘새로운 개념의 가치점’을 표방하며 탄생한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 4년 만에 업계 12위에서 2위로 등극하며 국내 유통업계 판도를 바꿨다. 지난 7년간 연평균 매출 53% 연평균 이익률 203%를 기록, 국내 할인점 중 평당 매출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전국에 대형 마트 55개, 익스프레스 수퍼마켓 41개 매장에 1만 2천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07년의 예상 매출액은 6조 3천억원. 단 기간에 이와 같은 기록적인 경영 성과를 이룩한 배경 뒤에는, ‘글로컬리제이션’(현지화 전략)과 ‘신바레이션’(한국적 기업문화)이라는 창의적인 경영 기법을 창출한 이승한 사장이 있다. |
조(동성): 이사장님 반갑습니다.
이(승한): 네 감사합니다.
조: 우선,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에 대해서 소개 좀 해 주십시요.
이: 네. 저희가 삼성 테스코는 저희 브랜드 이름 홈플러스라고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8년 전인 1999년 5월에 저희 삼성하고 영국 최대 유통회사인 테스코가 함께 투자한 조인트 벤처로 해서 태어난 유통회사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뭐 '영국 본사' 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사실은 저희는 본사가 없습니다. 왜냐면 영국 테스코와 삼성은 투자자일뿐이고 저희 회사는 별개 회사입니다.
이: 예 그렇습니다. 사실 이 회사를 창립하면서 영국의 투자자들한테 얘길 했습니다. 한국 테스코를 다국적 기업의 브랜치로 본다면, 브랜치 수준밖에 성장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법적으로도 완전히 독립적인 회사니까. 실질적으로 독립회사로 간주 한다면 한국에서 100대기업 10대기업까지도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해서 철저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따지고보면 우리 회사는 유명한 세계적인 브랜드를 업고 성장을 한 게 아니고 다국적 기업에서 독자적인(로컬) 브랜드 네임을 개발해서 이게 유명하게 된 케이스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완전히 거꾸로 돼있다 이렇게 느낄 거예요.
조: 영국 테스코와 한국 삼성이 투자한 조인트 벤처로 시작해 불과 8년 만에 이렇게 엄청난 성장을 하신거네요?
이: 예, 그렇습니다. 과거 7년 동안 2006년까지 매출 성장이 연 평균 53%에 이익 성장률은 연평균 203% 정도 성장률을 기록을 했어요. 금년 매출액은 6조 3천억 정도 예상하고 있구요. 또하나 중요한 것은 단위 면적당 매출액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입니다.
조: 이 사장님은 본사인 테스코의 경영 방식을 들여온게 아니라 독자적이고 새로운 경영 방식을 만들어내신 걸로 유명한데, 그 말씀을 좀 해 주시죠.
이: 저는 ‘글로컬스탠다드’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건 뭐냐면 사실은 저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신봉자예요. 철저하게 투명해야하는 경영 원칙이라던지 시스템이라든지, 경영 혁신이라든지 이런거는 철저하게 글로벌 시스템을 따라야하지만 점포 형태라든지 상품의 구성이라든지 마케팅 이런 거는 로컬문화를 이해하고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지 않으면 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철저하게 로컬쪽을 접목시키는 의미에서 ‘글로벌’과 ‘로컬 라이즈’를 합쳐서 글로컬이 됐죠. 그리고 이런 것들을 하니까 엄청나게 매출의 효율이 올라간거죠.
조: 제가 알기로는 이사장님은 테스코 전 세계 15개의 투자국 중에서 유일하게 영국인이 아닌 현지인 경영자로써 현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계시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신 걸로 유명한데요. 어떤 내용이신가요?
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서양의 합리성과 아시아적 가치 즉, 한국인의 신바람 문화를 결합한 ‘신바레이션’을 기업 문화로 정착 시켰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희는 300여개의 동호회를 지원하기 위해 따로 예산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에는 회의비라는 항목이 없는데 저희는 공식적으로 회의비를 책정해서 직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파견나온 임원 2명을 위해 우리가 영어로 회의를 하는 것 보다 통역을 붙여서 한국어로 회의를 하는데 직원들을 배려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조: 멋진 얘긴데요. 또 하나 홈플러스의 성공 요인으로, ‘가치점’이라는 컨셉을 들 수 있겠는데요, 설립 당시의 얘기를 해 주시죠.
이: 저희가 처음 회사 설립할 당시인 99년에는 국내 할인점 시장에 이미 11개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엄청난 레드오션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할인점과 똑같이 포지셔닝 한다면 아류밖에 안 되고, 도저히 그 게임에서 이길수 없는거죠. 그래서 이기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의 전승을 벤치마킹하기로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사실은 질 게임은 하나도 나가질 않았거든요. 이길수 있는 게임만 나가 이기고 돌아오신 거예요. 근데 이길 수 있는 게임이 결국은 뭐냐면은 시간을 마냥 기다린게 아니라 상황이나 환경을 이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 내신 거죠. 저 역시 어떻게 하면 이 시장에서 미리 들어와있는 11개 업체와 싸워서 이길수 있겠느냐... 국내외 할인점을 엄청나게 벤치마킹해서 얻은 결론이 고객들은 원스탑 쇼핑 뿐만 원스탑 생활 서비스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1층에 문화센터, 어린이 놀이터, 푸드코트, 미장원, 클리닉 등 생활 편의 서비스 공간을 넣은겁니다. 결국, 원스탑 쇼핑과 생활 서비스를 묶어서 타 경쟁사에는 없는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에 이길 수 밖에 없는 게임이 된거죠.
조: 2005년에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가서 ‘예술경영론’으로 강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이: 예술가들이 예술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혼과 열정을 불사르듯이 경영 역시, 직원들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혼과 열정을 불사른다면 예술의 경지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경영이론입니다. 한번은 제가 생선코너를 돌고 있는데 그 앞에 있는 직원에게 '당신 참 예술가 같아' 그랬어요. 그 직원이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기에, '당신 뒤에 있는 생선 코너가 내 눈에는 화가들이 그림 그리는 캔버스로 보이네' 이랬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생선코너마다 진열하는 방향이 다르고 그 밑에 까는 얼음 역시 어떤 친구는 잔잔한 호수처럼 만드는가 하면 어떤 직원은 파도치는 물결처럼 만들어요. 그렇게 각 점포의 직원들이 매일 아침에 그 작업을 하는데 만약에 이 사람들의 정신이 자기가 고객을 정말 감동시킬 수 있는 예술가의 혼과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지치지도 않을테고 또 고객이 보면 기가 막힌 생선코너가 될 거 아닙니까? 또하나, 저는 이제 늘 저희 임직원에게 표현하기를 뭐 경영은 한폭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병풍경영이다라고 얘길 하거든요. 무슨말이냐면, 저희 회사가 99년에 창립됐는데 2012년까지 비전을 만들어 놓고 14폭 짜리 병풍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2012년까지 신년사 키워드를 이미 완성해 놓았는데 매년 한 폭의 그림을 그려가는 심정으로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조: 예 멋있습니다. 근데 최근에는 ‘버스론’도 만드셨다고 하는데 그거는 뭔가요?
이: 버스론은 리더쉽에 관련된 건데요. 첫 번째 버스는 좋은 회사가 되는 것, 두 번째 버스는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가 되는 것... 세번째는 위대한 회사를 지속적으로 영속시키는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두 번째 버스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제가 운전대를 잡고 직접적으로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는데 이제는 제가 뒤에서 서포트 해주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버스에 타지 않아야 될 사람 타야 될 사람 구분하는 것도 좀 필요하다 생각되요.
조: 근데 우리 이사장님은 민간 CEO로써는 드물게 서울시에서 ‘100일 창의 서울 추진본부장’을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이: 제가 지난 여름부터 백일동안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에서 27위에서 30위 사이거든요. 그래서 4년 안에 10권 안으로 올리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사실은 주춧돌부터 바꾸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죠. 첫번째가 시청 직원들의 공기업 문화를 창의가 가득찬 열정의 문화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전반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비전하우스’를 세우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 자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좀 더 여쭤 보겠는데요. 아까 생활공간의 원스톱 서비스로써 유통 회사를 말씀하셨는데 참 그게 아주 신선하게 다가오거든요. 그게 어떻게 보면 ‘유통 컨버전스’하고도 관련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테스코의 구체적인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유통컨버전스’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이: 기업이란, ‘성장’과 ‘기여’라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기업이란 한마디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과 함께 기업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얼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저희는 현재 55개의 문화센터를 통해 1년에 한 오십만명 되는 고객과 지역주민들한테 문화라든지 평생교육의 기회를 갖도록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이 기업이 기여의 얼굴을 만드는 한가닥의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하고요. 제가 이제 좀 굉장히 뿌듯한 것은 저희 회사의 모델을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자체가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기여의 얼굴을 만드는 풀뿌리 모델이 돼서 많이 확산된다면 좀 풍요로운 사회, 국가가 되지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조: 오늘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라는 상표를 가진 기업의 최고 경영자, 이승한 사장님과 말씀 나누면서 경영자가 가져야 할 태도 자세 그리고 기업의 역할 여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슈를 다루고 또 많은 공부를 한 것 같습니다. 오늘 이 프로그램을 들으신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이런 내용을 공감하시고 또 이것을 기초로 해서 더욱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동참해주시길 기대하면서 오늘 이 시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이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