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비즈니스리뷰 4월호 ‘리더십 팀’

3200년전,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를 향해 복수의 닻을 올렸다. 처절한 전투 끝에 그리스는 목마를 이용해 트로이성을 함락시켰다. 그들의 승리는 강력한 지휘관 아가멤논왕과 용맹한 전사 아킬레우스, 뛰어난 책략가 오디세우스, 현명한 고문관 네스토르가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아킬레우스는 군대를 전투의 열기 속으로 이끌었고, 오디세우스는 전략적 조언을 맡았으며, 네스토르는 자존심 강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 사이의 긴장을 조절했다. 함께 모였을 때 그들은 막강했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오늘날 그리스 군대와 같은 거대한 조직의 최 상층부는 상호보완적 리더십(complementary leadership)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 내·외부의 일을 각각 맡아서 처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적인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스 &스트러글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스티븐 마일스(Stephen Miles)와 컨설팅사 제네시스 어드바이저 임원인 마이클 왓킨스(Michael Watkins)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4월호에 발표한 ‘리더십 팀(The Leadership Team)’을 통해 공동 리더십이 창출할 수 있는 막강한 이익과 잠재적 위험에 대해 소개했다.

▲ 블랭크페인 / 블룸버그

골드만삭스 투톱시스템
폴슨과 블랭크페인 환상 콤비로
세계 최대 투자은행으로 키워

■ 골드만삭스의 ‘Mr.아웃사이드’와 ‘Mr.인사이드’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수십 년 간 두 명의 공동 리더가 지휘했다. 1976년 이전 경영자가 사망하자, 두 명의 파트너인 존 와인버그(John Weinberg)와 존 화이트헤드(John Whitehead)가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둘은 이후 8년간 회사를 함께 이끌었다.

미 재무장관 헨리 폴슨(Henry Paulson)은 지난해 7월 재무장관으로 발탁돼 골드만삭스를 떠나기 전, 사장 겸 COO였던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현 회장 겸 CEO)과 매우 긴밀하고 보완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폴슨은 블랭크페인과 팀을 형성하기 전에는 사장 겸 COO인 존 손튼(John Thornton)·존 테인(John Thain)과 함께 3인의 리더 팀을 이끌었다.

팀 체제는 최고의 투자은행 지도부가 빠지기 쉬운 아집과 독선을 견제하는 역할도 했다. 동시에 두 곳 이상의 장소에 리더를 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9·11 당시 폴슨과 손튼은 해외 출장 중이었지만 뉴욕에 있던 테인이 사태에 대처할 수 있었다.

능력과 사고의 다양성도 이들이 구축한 공동 리더십의 강력한 무기였다. 폴슨과 블랭크페인이 팀을 이뤘을 때, ‘미스터 아웃사이드’ 폴슨은 고객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골드만삭스의 부와 명성을 다졌다. 금융 기술적인 복잡함과 테크닉을 꿰뚫고 있었던 ‘미스터 인사이드’ 블랭크페인은 사내 운영에 진가를 발휘했다.

■ 네 가지 보완적 리더십

상호보완적인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방식에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기본적인 ‘업무(task) 보완’을 기본으로, ‘전문 기술(expertise) 보완’이 가능하다. PDF 파일 리더(reader)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 시스템스의 브루스 시젠(Bruce Chizen) CEO는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를, COO이자 사장인 샨타누 나랴옌(Shantanu Narayen)은 기술과 생산 분야를 맡아 이끌었다.

두 리더의 전문기술이 겹칠 때 ‘인지적(cognitive) 보완’ 관계가 작동한다. 디지털칩 디자인 전문기업인 시놉시스(Synopsys) CEO 아트 드 지오스(Aart De Geus)와 치푼첸(Chi Foon Chan)은 둘 다 해당 분야 전문기술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제우스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으며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첸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실제적인 목표와 계획을 맡아 회사에 힘을 불어넣는다.

‘역할(role) 보완’ 관계도 있다. 한 사람이 대중에게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애정의 대상이기는 힘들다.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처럼 군대에 용기를 불어넣는 상징이 될 수 없었으며,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처럼 총사령관으로 군림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외교관’이, 다른 한 사람은 ‘전사(戰士)’가 되기도 한다. 코카콜라 사령탑을 로베르토 고이주에타(Roberto Goizueta) CEO와 더글러스 아이베스터(Douglas Ivester) COO가 맡았을 당시, 고이주에타는 코카콜라 브랜드를 외부에 알리는 ‘외교관’이었고 아이베스터 ‘전사’였다. 아이베스터는 코라콜라를 먹이 찾는 늑대로, 펩시를 먹잇감이 될 양으로 생각했다. 당시 코카콜라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던 워런 버핏은 “아이베스터는 누구라도 자신의 앞에서 코카콜라가 아닌 음료수를 마시면 면전에서 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와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한 상자 안의 둘’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이다. 게이츠는 회사가 나아갈 기술적 비전을 창조하고 제시했으며, 발머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회사를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키웠다.

▲ 폴슨 / AP

■ 리더십 팀의 도전과 응전

리더십 팀은 구성원이 바뀌면서 변화의 스트레스와 맞닥뜨리게 된다. 스타벅스는 2002년 식품체인업체인 패스마크(Pathmark)의 CEO였던 짐 도널드(Jim Donald)를 새롭게 리더십 팀원으로 맞았다. 기존 3인이 이끌던 ‘H2O’팀은 회장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글로벌 영업 담당 하워드 비하르(Howard Behar), CEO 오린 스미스(Orin Smith)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비하르의 역할을 맡게 된 도널드는 팀을 재창조했다. 슐츠는 비전 제시, 스미스는 업무 조율, 도널드는 판매를 맡았다. 도널드는 새로운 3인의 팀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스미스 은퇴 뒤에는 CEO에 오르며 2인 팀을 정착시켰다.

리더십 팀의 관심 영역과 역할이 겹치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디스크 드라이브 제조업체 씨게이트(Seagate)는 리더십 팀 4명이 전문 기술 보완을 이루고 있다. CEO 빌 왓킨스(Bill Watkins), COO 데이브 위커샴(Dave Wickersham)을 필두로 두 명의 부사장이 마케팅과 재정을 각각 맡고 있다. 문제는 운영 전반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지대했던 CEO 왓킨스로부터 생겼다. 왓킨스는 CEO를 맡은 이후에도 제품 품질을 관장하는 책임을 위커샴에게 넘기지 않았다. 그는 “한참 지난 후에야 내가 팀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위커샴이 일을 맡을 준비가 안 된 것이 아니라, 내가 맡길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말했다. 왓킨스가 위커샴에게 결정권을 넘긴 후에야 씨게이트의 리더십 팀은 순항할 수 있었다.

비전·인센티브·의사소통·신뢰가 4대 성공요소
코카콜라는 후계자 문제로 쓰라린 실패 경험

■ 리더십 팀을 지지하는 ‘네 개의 기둥’

상호보완적인 리더십이 성공하려면 팀을 지지할 기둥으로 네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네 개의 기둥에는 공동 비전, 공동 인센티브, 커뮤니케이션, 신뢰가 포함된다.

비전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없게 되면 팀은 깨지게 된다. 썬마이크로시스템스 COO였던 에드워드 잰더(Edward Zander·현 모토로라 회장 겸 CEO)는 CEO 스콧 맥닐리(Scott McNealy)와 함께 이끌던 팀을 해체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가진 회사에 대한 비전이 일치하지 않게 됐을 때 떠날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스콧과 나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 업무에 대한 우선 순위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생산적인 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 때쯤 서로 알게 됐다.”

공동 비전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 팀은 무너지기 쉽다. 한 사람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장기 목표에 치중한다면 팀이 존속하기 어렵다.

팀원들 간 신속한 커뮤니케이션도 필수적이다. 신속하고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효율적인 리더십 팀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교환 방식에 대해서도 암묵적 합의가 탄탄하게 정립돼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고를 받을 때 특히 두드러진다. 리더가 여러 명인 경우, 직원들은 ‘엄마에게 허락을 못 받으면 아빠를 찾아가 조르는 아이’가 되기 쉽다. 팀원 모두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팀의 안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넷째 기둥인 신뢰이다. 상대 팀원을 회사 전체의 이익을 끌어 올릴 리더 중 한 사람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팀의 뿌리가 흔들린다. 신뢰가 없으면 팀에 위기가 닥치자마자 바로 주저앉게 된다. 구성원들 간에 서로 깊이 신뢰하고 있다면 건전한 갈등을 걸러낼 기회도 갖게 된다. 사안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발생하는 의견 불일치도 신뢰라는 바탕 위에서 건강하게 치유될 수 있다.

■ 승계 문제, 어떻게 헤쳐가나

상호보완적인 리더십 팀에 가장 큰 난관은 ‘승계’ 문제다. 특히 CEO와 보완적으로 일하던 COO나 사장이 CEO로 승진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코카콜라의 경우를 보자. 1997년 CEO 고이주에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그의 오른팔이던 COO 더글러스 아이베스터가 후계자 물망에 올랐다. 두 사람은 보기 드물게 효율적인 보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1985년 37세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으며, 동유럽 사업 확장에 공헌하는 등 남다른 실력을 발휘했다. 모두가 CEO감으로 아이베스터를 꼽았다.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은 그를 두고 ‘21세기 보스의 전형(典型)’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사회는 회의 시작 15분 만에 아이베스터를 CEO로 낙점했다.

그러나 ‘CEO 아이베스터’는 실패했다. 그는 이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새 COO 임명을 거부하고 ‘수퍼 COO’를 자임했다. 매일매일 16개의 보고서를 직접 받아보고 회사의 상세한 업무에 간여했다.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고 큰 그림을 내놓는 CEO의 역할은 뒤에 묻혔다. 리더십 팀에서 성공적으로 보완적 역할을 완수할 수 있었던 그만의 자질은 다른 역할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제한하는 족쇄가 됐다.

아이베스터와 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서는 CEO와 경험이나 배경이 어느 정도 겹치는 COO를 발탁해 승계 이후가 순탄하고 원활하도록 미리 조정할 수 있다. 혹은 CEO와 COO 사이에 점진적으로 책임이 이전되도록 이사회가 분명한 협정을 조율할 수도 있다.

성공적인 보완 리더 중의 한 명인 펩시의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체계적인 사전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CEO직을 이어받았다. 현 펩시 회장 스티븐 라이네문드(Steven Reinemund)는 CEO에 오른 이후‘아웃사이드’ 역할을 맡길 후계자로 CFO 인드라 누이를 발탁했다. 라이네문드는 누이에게 사장 역할까지 부여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도록 도와줬다. 그녀는 애널리스트, 언론, 주주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장차 CEO로 성장할 기반을 닦았다.

2인자를 1인자로 승진시키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CEO와 COO 2인팀 혹은 3인팀 전체를 교체할 수 있다. 존슨앤존슨은 1976년부터 1989년까지 회장이자 CEO였던 제임스 버크(James Burke)가 사장 데이비드 클레어(David Clare)와 책임과 권한을 나눴다. 1989년 두 사람은 새 회장이자 CEO인 랄프 라센(Ralph Larsen)과 사장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에게 리더십을 넘겨줬다. 라센과 윌슨팀은 다시 2002년 윌리엄 웰던(William Weldon)과 제임스 레네한(James Lenehan) 팀에게 권한을 물려줬다. 승계를 위한 구조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나 궁극적 목표는 동일하다. 보완적 리더십 팀이 가진 위험 요소를 피하면서 막강한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때 글로벌 기업의 지위와 명성은 확고해진다.